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서버랙, 中 전자상거래 물량 추월
한국·대만·일본 거점 중심 항공노선 재편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올해 2분기 화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 급증한 1조5400억원을 기록했다. AI 반도체와 서버 랙, 데이터센터 인프라가 중국발 전자상거래 물량을 제치고 화물 사업의 최대 성장동력으로 부상한 영향이다.
엄재동 대한항공 화물사업본부장(부사장)은 “첨단 기술 화물이 핵심 성장동력으로 빠르게 확대됐다”며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프로세서 주문이 이미 향후 2~3년까지 이어지고 있고 수요도 여전히 공급을 웃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최근까지 항공화물 시장을 이끌었던 전자상거래 물량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미국이 지난해 중국산 저가 수입품에 대한 소액면세 제도를 폐지한 데 이어 유럽연합(EU)도 이달 면세 기준을 없앤 영향이다. 중국의 저가 상품·전자상거래 수출은 지난 5월까지 6개월 연속 감소했다. 화물운임 분석업체 제네타의 나이얼 반더우 최고항공화물책임자는 “전자상거래는 항공화물 시장의 최대 성장축이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진단했다.
화물 품목의 변화는 아시아 역내 운송 경로도 바꾸고 있다. 일본은 반도체 제조장비, 한국은 첨단 메모리, 대만은 최첨단 반도체 생산의 중심지다. 베트남·말레이시아·태국·싱가포르도 북미와 유럽으로 수출되는 AI 서버의 생산·조립 거점으로 부상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상반기 화물 처리량은 반도체 수요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했다. 일본항공(JAL)은 지난 1년간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발 항공 수출 증가분의 약 80%를 기술 제품이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에 타이베이·방콕·하노이 등 반도체 거점과 도쿄 나리타공항을 연결하는 화물편을 확대했다.
전일본공수(ANA)는 일본화물항공을 통합해 대형 화물기를 미주·유럽 노선에 집중 배치하고 아시아 네트워크를 통해 각국의 반도체 화물을 모을 계획이다. 대만 중화항공도 동남아 화물편을 늘렸다. AI 관련 수요에 힘입어 상반기 화물 운송량은 8.1% 증가했다. 에바항공은 AI 관련 제품이 전체 화물 매출의 최대 절반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AI 화물은 전자상거래 상품보다 부피가 작지만 가격이 높고 납기 준수가 중요하다는 특징이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해 AI 관련 상품은 항공화물 전체 부피의 7%에 불과했지만 운송 상품 가치의 53.5%를 차지했다. 반도체 제조장비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완성형 서버 랙은 충격에 민감해 별도의 적재·고정 기술도 필요하다.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물류 인프라에는 병목 현상까지 나타났다. 물류업체 다이머코익스프레스는 이달 AI·반도체 화물이 타이베이 항공화물 허브의 처리 능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려 미국행과 아시아 역내 노선의 화물 공간이 부족한 상태라고 전했다.
엄 부사장은 “주요 기술기업들이 차세대 AI 프로세서를 출시하고 장기 인프라 투자를 이어가면서 강한 항공화물 수요가 올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