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담관암이 의심되는 고위험 담도 협착 환자에게 일반적인 내시경 시술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부산의 한 종합병원이 최고난도 중재시술인 '랑데부(Rendezvous) 시술'에 성공했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서 주로 시행되던 시술을 지역 의료진의 협진으로 해내면서 지역 의료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 온병원은 소화기내과 황종호 과장과 영상의학과 인터벤션센터 최기복 소장이 협진해 최근 총담관암이 의심되는 담도 협착 환자를 대상으로 랑데부 시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환자는 담도가 완전히 막혀 일반적인 내시경적 역행 췌담관 조영술(ERCP)만으로는 담관 진입 자체가 어려운 상태였다. 이 경우 개복수술이나 수도권 대형병원 전원이 불가피한 사례가 적지 않다.
의료진은 피부를 통해 담관에 접근하는 경피경간 담도배액술(PTBD)과 입을 통한 ERCP를 동시에 활용하는 랑데부 시술을 선택했다.
영상의학과에서 피부를 통해 삽입한 유도철선을 막힌 담도를 지나 십이지장까지 통과시킨 뒤, 소화기내과가 내시경으로 이를 포획해 양방향 접근 통로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의료진은 확보된 경로를 통해 악성이 의심되는 조직을 채취하고 담도 스텐트를 성공적으로 삽입했다.
랑데부 시술은 피부와 내시경 두 경로가 정확하게 맞물려야 하는 고난도 술기로 평가된다. 단독 내시경 시술보다 췌장염이나 천공 등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고, 개복수술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담낭·담도암은 연간 약 8000건 발생한다. 대부분 70대 이상에서 발병하며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침묵의 암'으로 불린다. 해부학적 구조가 복잡해 진단과 치료 모두 까다로운 질환으로 꼽힌다.
그동안 랑데부 시술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시행돼 왔다. 지역 종합병원이 자체 다학제 협진 시스템만으로 성공한 사례는 흔치 않다는 것이 의료계 평가다.
이번 성과는 온병원이 지속적으로 축적해 온 담췌 질환 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2021년 문을 연 췌장·담도센터는 현재까지 ERCP 누적 시술 3000례를 넘어섰다. 담관 결석 제거와 황달 치료, 담도 스텐트 삽입 등 고난도 담도 질환 치료를 꾸준히 수행하며 지역 거점 치료센터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황종호 과장과 최기복 소장은 "기존 방법으로는 담관 진입조차 어려웠던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열어준 사례"라며 "앞으로도 고난도 담췌 질환 환자들이 수도권 원정 진료를 가지 않고도 지역에서 수준 높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협진 역량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