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아닌 농협도 지방행?…농업계 “조합원 빠진 이전 반대”

입력 2026-08-1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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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협 “정치 논리보다 농업인 실익·협동조합 자율성 우선”
2026년 공공기관 342곳 명단서 제외…농협법엔 주사무소 ‘서울’
여야 이전 법안·지자체 유치전…국토부 “대상·지역 결정 안 돼”

▲29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 등 조합원들이 농협본사 강제이전을 반대하는 결의대회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희진 기자)
▲29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 등 조합원들이 농협본사 강제이전을 반대하는 결의대회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희진 기자)

공공기관이 아닌 농협중앙회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유치전 한복판에 섰다. 정부는 이전 대상과 지역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국회에서는 본부를 전북으로 옮기거나 소재지를 정관으로 정하도록 하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고 지방자치단체들도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농업인단체들은 이전 비용이 농업인 지원 재원을 잠식할 수 있다며 정치권이 앞서기 전에 농업인과 조합원의 뜻부터 물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한종협)는 11일 성명을 내고 “농업인·조합원의 의견을 배제한 농협중앙회 지방 이전 논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는 필요하지만 법적 성격과 조직 구조가 다른 기관까지 획일적인 이전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농협중앙회는 정부가 설립하거나 출자한 일반 공공기관이 아니라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에 따라 설립된 협동조합의 중앙조직으로, 지역 농·축협을 회원으로 둔다. 재정경제부가 올해 지정한 공공기관 342곳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도 구성원의 상호부조와 복리증진, 권익 향상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은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 농협법 제114조는 중앙회의 주된 사무소를 서울특별시에 두도록 명시한다.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만으로 본부를 옮길 수 없고 법 개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한종협은 헌법이 농어민 자조조직의 자율적 활동과 발전을 보장하고, 농협법이 국가와 공공단체가 조합과 중앙회의 자율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점도 반대 근거로 들었다.

▲29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 등 조합원들이 농협본사 강제이전을 반대하는 결의대회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희진 기자)
▲29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 등 조합원들이 농협본사 강제이전을 반대하는 결의대회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희진 기자)

국회에는 농협중앙회 이전과 관련한 농협법 개정안 5건이 계류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이성윤 의원은 주사무소를 전북특별자치도로 옮기는 법안을 냈다. 민주당 문금주 의원과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서울로 못 박은 규정을 없애고 주사무소 소재지를 중앙회 정관으로 정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안은 중앙회가 국가균형발전과 지역별 농가인구·경지면적·농업생산량 등을 고려해 소재지를 정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전 찬성 측은 농협중앙회 본부를 농업 현장과 가까운 곳으로 옮기면 현장 중심의 의사결정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북은 농촌진흥청과 한국식품연구원, 국가식품클러스터 등 농생명 기관과의 연계를 내세우고 있다. 전남·광주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한국농어촌공사가 자리 잡은 나주혁신도시의 집적 효과를 강조한다.

정부는 올해 안에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2027년부터 선도기관 이전에 착수할 계획이다. 그러나 농협중앙회를 포함한 특정 기관이나 이전 지역은 확정하지 않았다. 지난달 ‘농협중앙회는 나주로, 일부 금융계열사는 부산으로 옮긴다’는 내용이 확산되자 국토교통부는 “이전 대상 기관과 이전 지역은 전혀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비용 대비 효과도 논란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는 토지 매입비를 제외한 이전 비용을 최소 2520억원으로 추산했다. 중앙본부 인력 1167명 가운데 자산운용·전산 등 수도권 잔류가 필요한 인력을 빼면 이전 가능 인원은 460여명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두 수치는 정부의 공식 추계가 아니라 노조가 제시한 추산치다.

한종협은 사옥과 전산시스템 이전, 조직 재편과 인력 정착에 대규모 재원이 투입되면 농산물 판매·유통과 영농 지원 등에 사용할 자금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본부를 물리적으로 옮기기보다 지역 농·축협의 경제사업과 농산물 유통·판매 기능을 강화하고 농촌지역의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지역 활성화에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정부 계획에 농협중앙회가 포함될지조차 정해지지 않은 단계에서 정치권의 법 개정과 지자체 유치 경쟁이 먼저 달아오르면서 이전 여부뿐 아니라 결정 주체와 비용 부담을 둘러싼 갈등도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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