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가치 창출과 핵심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재무조직의 인공지능(AI) 활용 역량과 준비 수준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EY한영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6 EY 글로벌 CFO DNA 설문조사(2026 EY Global DNA of the CFO Survey)’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28개국의 CFO 등 재무조직 리더 1600여명을 대상으로 가치 창출 방식의 변화에 따른 CFO의 역할 변화를 분석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 CFO의 60%는 CFO가 기업의 가치 창출 과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현재 CFO가 주요 투자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있다는 응답은 25%에 그쳤으며, 핵심 가치동인(value driver) 관련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는 응답은 26%에 머물렀다. CFO들의 역할 확대 요구는 높지만, 실제 투자 및 가치 창출 논의에서의 리더십 수준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역할 인식과 실제 영향력 간의 차이는 재무조직에 대한 기업 내 평가에서도 확인됐다. 재무조직이 기업 가치 창출을 이끄는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되고 있다는 글로벌 CFO의 비율은 27%에 불과했다.
이같은 흐름은 한국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한국 CFO의 50%는 CFO가 기업의 가치 창출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고 응답했지만, 재무조직이 주요 투자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있다는 응답은 28%, 핵심 가치동인 관련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는 응답은 23%에 그쳤다. 재무조직이 기업 가치 창출의 핵심 파트너로 인식되고 있다는 응답도 20%에 불과했다.
CFO들이 가치 창출을 주도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가치 측정 방식의 한계가 지목됐다. 전체 CFO의 49%는 기존 재무 성과 지표만으로는 기술, 데이터, 새로운 역할, 장기 투자 등에서 창출되는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또한 50%는 투자수익률(ROI)을 사전에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주요 장벽으로 꼽았다. 이러한 이유로 CFO의 68%는 현재의 기업 가치 측정 체계를 재정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재무조직은 AI를 활용해 기업 가치를 창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AI 활용 측면에서 자사 재무조직이 ‘선도(leading)’ 혹은 ‘성숙(advanced)’ 수준의 준비 상태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 비율은 21%에 그쳤다. AI를 포함한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데 있어 재무조직이 높은 적응력과 자신감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 CFO도 11%에 불과했다.
한국 CFO들도 기업 가치 측정 체계 재정의 필요성(63%)과 기존 재무 성과 지표의 한계(38%)에는 공감했지만, 재무조직의 AI 활용 준비 수준이 ‘선도’ 또는 ‘성숙’ 단계에 있다고 평가한 비율은 8%에 그쳐 글로벌 평균(21%)을 크게 밑돌았다. AI 활용에 대한 적응력과 자신감에 대한 긍정 응답도 8%에 머물렀다.
이같은 재무조직의 자신감 부족은 CFO들이 AI 기술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데이터 분석(49%), 성장 예측(45%), 유동적 가격 전략 수립(41%) 등 기업 가치 창출을 지원할 수 있는 의사결정 영역에서 AI의 유용성이 ‘높다’고 응답한 CFO는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자사 재무조직의 AI 준비 수준이 높다고 평가한 CFO들은 AI가 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훨씬 높게 인식했다. 이들 가운데 71%는 AI가 성장 예측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AI 투자 확대 과정에서도 다양한 장애요인이 확인됐다. CFO들은 데이터 품질 문제(61%)를 가장 큰 과제로 꼽았으며, ‘AI의 투자 효과를 명확하게 입증하기 어렵다’(51%)는 응답과 ‘기술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역량 또는 인력이 부족하다’(50%)는 응답도 높게 나타났다.
박근영 EY한영 감사부문 재무·회계자문서비스(FAAS) 본부장은 “한국 CFO들도 가치 창출 중심으로 CFO 역할이 변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재무조직의 AI 준비 수준은 글로벌 평균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한국 기업들은 AI를 재무 업무 자동화를 넘어 투자 의사결정과 성장 전략을 지원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관리 체계와 인재 역량을 함께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