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알로 “속도 만으로는 기관 못 잡아…파트너와 함께 메인넷 연다”

입력 2026-10-0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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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제로 랩스 최고사업책임자(CBO) 바비 자고타 인터뷰…차세대 L1 ‘리알로’ 기관 전략 공개
“속도보다 프라이버시·API 연결·리스크 관리가 기관 진입 장벽”…외부 미들웨어 의존 낮춰
KBW 기간 국내 금융사들과 잇단 미팅…“한국 기관들 규제 명확성 기다리며 출발선에”
기관 파트너와 애플리케이션 먼저 구축…향후 파트너십 발표·메인넷 단계 진입 예고

▲바비 자고타 서브제로 랩스 최고사업책임자(CBO)가 9월 30일 서울 강남구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에서 넥스블록과 인터뷰하고 있다. (손기현 기자)
▲바비 자고타 서브제로 랩스 최고사업책임자(CBO)가 9월 30일 서울 강남구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에서 넥스블록과 인터뷰하고 있다. (손기현 기자)

블록체인 업계가 수년간 속도와 확장성을 높이는 데 집중해왔지만 기관의 온체인 진입을 가로막는 핵심 장벽은 따로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은행과 자산운용사 등 금융기관이 실제 블록체인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속도보다 프라이버시와 외부 금융시스템 연결, 리스크 관리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차세대 레이어1(L1) 블록체인 리알로(Rialo)를 개발하는 서브제로 랩스(Subzero Labs)는 기존 블록체인이 외부 오라클과 브릿지 등 여러 미들웨어에 의존하는 구조를 개선하고 기관이 웹2와 웹3 환경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바비 자고타(Bobby Zagotta) 서브제로 랩스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업계를 모두 거친 인사다. 글로벌 파생상품 거래소 운영사 CME그룹을 거쳐 크라켄 최고사업책임자(CCO), 비트스탬프 미국법인 최고경영자(CEO) 겸 CCO를 지냈으며, 비트스탬프의 로빈후드 매각 과정에도 관여했다. 그는 2025년 12월 서브제로 랩스에 합류했다.

자고타 CBO는 넥스블록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블록체인 업계는 모두 속도를 높이는 데 집중해왔다”며 “그러나 기관 채택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은 속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트레이딩에서는 속도가 중요하지만 금융서비스에는 은행과 결제, 대출, 자산운용 등 속도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영역이 많다”며 “이들 기관에는 안전성과 프라이버시, 리스크 관리가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빠른 체인보다 기관이 실제로 쓸 수 있는 체인”

리알로는 수이(Sui) 개발사 미스틴랩스(Mysten Labs) 출신 인력들이 설립한 서브제로 랩스가 개발 중인 L1 블록체인이다. 자고타 CBO에 따르면 창업진은 기존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활동하며 현재의 블록체인 아키텍처가 기관의 요구를 충분히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금융기관이 블록체인을 사용하려면 웹3 밖의 시스템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전통 금융의 백오피스와 데이터 시스템은 대부분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기반으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블록체인에서 외부 금융 데이터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체인링크(Chainlink)와 같은 오라클 사업자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다. 기관 입장에서는 블록체인 외에 또 하나의 외부 사업자와 계약하고 비용을 지불해야 할 뿐 아니라 해당 서비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위험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자고타 CBO의 설명이다.

그는 “리알로에서는 데이터 소스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백오피스도 API를 통해 연결할 수 있다”며 “기관이 외부 정보를 활용하기 위해 별도의 오라클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를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리알로는 전통 금융 데이터와의 연결도 확대하고 있다. 자고타 CBO는 리알로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를 비롯해 뉴욕증권거래소(NYSE), 금융 데이터 플랫폼 플래드(Plaid) 등과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Cboe의 시장 데이터는 전 세계 옵션 상품의 가치 평가에 활용되는 중요한 데이터”라며 “리알로에서는 API를 활용해 기존 금융서비스와 유사한 방식으로 데이터를 연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라클·브릿지 의존 낮추고 프라이버시는 선택적으로

여러 블록체인에 분산된 자산과 유동성을 연결하는 구조 역시 리알로가 해결하려는 문제다. 자고타 CBO는 “기관 고객의 유동성이 솔라나나 이더리움, 스텔라 등 다양한 체인에 존재할 수 있지만 현재는 이를 연결하기 위해 브릿지가 필요하다”며 “브릿지 역시 기관 입장에서는 관리해야 할 또 다른 제3자이자 잠재적인 보안 위험”이라고 말했다. 이어 “리알로는 다른 블록체인과 통신하고 거래할 수 있는 기능을 네트워크에 기본적으로 포함하는 방향으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프라이버시도 기관 시장을 겨냥한 핵심 기능으로 꼽았다. 그는 “금융기관이 퍼블릭 블록체인을 활용하더라도 고객의 거래 내역이나 경쟁적으로 민감한 정보를 모두 공개할 수는 없다”며 “반대로 규제기관에는 필요한 정보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리알로는 거래 정보의 공개 범위를 설정할 수 있는 ‘구성 가능한 프라이버시(configurable privacy)’를 지향한다.

