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사회 변화에 AI까지 청년 '경력사다리 해체' 가속"⋯무조건 'AI탓' 경계

입력 2026-08-18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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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채용 축소에 유출 증가 겹쳐⋯"일자리 잡아도 유지 어려워"
50대 고용 증가는 '경험ㆍ암묵지' 영향⋯"AI 탓만으론 볼수 없어"

▲1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세 이상 취업자는 2913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10만8000명 증가했지만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1.3% 오른 6.8%를 기록, 지난 2021년 1월 이후 5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며 청년층 고용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 이날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1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세 이상 취업자는 2913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10만8000명 증가했지만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1.3% 오른 6.8%를 기록, 지난 2021년 1월 이후 5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며 청년층 고용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 이날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국내 노동시장에서 인공지능(AI)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청년층의 고용 환경이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다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신규채용 문턱이 높아진 데다 조직에 간신히 진입한 청년들마저 실업 상태로 빠르게 이탈하면서 청년층의 전통적인 '경력사다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18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오삼일 팀장, 오영식 조사역)은 '청년고용 위축, AI 탓인가? 변화하는 경력 사다리와 대응 과제' BOK 이슈노트 보고서를 통해 "생성형 AI 확산은 전체 고용률이나 실업률 같은 총량 지표를 훼손하지 않았으나 청년층 일자리에는 뚜렷한 충격을 안겼다"고 평가했다.

오삼일 팀장은 "전체 고용률과 실업률 지표만 보면 노동시장에 파괴적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유독 청년 고용에서만 뚜렷한 부정적 신호가 관찰된다"며 "신규 채용 중 청년 비중이 팬데믹 이전 36.9%에서 최근 29.3%로 7%포인트 이상 하락했는데, 이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되는 현상"이라고 짚었다.

실제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22년 6월~2026년 6월) 청년층(15~29세) 일자리는 28만5000개 감소했고 이 중 94.0%에 달하는 26만8000개가 AI 노출도 상위 3·4분위(고노출) 업종에 집중됐다. 반면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23만 개 늘었고, 이 가운데 17만3000개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늘어나 시니어와 주니어 간 양극화가 뚜렷했다.

특히 이번 분석에서는 청년고용 위축이 단순한 '신규 채용 축소(Inflow 감소)'를 넘어 '기존 청년 근로자의 유출(Outflow) 증가'라는 이중고로 작용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과거(2016~2019년) 대비 최근 4년간 AI 고노출 업종으로의 청년 고용 유입량은 월평균 3만2600명에서 2만9100명으로 줄어든 반면, 미취업 상태로 이탈한 유출량은 월 평균 3700명에서 4900명으로 32% 급증했다.

오 팀장은 "대부분 청년고용 부진을 기업이 새로 안 뽑아서라고만 생각하지만, 데이터 분석 결과 유출 증가 역시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며 "인구 감소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고노출 업종에서 유출이 늘어났다는 것은 청년들이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고용 상태를 유지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AI 고노출 업종에서 50대 일자리가 급증한 배경에 대해서도 AI의 특성과 국내 노동시장 구조의 상황을 복합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AI가 가장 잘하는 분야는 매뉴얼화된 초급 업무"라며 "시니어들이 가진 조직 특화 경험이나 암묵지, 예외 상황에 대한 판단력은 쉽게 대체할 수 없고 시니어들은 AI를 활용해 오히려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기대수명 연장과 건강 개선 등으로 고숙련·고소득 일자리에 머물려는 고령층의 계속근로 선호 행태가 맞물린 결과"라고 부연했다.

한은은 최근의 사태를 전적으로 AI 탓으로만 돌리는 세간의 시각에 대해서도 경계감을 표했다. 팬데믹 시기 과잉 채용의 정상화, 수시·경력직 선호, 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주니어 교육 훈련 비용 증가 등이 복합 작용한 구조적 변화에 AI가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오 팀장은 "재택근무 확산으로 주니어와 시니어 간 소통 거리가 멀어지면서 비공식 현장 교육이 줄고 주니어 육성 비용이 커졌다"며 "모든 것을 단순한 레토릭으로 'AI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이미 허물어지던 경력사다리의 해체 흐름을 AI가 가속화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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