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5.33% 급락
메타, 실적 공개후 시간외서 11%대 약세
MS, 실적 긍정 평가에 시간외서 2% 강세
30년물 미 국채 금리 2007년 이후 최고

미 금융시장에서 29일(현지시간)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반 급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인플레이션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153.18포인트(2.19%) 내린 5만1594.14에 마무리했다. S&P500지수는 112.63포인트(1.52%) 하락한 7316.15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433.97포인트(1.74%) 떨어진 2만4442.94에 마감했다.
S&P500지수는 약 한 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지난달 최고치 대비 약 9% 밀렸다. 나스닥100지수는 2.1% 떨어졌다. 지난달 기록한 사상 최고치 대비 11% 낮은 수준으로 조정장에 진입했다. 다우지수는 지난해 4월 이후 15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나타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5.33% 폭락, 5거래일 연속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연준은 이날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3.50~3.75%로 유지했다. 다만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12명 가운데 3명은 이번 회의에서 0.25%포인트(p) 금리 인상을 선호한다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이날 회견에서 “이번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는 데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목표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이 5년 이상 지속된 상황이다.
이에 채권시장은 워시 의장의 강경한 어조에도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 더 나아가 인플레이션에 뒷북 대응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촉발시시켰다. CME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약 57%로 이전의 약 100%에서 낮아졌다.
국채 수익률 곡선도 가팔라졌다. 3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이날 뉴욕증시 마감 직후 5.21%로 전장 대비 11bp(1bp=0.01%포인트) 급등(채권 가격 하락)했다. 이는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5bp 상승한 4.66%를 기록했다. 통화 정책 기대치와 더 밀접하게 연관된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6bp 하락한 4.23%였다.
시장에서는 이번 장기 금리 급등을 ‘채권 자경단’의 경고로 해석했다. 채권 자경단은 중앙은행이나 정부의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방치하거나 재정건전성을 훼손한다고 판단할 경우 국채를 매도해 금리를 끌어올리는 투자자들을 일컫는다. 이번에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면서 물가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장기 국채 매도세가 집중됐고, 이는 30년물 금리를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 밀어 올렸다. 시장이 연준에 보다 강력한 물가 억제 의지를 요구한 셈이다.
카슨그룹의 라이언 데트릭 수석 시장전략가는 로이터에 “연준은 예상대로 금리를 동결했다”며 “이제 더 큰 문제는 9월 회의에서 얼마나 큰 금리 인상 압력을 받게 될 것인가이다.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뜨겁고 국제유가도 급등하고 있어 시장은 다음 금리 인상이 실제로 9월에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의 공습 재개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도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웠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5.20달러(6.56%) 오른 배럴당 84.46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은 6.65달러(7.91%) 상승한 배럴당 90.74달러로 집계됐다.
투자자들은 주요 미국 기업들이 잉여 현금 흐름을 희생하면서까지 AI 등 신흥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것에 우려하고 있다.
메타플랫폼스는 시간외거래에서 11%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메타는 장 종료 후 실적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2026년 자본 지출 전망치를 기존의 1250억~1450억달러에서 1300억~1450억달러로 상향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시간외에서 2%대의 강세를 띠고 있다. 이는 분기 클라우드 매출 성장률이 월스트리트 예상치를 상회했다고 발표하자 AI 인프라에 대한 막대한 지출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신호로 여겨졌다.
엔비디아(-3.55%). 브로드컴(-2.78%). 마이크론(-9.94%) 등 반도체 종목이 큰 폭의 낙폭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 미국예탁증서(ADR)도 2.60% 떨어졌다. 공개한 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영향이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AI에 대한 지출이 미래 성장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AI 인프라 업체 버티브는 분기 매출이 시장 예상에 못 미치면서 17% 급락했다.
포드는 올해 들어 두 번째로 연간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하면서 2.1% 상승했다.
냉난방 솔루션 업체 레녹스는 연간 이익 전망을 낮추면서 21% 폭락했다.
LSEG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S&P500 기업들의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평균 4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 성장의 상당 부분을 AI 관련 기업들이 견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한 실적 전망과 최근 증시 조정으로 인해 S&P500의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0배를 기록했다. 이는 10년 평균인 19배를 겨우 웃도는 수준이라고 LSEG는 분석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2.40달러(0.05%) 내린 온스당 4036.30달러에 마감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 지수)는 전날보다 0.52% 하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