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해양·물류 기관 집적 강조…“동남권투자공사, 산은 대체 못해”
정점식 “부산 특성 맞는 기관 발굴…입법·정책으로 지원”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앞두고 기계적 ‘균등 배분’이 아닌 지역 산업과 연계한 ‘전략적 집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 부산 의원들은 부산을 금융·해양·물류 거점으로 육성하려면 한국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을 집중적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11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부산시당 주최로 열린 ‘2차 공공기관 이전 부산의 유치전략 토론회’에는 이성권 부산시당위원장을 비롯해 부산 지역 의원들과 정점식 원내대표, 무소속 한동훈 의원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1차 공공기관 이전의 한계를 보완하려면 2차 이전은 기관 수를 지역별로 나누는 방식에서 벗어나 산업 생태계와 연계한 집적 전략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권 부산시당위원장은 “1차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153개 공공기관이 전국 혁신도시 등에 이전했지만 기계적인 배분을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한계로 평가된다”며 “이제는 지역적 강점과 특성에 맞는 공공기관 이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경남이 동반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며 “수도권과 함께 부산이 양 날개를 펼치며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대한민국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역이 새로운 성장축이 돼야 하고 2차 공공기관 이전은 이를 현실로 만들 중요한 계기”라며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자 항만·물류를 비롯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산의 특성에 맞는 기관을 발굴하고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국민의힘도 부산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입법과 정책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에서는 특히 산업은행 부산 이전 필요성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단순히 공공기관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지역 산업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정책금융기관을 유치해야 경제적 파급 효과를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배근호 동의대 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관들이 부산에 더 많이 와야 한다”며 “과거 산업연관분석을 통해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고용 증가 효과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동남권 투자공사 구상에 대해서는 산업은행 이전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산업은행 이전 효과와 동남권 투자공사 신설 효과를 비교하면 산업은행 이전이 국가 전체와 부산 모두에 실질적인 효과가 훨씬 크다”며 “동남권 투자공사 신설을 이유로 산업은행 이전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부산의 금융 인프라를 활용해 정책금융기관을 집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수영 부산국제금융진흥원 경영기획실장은 “부산은 수도권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금융중심지로 새로운 금융도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구축된 금융중심지를 완성하는 문제”라며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 한국벤처투자 등 자금 융통 기능이 있는 금융기관의 이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김 실장은 산업은행 이전과 동남권 투자공사 설립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정책금융기관 이전과 함께 부울경 산업 생태계의 금융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동남권 투자개발공사의 신속한 설립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경제계에서도 2차 이전의 기준을 ‘지역 안배’에서 ‘경제적 효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인수 부산상공회의소 조사연구 담당자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낙후지역 배려라는 관점에서 볼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성장동력을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재배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과 연결되는 기관을 먼저 배치해야 한다”며 “금융중심지에는 정책금융기관을, 해양수도에는 해양수산기관을, 제조업 현장에는 첨단 연구기관을 연결해야 한다. 산업적 맥락 없이 인원수로 기관을 나눠주면 1차 이전의 한계가 되풀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이전만으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전 기관의 지역인재 채용뿐 아니라 지역 금융기관·기업·대학과의 연계를 제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한영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전 자체가 능사는 아니다. 기관이 내려왔을 때 지역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가 중요하다”며 “공공기관 경영평가 등에 지역 중소기업이나 지방은행 등과 상생하는 항목을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산업은행 이전에 대해서는 “해양수도 완성과 금융기관의 역할을 고려하면 반드시 부산으로 내려와야 한다”며 “동남권 투자공사는 현 정부 공약대로 추진하면 되는 문제로 산업은행 이전과 대체 관계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부산시의회도 산업은행 이전을 2차 공공기관 이전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강무길 부산시의회 의장은 “이번 2차 공공기관 이전은 균등 배분할 것이 아니라 가능성 있는 거점도시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며 “산업은행은 반드시 부산에 이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 반발이나 지자체 간 경쟁 과열 등을 이유로 산업은행을 이전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오랜 시간 기다려 온 부산 시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부산은 동남권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견인할 기반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