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었지만 매대는 아직 비어”…‘구사일생’ 홈플러스, 정상화 시험대[르포]

입력 2026-08-10 18:12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2000억원 긴급자금 수혈…전국 67개 점포 영업 재개
직원들 진열 분주…가공식품·델리 매대 곳곳 빈자리
가오픈 첫 주말 지나…사흘 뒤 정식 개장 구색 관건

▲10일 홈플러스 금천점 입구에 정상 영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박선현 기자 sunhyun@)
▲10일 홈플러스 금천점 입구에 정상 영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박선현 기자 sunhyun@)

10일 오전 홈플러스 금천점. 출입문에는 '마트·몰 정상 영업 중입니다'라는 안내문이 여러 장 붙어 있었다. 지난달 임시휴업으로 굳게 닫혔던 문이 다시 열렸다는 사실을 거듭 알리고 있었지만 매장 안 진열대 곳곳에는 '상품 입고 준비 중', '새 단장 준비 중'이라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었다. 문은 열었지만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풍경이었다.

가장 분주한 사람들은 직원들이었다. 신선식품 코너에서는 직원들이 바닥에 내려놓은 상자에서 채소를 꺼내 종류별로 나누고 빈 진열대에 하나씩 채워 넣었다. 라면 코너에서도 입고된 제품을 진열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직원들은 박스를 뜯어 봉지라면 묶음을 꺼낸 뒤 브랜드별로 진열하고 비어 있는 칸을 확인하며 상품을 옮겼다. 진열대 뒤쪽에 놓인 제품을 앞쪽으로 당겨 줄을 맞추는 손길도 이어졌다.

한 직원은 "상품이 들어오는 대로 직원들이 매대에 진열하고 있다"며 "아직 채워지지 않은 곳이 있지만 정식 개장 전까지 최대한 많은 상품을 갖출 수 있도록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을 수혈받아 이달 7일 전국 67개 점포의 영업을 재개했다. 가오픈 이후 첫 주말을 보낸 뒤 맞은 월요일이지만 매장 곳곳에는 상품을 미처 채우지 못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홈플러스는 사흘 뒤인 13일부터 판촉 행사와 함께 정식 개장할 예정이다.

매장 내부는 휴업 전 모습을 상당 부분 되찾은 듯했다. 과일과 채소 매대에는 상품이 비교적 빼곡히 들어찼고 계란과 냉동식품, 음료 등 주요 생필품도 판매되고 있었다. 자체브랜드(PB) 상품들도 가지런하게 채워졌다. 그러나 매장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정상화가 끝나지 않았다는 흔적이 선명했다. 가공식품 진열대는 상품이 놓인 상단과 달리 중·하단이 길게 비어 있었다. 제품이 일부 구간에만 몰려 검은색 진열대 바닥이 그대로 드러난 곳도 적지 않았다.

▲10일 홈플러스 금천점 가공식품 코너에서 한 고객이 상품이 듬성듬성 놓인 매대를 둘러보고 있다. (박선현 기자 sunhyun@)
▲10일 홈플러스 금천점 가공식품 코너에서 한 고객이 상품이 듬성듬성 놓인 매대를 둘러보고 있다. (박선현 기자 sunhyun@)

매장을 찾은 60대 A씨는 "평소 자주 이용하던 매장이라 다시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다"며 "임시휴업 직전에 왔을 때는 물건이 거의 다 빠져 있어 마음이 아팠는데 오늘 다시 상품이 채워지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비어 있는 곳이 적지 않은데 물건은 언제쯤 다 들어오는지 궁금하다"며 "예전처럼 필요한 상품을 모두 살 수 있는 매장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즉석조리식품 코너의 상황도 비슷했다. 닭강정과 초밥 등 일부 상품이 진열돼 있었지만 넓은 냉장 매대를 채우기에는 수량이 부족했다. 수산물과 밀키트 코너도 제품이 듬성듬성 놓여 있어 평소 대형마트에서 볼 수 있는 풍성한 매대와는 차이가 컸다.

입점업체들도 영업 정상화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패션 매장들은 최대 50% 할인과 여름 시즌오프 행사를 알리는 안내판과 풍선 장식을 내걸고 고객 맞이에 나섰다. 휴업 기간 일부 업체가 철수했지만 인접 매장들이 남은 공간까지 상품 진열을 넓히며 매장 구색을 갖춰가고 있었다. 다만 통로를 오가는 고객은 많지 않아 입점업체들이 정상화를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다.

상품 확보가 더딘 배경에는 아직 회복되지 않은 협력업체와의 거래 관계가 자리한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협력업체는 기존 외상거래 대신 선결제나 결제기간 단축을 요구하고 있다. 영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자금 확보뿐 아니라 회생절차 과정에서 흔들린 공급망과 거래 신뢰를 되살려야 하는 셈이다.

2000억원은 점포 문을 다시 여는 데 필요한 마중물이 됐지만 전국 점포를 과거 수준으로 정상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긴급자금이 임금과 점포 운영비, 상품 매입 등 여러 용도로 투입돼야 하는 만큼 단기간에 모든 매대의 구색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서다. 정식 개장 이후에도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찾지 못한다면 재개장 효과가 오래가기 어렵다.

홈플러스에 남은 시간도 많지 않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은 다음달 4일이다. 그전까지 영업을 안정시키고 고객과 협력업체에 계속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거나 매각의 실마리를 마련해야 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점포 문을 다시 연 것은 정상화를 위한 첫 단계일 뿐"이라며 "상품 공급을 안정시켜 매대를 채우고 고객에게 언제 방문해도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신뢰를 다시 심어주는 일이 홈플러스의 생존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홈플러스 금천점 신선식품 코너에서 직원들이 입고된 상품을 매대에 진열하고 있다. (박선현 기자 sunhyun@)
▲10일 홈플러스 금천점 신선식품 코너에서 직원들이 입고된 상품을 매대에 진열하고 있다. (박선현 기자 sunhyun@)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단독 한국 드론기술, 우크라 전장서 시험 중…“스타트업 여러 곳 참여”
  • 美 미사일 재고 ‘빨간불’…K방산 북미 진출 기대
  • KBO 폭염 '여름방학' 끝…프로야구 갈 길 멀다 [해시태그]
  • 빅뱅 컴백하고 튜이드 데뷔하고⋯K팝 '몇 세대'세요? [엔터로그]
  • "이상적인 자녀 수는 2명"…현실은 [데이터클립]
  • 개미 울린 레버리지 ETF…월가는 변동성서 새 수익 기회
  • '매수 사이드카' 터진 코스닥 6.9% 껑충…반도체 소부장·바이오가 끌었다
  • SK하이닉스 ‘자사주 성과급’ 갈등 격화…통합노조 출범 움직임
  • 오늘의 상승종목

  • 08.10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1,556,000
    • +0.23%
    • 이더리움
    • 2,700,000
    • +0%
    • 비트코인 캐시
    • 303,900
    • -0.13%
    • 리플
    • 1,455
    • -0.07%
    • 솔라나
    • 108,200
    • +0.56%
    • 에이다
    • 276
    • -0.36%
    • 트론
    • 466
    • +0.22%
    • 스텔라루멘
    • 230
    • +0%
    • 비트코인에스브이
    • 20,570
    • +1.18%
    • 체인링크
    • 11,690
    • +0.17%
    • 샌드박스
    • 58.96
    • +0.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