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얼음 실크로드’ 연다⋯후티 위협 피해 북극으로

입력 2026-08-1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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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아내린 북극 해빙, 새 뱃길 열어
지정학 요충지 피하기 위한 목적도

▲북극에서 쉐빙선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북극에서 쉐빙선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극지방의 얼음이 녹으면서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항해 거리가 짧아지고, 선박들이 지정학적 위험이 큰 해상 요충지를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북극이 기존 해운 항로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튀르키예와 북아프리카 시장에 주력하는 중국 컨테이너 선사 ‘시 레전드(Sea Legend)’는 이번 주 북극을 통과하는 최초의 정기 컨테이너 운송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주 1회 운항하는 이 서비스는 중국 동부 해안의 닝보와 영국 펠릭스토를 오가며 러시아 북부 해안을 따라 항해한다. 회사는 과거 중국과 유럽을 연결했던 교역로인 실크로드에서 이름을 따 이 서비스를 ‘얼음 실크로드(Ice Silk Road)’라고 명명했다.

북극권의 기상과 해빙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이 항로를 이용하면 닝보와 펠릭스토를 오가는 데 통상 40일 정도 걸리던 항해 시간이 약 20일로 절반가량 단축된다. 여름에는 해빙(海氷)이 충분히 북쪽으로 물러나 쇄빙 능력을 갖추지 않은 선박도 항해할 수 있다.

북극 지역의 통제권을 둘러싼 지정학적 경쟁에도 불구하고 해운업계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홍해로 진입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 등 주요 중동 해상 요충지와 분쟁 지역을 우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 후티는 지난달 홍해를 지나는 선박에 대한 위협을 재개했다.

보험사 알리안츠의 라훌 칸나 글로벌 해상 위험 컨설팅 책임자는 “북극과 북동항로를 통과하는 선박이 확실히 늘었다”며 “선박과 선주들이 이 항로를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약하는 동시에 지정학적 요충지와 분쟁 지역을 모두 피할 수 있는 기회로 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북극항로 이용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여름 러시아 북부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북동항로(NSR)를 통과한 운항은 사상 최대인 23회를 기록했다. 전년의 15회에서 1년 만에 50% 이상 증가한 것이다.

북극항로에 대한 해운업계의 관심은 얼음이 있는 해역을 운항할 수 있도록 설계된 빙선박 건조 증가에서도 확인된다. 해운 데이터 업체 베슨 노티컬에 따르면 지난해 건조된 내빙선박은 167척으로 10여 년 만에 가장 많았다. 올해도 164척이 추가로 건조될 예정이다.

유럽 해운업계는 북극항로 이용에 상대적으로 신중한 입장이다.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는 2018년 블라디보스토크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잇는 북극 항로에 처음으로 컨테이너선을 투입했지만, 이후 머스크를 비롯한 많은 유럽 기업들은 취약한 북극 생태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 항로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노르웨이 노르드대가 운영하는 매체 ‘하이 노스 뉴스’의 북극 해운 전문가 말테 훔페르트는 유럽 기업들이 이 항로 이용을 꺼리는 이유로 러시아와의 관계와 기후변화 문제를 꼽았다. 북동항로는 해빙 상황에 따라 28개 구간으로 나뉘며 러시아 국영 원자력기업 로사톰이 관리하는 북동항로 당국이 각 구간의 운항 지침을 정하고 항해 허가를 발급한다.

아울러 북극은 고질적으로 선박 운항에 상당한 위험을 안고 있다. 선원들은 빙원을 항해한 경험이 필요하며, 고위도 지역에서는 GP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사고가 발생해도 선박 수색·구조 등의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칸나 책임자는 “쇄빙선 지원을 받을 수 없다면 선박이 얼음에 갇힐 가능성이 크다”며 “북극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선박 구난이나 지원, 소방 또는 구조 역량이 제한적이어서 비상사태나 사고에 대응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고 짚었다.

실제 알리안츠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북극권에서는 500건이 넘는 해운 사고가 보고됐다. 이 가운데 기계 장치 손상이나 고장으로 인한 사고가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이 밖에 선박들은 엄격한 안전 및 환경보호 기준을 규정한 국제해사기구(IMO)의 ‘극지운항규칙(Polar Code)’도 준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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