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맞혀도 일일 재조정·복리 효과로 상품 가치 훼손”
메모리 공급 확대 경계…설계·파운드리·장비 분산투자 제언

20여 년 전 국내 최초로 상장지수펀드(ETF)를 도입해 'ETF의 아버지'라 불리는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2배 ETF에 대한 투자 자제를 재차 당부했다.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기초자산의 방향을 맞히더라도 일일 재조정과 복리 효과로 손실이 누적될 수 있다며 투자자뿐 아니라 운용사와 유동성공급자(LP)의 대응도 주문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배 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2배 ETF를 강제로 상장폐지하기보다 시장에서 ‘자연사’하도록 해야 한다”며 “운용사와 LP, 약간의 제도상 도움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전했다.
배 대표는 앞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2배 상품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글을 올렸다가 예상보다 많은 연락이 이어지자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후 다시 글을 올려 투자 자제를 요청했다. 한투운용이 ‘ACE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와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를 직접 운용하는 만큼, 대표가 해당 유형의 상품 투자를 공개적으로 만류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는 레버리지와 인버스 2배 상품은 기초자산의 상승·하락 방향을 맞히더라도 수익으로 직결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주가가 등락을 반복하면 일일 재조정과 복리 효과로 상품 가치가 빠르게 훼손될 수 있어서다.
배 대표는 “‘많이 빠졌으니 이제 오르겠지’, ‘잠깐 들어갔다가 금방 나오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투자 시점을 계속 정확히 맞히기는 어렵다”며 “한두 번 수익을 낼 수는 있지만 그런 방식으로 지속해서 부자가 되기는 어렵다.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증시가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는 상황에서도 장기 성장 산업에 분산 투자하는 기존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계기로 한 제도 변화와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시장 상승을 이끌었지만, 고점 대비 40% 가까이 하락하면서 투자자의 혼란이 커졌다는 진단이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 투자할 경우 시클리컬(경기 순환) 산업이라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중국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도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공급 확대는 결국 시간문제라는 설명이다.
배 대표는 특정 메모리 기업에 집중하기보다 설계와 메모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장비를 아우르는 반도체 생태계 전체에 투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산업의 한 부분이 흔들리더라도 생태계 전반의 장기 성장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단기 가격을 예측해 대응하기보다 투자한 산업의 방향과 기업 경쟁력이 훼손됐는지를 살펴야 한다”며 “방향이 맞고 시간이 내 편이라면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대응”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