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식품→‘먹는 위고비·천연 마운자로’ 둔갑...115억 챙긴 업체 무더기 적발[종합]

입력 2026-07-2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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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부당광고 26개 업체·30개 제품 적발
SNS 계정 사들여 숏폼 반복 노출…자사몰로 구매 유도
일반식품 22개 중 21개에 체중조절 기능성 원료 ‘전무’

▲백남이 식약처 식품부당행위긴급대응단장이 23일 서울지방식약청에서 다이어트 식품 부당광고 적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식품의약품안전처)
▲백남이 식약처 식품부당행위긴급대응단장이 23일 서울지방식약청에서 다이어트 식품 부당광고 적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식품의약품안전처)

매입가 2178원짜리 일반식품을 ‘먹는 위고비’와 ‘천연 마운자로’로 둔갑시켜 6만원에 판매한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업체들은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상 인물과 유명 연예인·약사 이미지를 앞세워 단기간에 살이 빠지는 것처럼 광고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알고리즘을 이용해 소비자를 자사 온라인몰로 끌어들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3일 서울지방식약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다이어트 식품 부당광고를 집중 점검한 결과 26개 업체의 30개 제품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적발 업체들이 판매한 제품은 약 60만개로, 판매액은 약 115억원에 달했다.

적발 업체 26곳 가운데 위고비와 마운자로, GLP-1 등 비만치료제와 유사한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한 업체는 8곳이었다. AI로 가상 인물이나 인체 조직 이미지를 만들어 단기간에 체중이 줄어드는 것처럼 홍보한 업체는 6곳, 연예인을 활용한 업체는 3곳이었다. 최근 유행하는 올리브유와 레몬즙 혼합 제품인 ‘올레샷’ 관련 업체도 6곳 적발됐다.

▲테이블 위에 부당광고로 적발된 각종 식품 및 보조제 제품들과 설명 자료가 전시되고 있다. (사진제공=식품의약품안전처)
▲테이블 위에 부당광고로 적발된 각종 식품 및 보조제 제품들과 설명 자료가 전시되고 있다. (사진제공=식품의약품안전처)

적발된 30개 제품 중 8개는 건강기능식품이었고 나머지 22개는 고형차와 혼합음료, 과채가공품 등 일반식품이었다.

건강기능식품 역시 식약처가 인정한 범위를 넘어 “일주일에 7㎏”, “열흘에 10㎏” 등 급격한 체중 감량이 가능한 것처럼 광고했다. 일반식품 22개 가운데 식약처가 체중 조절 기능성을 인정한 원료가 포함된 제품은 단 1개였고, 이마저도 극미량만 들어 있었다. 나머지 21개 제품에는 기능성을 인정받은 원료가 전혀 없었다.

업체들은 이들 제품을 매입단가의 최소 1.8배에서 최대 27.5배 가격에 판매했다. 가장 높은 폭리를 취한 업체는 제품을 개당 2178원에 사들여 6만원에 팔았다.

백남이 식약처 식품부당행위긴급대응단장은 “일반식품 원료는 영양학적으로 섭취하는 식품 원료일 뿐”이라며 “기능성을 인정받은 원료가 없는 제품을 단기간에 살이 빠지는 것처럼 판매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적발 업체에 대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하고 모두 고발했다. 국세청에도 관련 내용을 통보했으며 업체명과 제품명을 공개했다. 다만 적발 제품은 인체에 직접적인 위해를 주는 식품은 아니어서 회수 대상은 아니다.

백 단장은 “일부 업체는 적발돼도 잠시 영업을 중단하거나 벌금을 내면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행정처분과 고발, 국세청 통보, 업체명 공개까지 최대한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의 SNS 계정 사서 광고…한 번 보면 유사 영상 반복 노출

▲(사진=AI 생성) (사진제공=식품의약품안전처)
▲(사진=AI 생성) (사진제공=식품의약품안전처)

이번 점검에서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유튜브 등 SNS를 이용해 단속을 피한 광고 수법도 확인됐다.

일부 영업자는 다른 사람의 SNS 계정을 일정 금액을 주고 사들인 뒤 광고를 올렸다. 소비자가 광고를 한 번 보면 알고리즘을 통해 비슷한 광고가 반복 노출되도록 하고, 영상을 누르면 자사 온라인몰로 연결되도록 했다.

광고에는 AI로 만든 가상 인물이나 유명 연예인, 약사가 등장했다. 지방과 혈관 등 인체 조직 이미지를 보여주며 ‘식욕 억제’, ‘지방 흡수 차단’, ‘체지방 배출’ 등의 효과가 있는 것처럼 표현한 사례도 있었다.

반면 자사몰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는 표현을 삭제하거나 광고 수위를 낮춰 단속을 피했다. 백 단장은 “지금도 다이어트 광고가 하루에 몇십 개, 몇백 개씩 사라졌다가 새로 생기고 있다”며 “일정 기간 단속만으로는 근절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올레샷 체중 감량 근거 없어…추가 열량만 섭취”

전문가는 올레샷의 체중 감량과 저속노화 효과에도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는 “올리브유가 저속노화나 항노화 효과를 낸다는 직접적인 연구 결과는 찾을 수 없고, 체중 감소 효과도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올리브유가 건강에 좋다는 것은 포화지방산 대신 불포화지방산을 섭취할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을 뜻한다. 기존 지방을 올리브유로 대체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식사에 추가해 공복에 섭취하면 열량만 더 먹게 된다는 설명이다.

레몬즙이 신진대사를 활성화하거나 체지방 연소, 디톡스, 식욕 억제에 도움을 준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고 봤다. 산도가 높은 레몬즙을 공복에 섭취하면 치아를 부식시키거나 위 점막을 자극할 수 있다.

‘천연 위고비’ 광고도 과장된 주장이다.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GLP-1은 체내에서 빠르게 분해되지만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는 쉽게 분해되지 않도록 구조를 변형한 의약품이다.

김 교수는 “위고비처럼 식욕을 줄이고 체중을 감량하는 효과를 내는 식품 성분은 현재까지 밝혀진 것이 없다”며 “천연 식품이 위고비와 같은 효과를 낸다는 주장은 과장된 이야기”라고 말했다.

백 단장은 “현재 국내에서 허가된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주사제 형태로, 먹는 형태는 없다”며 “비만이라면 의료진의 진료와 처방을 받고 식품을 통해 단기간에 큰 폭의 감량 효과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테이블 위에 부당광고로 적발된 각종 식품 및 보조제 제품들과 설명 자료가 전시되고 있다. (사진제공=식품의약품안전처)
▲테이블 위에 부당광고로 적발된 각종 식품 및 보조제 제품들과 설명 자료가 전시되고 있다. (사진제공=식품의약품안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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