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거래제 등 하한 적용…시민단체 “미래세대 부담 여전”
법사위·본회의 절차 남아…배출권 비용 예측가능성은 높아져

그간 비어 있던 2030년 이후 국가 온실가스 중장기 감축경로가 법률에 명문화될 전망이다. 헌법재판소가 2031~2049년 정량적 감축목표 부재를 이유로 탄소중립기본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따른 후속 입법 조치다.
18일 국회에 따르면 기후위기특별위원회는 최근 전체회의를 열고 2035년 53~61%, 2040년 69~80%, 2045년 84~90% 범위의 감축목표를 담은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구체적인 연도별 목표는 제시된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확정하도록 했다.
이번 개정안은 2030년 이후 2050년 탄소중립까지의 중간 감축경로를 처음 법률에 명시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현행법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35% 이상 감축하도록 규정하고 구체적 수치는 시행령에서 40%로 정해뒀다. 반면 2031~2049년 감축 수준은 법적 근거가 전무했다.
헌재는 지난 2024년 8월 이러한 입법 공백이 미래세대에 과도한 감축 부담을 떠넘긴다고 판단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가 제시한 입법 시한은 올해 2월 28일까지였으나 공론화와 법안 심사가 길어지며 시한을 넘겨 처리됐다.
다만 배출권거래제 등 실제 산업 규제를 목표 범위의 최하단에 연동하기로 한 점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개정안은 2050년 탄소중립까지 일정한 속도로 줄여나가는 선형 감축경로를 하한으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기업 규제의 기준선은 2035년 53%, 2040년 69%, 2045년 84%로 굳어진다.
이는 정부가 예고한 배출권거래제 운영 방향과 일치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산업통상부는 지난해 11월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확정 후 배출권거래제를 감축목표 하한인 53%에 연동하겠다고 밝혔다. 상쇄배출권 활용과 설비 증설 시 추가할당 등 기업 보완책도 함께 제시했다.
시민사회단체는 법률상 감축목표의 상한을 높게 설정하더라도 배출권거래제 등 실제 기업 규제가 매번 목표 범위의 하한에 맞춰지면 기업이 초기에 적극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일 유인이 떨어진다고 비판한다. 미래세대 부담을 덜어내라는 헌재의 결정 취지를 퇴색시켰다는 주장이다.
기후특위 내부에서도 진통이 이어졌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과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고,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은 기권했다.
개정안은 향후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칠 예정이다.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대통령령이 정할 실제 감축률 수준이 차기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기업들의 기존 탄소중립 로드맵에 미칠 파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주요 대기업들은 국가 감축목표 공백기에도 파리협정 1.5℃ 경로나 과학기반감축목표(SBTi) 등 글로벌 기준에 맞춰 자체 감축 계획을 수립해온 까닭이다.
ESG업계 관계자는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장기 계획을 세워둬 기존 목표가 급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가 감축경로가 확정되면 배출권 할당과 탄소비용의 예측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