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남자 테니스가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에서 19일 사상 처음으로 8강에 진출하며 새로운 중흥기의 서막을 열었다.
1900년 창설된 데이비스컵은 남자 테니스 최고 권위를 지닌 국가대항전이다. 대회 방식 개편을 거쳐 2025년부터는 8강 토너먼트인 '파이널'을 최종 본선으로 치르고 있다. 1960년 첫 출전 이래 1981년, 1987년, 2008년, 2022년, 2023년 등 5차례 16강에 머물렀던 한국은 이번 승리로 통산 6번째 도전 만에 사상 첫 8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8강으로 향하는 여정은 험난했다. 지난해 9월 월드그룹 1에서 세계 10위 알렉산드르 부블리크가 버틴 카자흐스탄을 꺾은 데 이어, 올해 2월 최종 본선 진출전 1라운드에서는 '남미 강호' 아르헨티나를 3-2로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기세를 몰아 2라운드에서 인도마저 3-1로 물리치며 마침내 8강 티켓을 품에 안았다.
대표팀 면면을 보면 가히 한국 테니스의 '황금기'라 부를 만하다. 2년 연속 16강 진출을 이끈 권순우(충남체육회)와 홍성찬(당진시청), 그리고 한국 선수 유일의 메이저 4강 신화 주인공 정현(김포시청)이 원팀으로 뭉쳤다.
지난여름 전역 후 윔블던 2회전 진출 등으로 건재를 알린 권순우는 이번 인도전에서도 단식 2승을 챙기며 명실상부한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오랜 부상 공백을 딛고 돌아온 정현의 부활도 결정적이었다. "경기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고 다짐했던 정현은 2번 단식에서 역전승을 거두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새 역사가 쓰인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 센터코트의 열기도 뜨거웠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40년 가까이 세월이 흐르며 노후화됐던 경기장은 지난 3월 국민체육진흥공단 주도로 관중석과 코트 바닥 등을 전면 개·보수해 새로운 모습으로 팬들을 맞았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수천 명의 팬들은 뜨거운 함성으로 대표팀을 밀어줬다. 복식에 출전한 맏형 남지성(33·당진시청)은 "팬들의 열띤 응원 덕분에 더 큰 에너지를 얻었다"며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이기는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