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오픈AI에 150조원 보증…“빅테크, AI ‘장부 밖 약정’ 눈덩이” [종합]

입력 2026-08-1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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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20년 데이터센터 임차 지원
젠슨 황 CEO “순환금융 아니다” 반박
WSJ “빅테크 9곳, 부외약정 3조달러 집계”
장부상 자본지출의 5배 달해

▲엔비디아와 오픈AI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엔비디아와 오픈AI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AI 반도체 세계 1위 기업인 엔비디아가 오픈AI의 데이터센터 임차에 최대 1050억달러(약 150조원)의 금융 보증을 제공하기로 했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AI 인프라 투자를 촉진하는 역할에 나선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자사 칩 수요 확대까지 이끌어내는 구조라는 점에서 ‘순환금융’ 논란도 불거졌다. 동시에 이번 거래는 AI 투자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빅테크의 대규모 재무 약정이 대차대조표 밖에서 빠르게 불어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도 평가된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오픈AI는 미국 오하이오주 피크카운티에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에서 최대 약 8GW(기가와트)의 컴퓨팅 용량을 20년간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1GW는 미국 가정 최대 75만 가구에 동시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이 데이터센터의 건설ㆍ소유ㆍ운영은 소프트뱅크그룹의 자회사인 SB에너지가 맡는다. 엔비디아는 막강한 재무 여력을 활용해 오픈AI의 이번 데이터센터 임대 계약에 최대 1050억달러의 금융 보증을 한다. 오픈AI의 채무불이행 위험을 엔비디아가 부담함으로써 해당 시설을 개발하는 SB에너지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 단지 전체의 자금 조달이나 오픈AI의 모든 임차 의무를 보증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1050억달러는 프로젝트의 초기 4.25GW 규모에 대해 엔비디아가 제공하기로 한 지원 약정을 의미한다. 엔비디아는 향후 두 번째 단계인 나머지 3.75GW 규모의 용량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적인 지원 의무를 부담할 수 있다.

이 데이터센터에는 엔비디아의 반도체와 컴퓨터가 설치될 예정이다. 전체 구매 규모는 2030년까지 엔비디아에 약 6000억달러의 매출을 안겨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엔비디아는 SB에너지에도 15억달러를 투자해 SBG·오픈AI와 함께 이 프로젝트의 공동 주주로 참여한다. 오픈AI는 이 데이터센터가 2032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건설 일자리 3만5000개, 장기 일자리 2500개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했다.

오하이오주 데이터센터의 총투자액은 5000억달러 규모에 이른다. SB에너지는 신용도가 높은 엔비디아의 지원을 바탕으로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가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SB에너지는 이르면 내달 미국에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같은 대규모 보증을 둘러싸고 실리콘밸리와 월가에서는 엔비디아가 보증을 서서 빌린 돈으로 오픈AI가 다시 엔비디아의 AI 칩을 구매하게끔 해 AI 하드웨어의 수요를 부풀리는 ‘순환금융’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순환금융은 공급업체가 특정 기업에 투자하고, 해당 기업이 그 자금으로 다시 공급업체의 제품을 구매하는 방식의 거래를 뜻한다.

이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순환금융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CEO는 이날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임차료는 오픈AI가 직접 지불한다”며 “엔비디아는 고객의 장기 수요가 확실할 때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핵심 자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공급 능력 확대를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오픈AI에 돈을 대줘서 그 돈으로 엔비디아 칩을 사게 하는 순환금융이 아니라 확실한 수요를 바탕으로 데이터센터 공급망에 미리 투자한다는 것이 황 CEO 설명의 골자다.

그간 엔비디아는 AI 하드웨어를 빠르게 확충하려는 다른 기업에도 재정적 안전장치를 제공해왔다. 대표적으로 코어위브가 있으며, 오픈AI와 경쟁 AI 기업 앤스로픽에도 직접 투자했다. 그러나 이번 계약은 엔비디아가 지금까지 체결한 이 같은 유형의 계약 가운데 최대 규모다.

아울러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대규모 데이터센터 확장에 엔비디아 제품만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14일 스페이스X 클래스 A 주식 1억2276만4805주를 보유 중이며 평가액은 210억달러라고 알렸다.

엔비디아의 이번 보증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 과정에서 빅테크의 재무적 부담이 대차대조표 밖에서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는 흐름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주요 빅테크들이 AI 인프라 확보를 위해 대차대조표에 잡히지 않는 막대한 장기 지출 약정을 떠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가 엔비디아를 포함해 메타ㆍ알파벳(구글)ㆍ아마존ㆍ마이크로소프트ㆍ오라클ㆍ브로드컴ㆍ스페이스XㆍAMD 등 9개 빅테크의 증권신고서 주석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부외(off-balance-sheet) 약정’은 약 3조달러로 집계됐으며 대부분 AI와 관련됐다. 이는 해당 기업들의 최근 1년간 장부상 자본지출액 약 6000억달러의 다섯 배에 이른다.

WSJ는 “이들 빅테크사들이 매분기 공개하는 자본지출 규모는 앞으로 AI에 투자하기로 약정한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데이터센터 임대, 반도체 구매 등을 위해 향후 부담해야 할 재무적 의무 가운데 상당 부분이 대차대조표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빅테크의 AI 실제 지출이 장부상 보이는 것보다 3조달러 더 많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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