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이 생존 인프라로…전력·냉방 확보전 [극한기후 생존경제 ②]

입력 2026-08-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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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6-08-13 18:3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2050년 냉방수요 3배…전력망 부담 가중
AI 데이터센터까지 가세…전력수요 사상 최대
에어컨 못 트는 저소득층…‘냉방 빈곤’ 심화
UNEP “냉방 혁신으로 누적 43조달러 절감”

폭염이 일상화하면서 냉방이 편의시설을 넘어 물, 전기, 위생과 함께 삶을 지탱하는 생존 인프라로 자리매김했다. 여름철마다 반복되던 ‘더위 대비’가 이제는 국가 차원의 전력·자원 관리 문제로 격상된 것이다.

13일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세계 냉방용 전력 수요가 2050년까지 지금의 세 배 이상으로 늘어나 전력망에 가장 큰 부담을 주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냉방 수요 증가는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이어진다. 냉방과 관련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2년 대비 두 배 가까운 72억t(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폭염을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에어컨이 역설적으로 지구온난화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전 세계 전력망은 이미 한계 시험대에 올랐다. 매년 이어지는 폭염으로 인한 냉방 수요 증가와 함께 ‘전기 먹는 하마’인 AI 데이터센터가 경쟁적으로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텍사스에서는 폭염과 AI 데이터센터 가동이 동시에 겹치면서 지난달 말 한때 일일 기준으로 전력수요가 9만1308MW(메가와트)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 기관으로 13개 주와 워싱턴D.C. 전력망을 관리하는 PJM 역시 같은 달 3일 냉방 수요 급증과 발전기 고장이 맞물리자 기업과 가정에 전력 사용 감축을 요구하는 비상조치를 발동했다. 폭염이 그 자체로 재난이 아니라 전력망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연쇄적 위기 요인이 된 것이다.

문제는 이 위기가 모두에게 공평하게 닥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저소득층은 집에 에어컨이 아예 없거나 있다고 해도 치솟는 전기요금을 감당하지 못해 사용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같은 도시 안에서도 고온으로 인한 사망률과 온열질환과 같은 건강상 피해가 특정 지역과 계층에 집중되는 ‘냉방 빈곤’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폭염이 물리적 기온의 문제를 넘어 불평등의 문제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법은 있다고 진단한다. UNEP는 고효율 냉방 기기 보급과 건물 단열 강화, 옥상을 흰색이나 반사 소재로 처리하는 쿨루프, 도심 녹지인 도시숲 확대 등을 병행하면 2050년까지 전력·시설 관련 비용을 누적으로 최대 43조달러(약 6경원)절감하면서 동시에 30억 명을 폭염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냉방을 개별 가전제품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도시 설계와 에너지 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인프라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도 폭염이 반복될 때마다 취약계층에 전기요금을 지원하는 임시방편적 대응을 넘어서 보다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와 노인시설, 임대주택, 물류센터 등 폭염에 취약한 시설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국가 차원의 냉방 인프라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에어컨이 사치품에서 생존 필수재로 바뀐 지금 이를 뒷받침할 전력망과 정책 설계가 함께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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