난소암 분야 10년 만에 신약 등장…“재발 환자 치료 기대”[2026 여성암 리포트⑨]

입력 2026-09-0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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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자궁내막암·난소암 등 매년 수만 명의 여성 특이암 신규 환자가 발생한다. 이들 질환은 여성의 신체적·정신적 건강과 삶의 질을 저해하고 의료비 부담과 생산성 손실 등 사회경제적 비용을 초래한다. 최근 다수의 신약 등장으로 치료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재발과 전이, 조기진단, 치료접근성 등 해결 과제가 많다. 9월 ‘부인암 인식의 달’을 맞아 여성 특이암의 치료 환경 변화와 발전 방향을 짚어본다.

6개월 내 재발 ‘백금저항성난소암’ 치료, ADC 신약 도입…접근성 마련 관건

장석준 아주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환자들 좌절말고 의료진 신뢰하는 것 중요”

▲장석준 아주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연구동에서 이투데이와 만나 국내 난소암 치료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장석준 아주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연구동에서 이투데이와 만나 국내 난소암 치료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난소암은 가정과 사회 활동이 활발한 40~60대 환자의 비중이 높다.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어 진단이 늦어지기 쉽고, 조기 검진법도 없어 전체 환자의 절반 가량은 원격 전이단계에서 발견된다. 재발과 전이가 잦은 특성도 치료를 까다롭게 하는 요소다.

그간 의료 현장에서는 난소암 치료제로 획기적인 효과를 입증한 치료제가 드물었다. 하지만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엘라히어’(성분명 미르베툭시맙소라브탄신)가 지난해 12월 국내 품목허가를 획득하면서 약 10년만에 난소암 치료 분야에 새로운 선택지가 마련됐다.

이투데이는 최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에서 장석준 아주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만나 국내 난소암 발생 현황과 치료 환경을 들었다. 장 교수는 아주대병원 암센터장이자 지난해 7월 아시아부인종양학회(ASGO) 제9대 회장으로 취임해 해외 학술 교류에도 집중하고 있다.

난소암은 생식과 호르몬 분비를 담당하는 난소와 주변의 나팔관, 원발성 복막 등에서 발생하는 암이다. 주요 원인은 배란으로,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고 출산 경험이 없거나 적은 여성에서 발생 위험이 높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3년 국내 난소암 발생자 수는 3299명으로 2014년(2508명) 대비 31% 증가했다. 연령대는 40대(17.6%), 50대(29.7%), 60대(21.2%) 등으로 40~60대가 68.5%를 차지했다.

장 교수는 “국내 난소암은 50~60대 환자가 가장 많지만, 최근에는 20~40대 환자도 많아졌다”라며 “난소암은 생활습관이나 식생활 패턴 등이 서구화되면서 발생이 증가하는 전형적인 서구형 암이기 때문에 생활 패턴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건강검진과 전반적인 병원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난소암을 발견할 기회가 많아진 영향도 있다”라고 부연했다.

난소는 골반의 깊은 안쪽에 위치한 장기이다 보니, 종양이 어느 정도 커질 때까지는 초음파 등의 수단으로 포착하기 어렵다. 출혈이나 통증처럼 환자가 자각할 정도로 명확한 증상도 없어, 조기 진단이 매우 어려운 암이다.

장 교수는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복부 팽만감과 소화 불량 등 난소암을 의심하기 어려운 비특이적인 증상이 생기기 때문에 상당수의 환자가 3~4기에 이르러서 진단된다”라며 “특히 난소암은 원발 종양의 크기가 손톱 정도에 불과하더라도 이미 다른 부위로 전이가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난소암의 치료는 수술과 항암치료가 기본이다. 수술로 최대한 종양을 제거하고, 백금계열의 항암치료를 병행해 완전관해에 이르는 것이 이상적인 수순이다. 하지만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 중심으로 1차 치료를 받더라도 환자의 약 5명 중 1명은 6개월 내에 재발하는 ‘백금저항성난소암’으로 악화된다. 6개월을 무사히 넘기더라도 이후에 재발을 경험하는 ‘백금민감성난소암’ 역시 흔하다.

장 교수는 “실제로 수술과 항암치료가 순조롭게 진행돼 10명의 환자가 완전관해에 도달해도 약 3명 정도는 1년 이내에 재발하고, 6명은 2년 이내 재발하며, 5년이 지나면 8명이 재발한다”라며 “6개월 이내에 재발하는 확률이 교과서적으로 15% 정도인데, 이런 백금저항성난소암은 치료가 가장 어렵고, 예후가 좋지 못했던 환자군”이라고 말했다.

엘라히어는 백금저항성난소암 치료제로 약 10년 만에 등장한 새로운 기전의 신약이다. 난소암 세포에서 높게 발현하는 엽산수용체알파(FRα) 바이오마커를 표적하는 최초의 ADC 약물이다. 글로벌 3상 ‘미라솔(MIRASOL)’ 연구에서 엘라히어 단독요법은 대조군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5% 감소시켰다.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5.62개월로 대조군 3.98개월 대비 높았으며, 객관적 반응률은 42.3%로 항암화학요법 대조군(15.9%)을 상회했다.

장 교수는 “미라솔 데이터가 처음 발표됐던 2023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플레너리 세션에 직접 참여했는데, 발표 직후 오랜 시간 박수가 이어졌다”라며 “임상에 참여하거나 기존에 사용하지 않았던 몇 안 되는 약제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 외에는 다른 옵션이 없던 상황에서, 엘라히어로 환자의 생존율이 극적으로 개선돼 화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 환자들이 실제로 엘라히어를 선택할 수 있는지다. 엘라히어는 지난해 12월 국내 품목허가를 획득했으며, 올해 5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제5차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급여 기준 설정이 결정됐다. 향후 약제급여평가위원회와 건강보험정책 심의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될 수 있을지 의료계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장 교수는 “엘라히어는 이미 글로벌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권고되고 있는 치료 옵션이지만, 아직 국내서는 제도적 한계로 인해 환자들이 충분히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라며 “백금저항성난소암처럼 예후가 불량하고 선택지가 제한된 환자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난소암이 재발했다는 설명을 들은 환자들은 낙담하고 의지를 잃는 모습을 보인다. 장 교수는 환자들이 좌절하지 않고 의료진을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환자들을 향해 “재발 이후에도 고려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무기가 생겼고, 앞으로도 신약이 계속 개발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며, 그런 믿음이 실제로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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