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충격에 방향까지 엇갈린 ‘디커플링’

최근 한 달간 국내 반도체주가 미국 반도체주보다 큰 폭으로 하락하며 한미 반도체주 간 괴리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반도체주가 오를 때는 상승폭을 따라가지 못하고 내릴 때는 더 크게 밀린 데다 일부 거래일에는 방향마저 엇갈리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까지 나타났다. 외국인 매도와 레버리지 청산이 겹치며 국내 증시의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5일 본지가 최근 한 달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와 코스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국내 증시와 반도체 대형주의 하락폭은 미국 반도체지수를 크게 웃돌았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현지시간)는 7월 2일 1만2626.22에서 8월 3일 1만1430.35로 9.47% 하락했다. 코스피는 7월 3일 8088.34에서 8월 4일 6358.95로 21.38% 떨어졌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30만9500원에서 24만원으로 22.46% 하락했다. SK하이닉스는 242만5000원에서 157만7000원으로 34.97% 급락했다.
코스피의 낙폭은 미국 반도체지수의 약 2.3배였다. 삼성전자는 약 2.4배, SK하이닉스는 약 3.7배에 달했다. 미국 반도체 업종의 조정을 넘어 국내 증시에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이 적용된 셈이다.
일별 흐름에서도 국내 반도체주의 약세는 뚜렷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오른 뒤 국내 증시가 열린 날은 12거래일이었다. 이때 미국 반도체지수는 평균 2.22% 올랐지만 삼성전자는 평균 1.36%, SK하이닉스는 1.60%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반대로 미국 반도체주가 하락하면 국내 반도체주는 더 크게 밀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내린 9거래일의 평균 하락률은 3.80%였다. 이후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는 평균 4.57%, SK하이닉스는 5.86% 떨어졌다.
특히 SK하이닉스는 미국 반도체지수가 오를 때 상승폭의 72%만 반영했지만 내릴 때는 낙폭이 54% 더 컸다. 상승 효과는 일부만 반영한 반면 하락 충격은 더 크게 받아낸 셈이다.
최근에는 방향마저 엇갈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7월 31일 0.07% 올랐지만 다음 거래일인 8월 3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오히려 각각 8.76%, 8.79% 하락하며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
국내 반도체주는 미국 업황보다 수급에 더 크게 흔들렸다. 외국인 매도에 레버리지 투자자의 반대매매와 포지션 청산이 겹치며 낙폭을 키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높은 시가총액 비중 탓에 두 종목의 약세는 코스피 전체 변동성으로 번졌다.
증권가도 최근 급락을 실적 훼손보다 투자심리와 수급 위축의 결과로 보고 있다. 다만 위험 선호 약화와 메모리 업종의 밸류에이션 하락을 반영해 목표주가는 잇달아 낮췄다.
삼성증권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3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14.3% 하향했다. 실적 전망을 낮춘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향후 실적을 더 보수적으로 확인하려는 분위기를 반영해 목표주가 산정 기준을 낮췄다.
신한투자증권도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45만원으로 하향했다. 메모리 업종 전반의 밸류에이션 하락과 목표주가와 현재 주가 사이의 과도한 괴리를 반영한 조정이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하락은 데이터센터 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문과 메모리주 쏠림 현상이 겹친 결과”라며 “펀더멘털과 이익 전망을 바꿀 만한 신호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