자고타 CBO는 “어떤 정보는 공개하고 어떤 정보는 비공개로 유지할지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며 “규제기관에는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경쟁사에는 민감한 정보를 노출하지 않는 구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완전동형암호(FHE)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특정 기술 하나에 한정하지 않고 “여러 암호학적 도구를 활용해 프라이버시뿐 아니라 공개 범위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체인 대출도 신용정보·KYC와 연결…AI 에이전트엔 ‘Latch’

자고타 CBO는 리알로의 기관 활용 사례로 온체인 대출을 들었다. 현재 퍼블릭 블록체인에서는 특정 지갑이 보유한 온체인 자산은 확인할 수 있지만 대출 대상자의 신용점수나 전통 금융자산, 고객확인(KYC) 여부 등 블록체인 외부 정보까지 함께 확인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은행이 온체인에서 대출을 제공하려면 대출자의 온체인 자산뿐 아니라 신용정보와 다른 금융자산, KYC 여부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리알로는 온체인과 오프체인 정보를 함께 가져와 금융기관이 정한 정책에 따라 거래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다만 리알로가 직접 신용도를 평가하거나 대출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자고타 CBO는 “가령 JP모건과 같은 은행이 고객의 신용도를 판단한다면 기준과 정책은 해당 금융기관이 정한다”며 “리알로는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금융기관이 설정한 정책을 안전하게 실행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분야에서는 서브제로 랩스가 개발한 자체 정책·접근제어 플랫폼 ‘래치(Latch)’를 활용하고 있다. 래치는 AI 에이전트를 등록하고 활동 권한과 한도를 설정하는 일종의 거버넌스 계층으로, 에이전트가 인출할 수 있는 금액이나 접근 가능한 서비스, 활동 기간 등을 사전에 제한할 수 있다.

자고타 CBO는 “AI 에이전트에 중요한 API 접근 권한을 부여했는데 만료 시점이 없다면 향후 해당 에이전트가 어떻게 행동할지 알 수 없다”며 “에이전트가 정해진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정책을 설정할 수 있는 계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래치를 통해 에이전트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단계별로 확인할 수 있고 규제기관을 위한 감사도 가능하다”며 “KYA(Know Your Agent)와도 유사한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기관들 출발선에”…KBW 기간 금융사들과 직접 미팅

서브제로 랩스는 한국을 아시아 전략의 주요 시장으로 보고 있다. 자고타 CBO는 “한국은 매우 활발한 개인투자자 커뮤니티를 갖고 있는 동시에 기관의 관심도 높은 시장”이라며 “다만 기관이 자신 있게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규제가 더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관들의 현 상황을 ‘출발선(starting line)’에 비유했다. 자고타 CBO는 “한국의 기관들은 기회가 어디에 있는지 매우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고 준비도 돼 있다”며 “조금 더 규제 명확성이 생기기를 출발선에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때가 됐을 때 리알로가 이미 시장에 알려진 이름이기를 원한다”며 “우리는 한국 시장을 장기적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브제로 랩스는 서울에도 시니어급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그는 이를 두고 “한국에 대한 큰 투자”라며 한국 시장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특히 이번 한국블록체인위크(KBW) 기간에는 다수의 국내 금융기관과 직접 만났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회사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금융서비스 전반에 걸쳐 다양한 회사들과 만나고 있다”며 “만난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디파이(DeFi)와 씨파이(CeFi), 전통 금융을 연결할 수 있는 더 나은 온체인 인프라를 원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알로가 그 인프라가 될 수도 있고 다른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지만 이들 기관 모두 온체인 금융이라는 방향에는 상당히 적극적”이라며 “다만 한 단계씩 접근해야 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 전략은 희망이 아니다”…파트너와 거래 만든 뒤 메인넷

리알로의 시장 진입 전략도 기존 L1과는 다르게 가져가겠다는 방침이다. 자고타 CBO는 그동안 다수의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네트워크를 먼저 구축하고 이후 기관이나 개발자들이 자연스럽게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방식을 택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블록체인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은 뒤 기관과 개발자들이 오기를 기대하는 프로젝트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항상 기대한 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며 “우리의 전략은 누군가 오기를 희망하는 것이 아니다(Our strategy isn't gonna be hope)”라고 강조했다.

서브제로 랩스는 주요 기관들과 먼저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실제 애플리케이션을 공동 개발한 뒤 메인넷 단계에 진입하는 전략을 택했다. 자고타 CBO는 “메인넷 단계로 들어갈 때 이미 비즈니스와 거래량, 유동성이 흐르고 있는 상태를 만들고 싶다”며 “나중에 누군가가 와주기를 기대하는 구조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복수의 기관 및 파트너와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실제 파트너와 서비스를 가동할 준비가 되는 시점에 메인넷 단계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는 “파트너와 함께 메인넷 단계로 진입하기로 결정했다”며 “현재 여러 파트너와 작업하고 있고 파트너와 실제로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는 시점이 메인넷을 여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몇 주 내 관련 파트너십도 추가 공개할 예정이다.

자고타 CBO는 “그동안 기술을 구축하고 완성하는 데 집중하며 비교적 조용히 움직여왔다”며 “앞으로 일부 파트너십을 발표하면 리알로와 서브제로 랩스에 대한 인지도도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메인넷은 그 다음 단계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이후 기관뿐 아니라 더 많은 개발자와 소비자 서비스, 게임, 트레이딩 등 다양한 분야로 생태계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개인투자자 시장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확대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적절한 시점이 오면 한국 리테일 시장에서도 활동을 확대할 것”이라며 “나중에 갑자기 한국에 들어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가 되기보다는 이미 오랜 기간 한국에서 관계와 존재감을 쌓아온 프로젝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자고타 CBO는 “앞으로 몇 분기가 리알로에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활동을 공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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