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안전에는 ‘중간’이 없어야 한다

입력 2026-07-28 06:0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황민주 생활문화부 기자
▲황민주 생활문화부 기자

메자닌(mezzanine)의 어원은 이탈리아어 'mezzo'다. '중간', '가운데'를 뜻하는 이 단어는 건축에서 높은 층고 사이에 설치한 중간층, 즉 복층 구조를 가리킨다. 같은 공간에서 더 많은 물건을 보관하고 처리하기 위한 설계다. 빠른 배송이 경쟁력인 이커머스 시대, 메자닌은 물류 효율을 극대화하는 상징적인 구조가 됐다.

하지만 화재 앞에서 효율은 또 다른 질문을 남겼다. 메자닌 구조는 대형 물류창고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구조적 한계가 지적돼 왔다. 중간층과 촘촘한 적재 방식으로 내부 동선이 복잡해지면서 소방대원의 접근이 쉽지 않고 천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도 높은 선반 아래나 적재물 안쪽까지 충분히 물을 분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같은 공간에서 더 많은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장점이 화재 상황에서는 진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최근 발생한 쿠팡 인천 물류센터 화재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다시 드러났다. 인천 물류센터는 지하 1층~지상 8층, 연면적 29만9300㎡ 규모의 초대형 시설이다. 불이 난 6층만 해도 약 2만8300㎡로 축구장 4개 크기에 달한다. 소방당국은 빼곡하게 들어선 선반과 무너진 적재물 때문에 내부 진입이 쉽지 않았고 천장 스프링클러 역시 선반 아래까지 충분히 물을 뿌리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재 원인과 피해 확대 경위는 관계 당국이 조사 중이지만 대형 물류시설의 구조적 특성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더 뼈아픈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2021년 경기 이천 덕평 쿠팡 물류센터 화재 당시에도 메자닌 구조와 밀집 적재 방식이 진화를 어렵게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에도 물류센터의 안전기준을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비슷한 구조적 문제가 또다시 반복됐다는 점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물론 메자닌 구조 자체만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메자닌은 국내외 대형 물류센터에서 널리 활용되는 일반적인 설계 방식이다. 같은 건물에서 처리 물량을 늘리고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분명하다. 문제는 효율을 높이는 기술과 투자는 끊임없이 발전하는 반면 그에 걸맞은 안전관리 기준과 설비는 충분히 함께 진화했는지다.

국내 이커머스 산업은 ‘더 빠르게’를 향해 달려왔다. 새벽배송, 당일배송, 로켓배송은 소비자의 일상이 됐다. 그 경쟁력을 뒷받침한 것이 초대형 물류센터와 메자닌 구조였다. 그러나 속도를 높이는 기술만큼 화재 위험을 줄이는 기술과 제도에도 같은 속도의 투자가 이뤄졌는지는 이번 화재가 다시 묻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형 물류센터에 맞는 물품 적재 기준을 재정비하고 선반 내부까지 물을 분사할 수 있는 스프링클러 설치 등 구조에 맞는 소방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물류센터는 한 번 화재가 발생하면 진압에 장시간이 소요되고 근로자뿐 아니라 인근 주민에게도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효율과 안전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적당한 중간’은 없다. 물류센터에는 중간층이 있을 수 있으나 안전에는 중간이 없어야 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한달새 1100조 증발한 삼전·하이닉스…9500억달러 AI동맹, 피크아웃 공포 흔드나
  • ‘슈퍼위크’ 첫날 6700선 사수한 코스피…널뛴 대형주, 7000선 회복 시험대
  • 수십 년 키워도 가업상속공제 '0원'⋯ 소형사 승계 ‘막막’ [오너 저축은행의 덫]
  • 제13호 태풍 '돌핀', 예상 경로는?
  • AI 과잉 투자론에⋯애플, 엔비디아 누르고 시총 1위 탈환 [마켓핫]
  • 서울 전셋값 7억 넘었다⋯보증기관 공적 대출 ‘그림의 떡’
  • 한·브라질, 우주·에너지·첨단산업 등 7건 협력문서 체결⋯"전략적 협력 폭 확대"
  • '김부장' 윤경호, 인터뷰 중 끝내 눈물⋯"말 많은 게 콤플렉스였는데" [인터뷰]
  • 오늘의 상승종목

  • 07.27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3,643,000
    • -1.66%
    • 이더리움
    • 2,789,000
    • -1.73%
    • 비트코인 캐시
    • 312,000
    • -1.05%
    • 리플
    • 1,566
    • -3.27%
    • 솔라나
    • 109,000
    • -2.33%
    • 에이다
    • 229
    • -4.98%
    • 트론
    • 477
    • -1.45%
    • 스텔라루멘
    • 254
    • -4.51%
    • 비트코인에스브이
    • 19,270
    • -1.88%
    • 체인링크
    • 12,390
    • -3.13%
    • 샌드박스
    • 64.06
    • -4.2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