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임대업·제조업 등 연체율 상승세
여신심사 강화 전망⋯중기 자금난 딜레마

5대 은행이 올해 상반기 9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뒀지만 고정이하여신(NPL)이 늘며 자산건전성은 뒷걸음질쳤다. 기업대출 확대 속에 중소기업 연체 부담도 커지면서 은행권은 자금 공급과 부실 억제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하반기 건전성 관리가 강화되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상반기 순이익은 9조34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6% 증가했다. 핵심 수익원인 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늘었지만, 판매관리비와 일부 은행에서는 대손비용 등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순이익 증가 폭은 제한됐다.
수익은 늘었지만 대출자산의 질은 나빠졌다. 5대 은행의 6월 말 고정이하여신은 총 7조4334억원으로 전년 동기 6조4324억원보다 15.6%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이 증가하면서 손실흡수 여력도 낮아졌다. 5대 은행의 대손충당금은 11조1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3% 감소했다. 이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고정이하여신으로 나눈 합산 커버리지비율은 177.0%에서 148.1%로 28.9%포인트(p) 하락했다.
건전성 지표에 위험 신호가 감지되면서 하반기 신용위험 높은 업종과 차주 중심 선별 심사 등 기업대출 문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부동산·임대업, 건설업 등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신규 대출 심사와 만기 연장 조건을 강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소기업 별도 업종별 연체율이 공시된 신한·하나·우리은행에서는 중소기업 전체와 △부동산·임대업 △제조업 △건설업 등의 연체율 상승세가 확인된다. 우리은행의 부동산·임대업 중소기업 연체율은 전년 동기 대비 0.41%p 올랐고, 신한은행의 제조업 중소기업 연체율은 0.12%p 상승했다. 하나은행의 건설업 중소기업 연체율은 0.21%p 올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상환 부담과 은행의 충당금 부담이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장은 “자산 건전성에서는 이자율 향방이 굉장히 중요하다. 금리 추가 인상 시 기업을 포함한 차주들 이자 부담이 커져 유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면서 “자산의 질이 나빠지면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내수 회복이 업종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한 상황에서 차주의 상환 능력이 더 떨어지면 요주의여신과 고정이하여신이 늘고, 추가 충당금 적립이 하반기 은행 이익 증가분을 상쇄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하반기 은행권의 취약 업종·차주에 대한 모니터링, 부실채권 매각·상각 등이 예상된다”며 “대출 신규 취급이나 만기연장 시 상환능력과 담보가치 등 여신심사 절차 강화, 필요 시 추가 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건전성 관리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은행의 건전성 관리 강화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자금난까지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신용도와 담보력이 낮은 차주일수록 신규 대출이나 만기 연장 과정에서 불리한 조건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을 동시에 요구하는 가운데 은행들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에 자금 공급을 유지하면서도 한계기업의 추가 부실을 억제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였다. 은행이 수익과 건전성을 동시에 좇으면서 두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성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건전성 악화와 충당금 증가로 은행 이익이 줄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대출을 공급할 여력도 자연스럽게 축소될 수 있다”며 “포용금융 등은 원래 정부 재정으로 사회복지 등의 차원에서 뒷받침돼야 한다. 은행에만 역할을 맡기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