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데이터센터의 규모가 확대되면서 AI 경쟁력을 좌우하는 병목이 그래픽처리장치(GPU)·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반도체 확보에서 이들을 서로 잇는 '연결'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수천에서 수만개에 이르는 GPU를 유기적으로 묶는 네트워크와 전력 효율이 AI 시대의 새로운 승부처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삼일PwC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이제 병목은 연결이다: AI 시대 광통신과 국내 기업의 기회’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3일 밝혔다. 보고서는 AI 인프라의 데이터 전송 방식이 기존의 구리 기반 전기 연결에서 광통신으로 전환되는 흐름을 분석하고, 한국 기업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의 구리 케이블은 네트워크 대역폭이 늘어날수록 전력 효율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보고서는 현재 주요 AI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되는 고대역폭 연결 환경에서 구리의 유효 전달 거리가 수미터(m) 이내로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AI 데이터센터가 대형화되면서 랙과 랙 사이의 연결 거리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전달되는 전기 신호가 약해지는 문제도 발생한다.
보고서는 전기 기반 연결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최근 부상하고 있는 광통신 기술을 3단계로 구분해 소개했다. 1단계는 랙과 랙 사이 장거리 연결에 광통신을 도입해 저지연· 저전력 환경을 구축하는 단계다. 데이터는 전기 신호로 처리되지만, 전송 구간에서는 빛의 형태로 변환돼 광섬유를 따라 이동한다. 광섬유 케이블은 신호 감쇠가 매우 적어 중장거리 초고속 통신이 가능하다. 데이터를 전기 신호에서 광 신호로 변환하는 역할은 광트랜시버가 담당한다.
2단계는 광학 엔진을 스위치 칩과 같은 패키지에 통합하는 공동패키징 광학(CPO) 기술이다. 장비 내부의 전기 신호 구간을 극단적으로 줄여 전력 효율을 개선한다. 보고서는 현재 CPO가 초기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으며 글로벌 시장 규모는 연평균 38% 성장해 2030년 5억8000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3단계는 GPU 칩 간 인터페이스의 광 전환으로, 연산 칩의 물리적 거리 제약을 극복해 AI 시스템 아키텍처를 바꿀 차세대 기술로 평가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AI 인프라 기업들은 광통신 기술을 적용해 데이터 연결·처리 속도와 효율 극대화에 나서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3월 광학 기술기업 루멘텀·코히런트에 각각 20억 달러를 투자하며 광통신 전략을 공식화했고, 글로벌 1위 파운드리 TSMC도 실리콘 포토닉스 칩 등 CPO 제조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광케이블·광트랜시버 영역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광통신은 수직계열화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미국 AI 인프라용 광케이블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오이솔루션·빛과전자는 광트랜시버 제품을 개발하며 시장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한편 보고서는 광통신의 발전으로 AI 시스템이 '집적 중심'에서 '유연한 분산 구조'로 전환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광통신 기반 고속 연결 환경에서는 GPU와 HBM을 물리적으로 밀접하게 배치해야 한다는 제약이 점차 완화되며, 메모리 배치와 시스템 설계 방식이 바뀔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국내 메모리 기업의 경우, 광통신 환경에서 최적화된 메모리 활용 구조와 아키텍처를 고민하고 선제적인 연구개발 및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승환 삼일PwC AX노드 리더(파트너)는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에서 초격차를 만들어냈듯이, 광통신 분야에서도 한국의 강점이 발휘될 특화 영역이 충분히 등장할 수 있다"며 "축적된 반도체 역량과 정밀 제조 경쟁력을 지렛대 삼아 실리콘 포토닉스, 고속 인터커넥트 칩 등 인접 영역으로 기술력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