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증시에서 코스닥 지수는 751.09로 거래를 마쳤다. 이재명 정부 출범일인 지난해 6월 4일 종가 750.21보다 불과 0.88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1년 1개월여 동안 상승률은 0.12%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정부 출범 이후 코스닥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올해 4월 27일에는 1226.18까지 치솟았다. 취임일과 비교해 63.45% 오른 수준이다.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과 국민성장펀드 출범 기대가 맞물리며 ‘천스닥’ 안착 가능성도 거론됐다.
하지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현재 지수는 고점 대비 38.75% 급락했다. 석 달도 지나지 않아 475.09포인트 밀리며 천스닥을 넘어 쌓아 올린 상승분을 사실상 모두 반납했다.
시장 가치도 크게 줄었다. 코스닥 시가총액은 4월 27일 679조5450억원에서 이날 418조7140억원으로 감소했다. 이 기간 사라진 시총만 260조8310억원이다. 감소율은 38.38%다. 코스닥 상장사 전체 가치의 3분의 1 이상이 석 달 만에 증발했다.
더 큰 문제는 시장을 떠받칠 거래량 자체가 위축됐다는 점이다. 코스닥 하루 거래대금은 이재명 정부 출범일인 지난해 6월 4일 6조7750억원에서 22일 5조3880억원으로 20.47% 줄었다. 고점인 4월 27일 17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69.39% 급감했다. 지수만 정부 출범 당시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투자자의 매매 참여와 시장 유동성도 빠르게 얼어붙은 셈이다.
시장 외형은 오히려 커졌다. 코스닥 상장사는 정부 출범 당시 1796곳에서 현재 1818곳으로 22곳 늘었다. 시총도 387조7270억원에서 418조7140억원으로 30조9870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지수는 출범 당시 수준에 머물렀다. 신규 기업과 자본이 유입되며 시장 몸집은 커졌지만 기존 상장 종목의 주가 회복으로는 이어지지 못한 셈이다.
코스닥 부진의 배경으로는 대형 반도체주 중심의 수급 쏠림이 꼽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익 모멘텀과 투자 자금이 집중되면서 중소형 성장주는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5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가 출시된 이후 수급 쏠림이 더 심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낮은 금액으로 대형 반도체주에 레버리지 투자를 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 코스닥 성장주로 향하던 단기 모멘텀 자금까지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란 전쟁과 위험자산 회피도 코스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기술특례상장 확대와 부실기업 퇴출, 연기금 투자 유인, 국민성장펀드 등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잇달아 내놨다. 프리미엄 세그먼트와 대표지수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 발표가 실제 장기자금 유입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제도 개선과 정부의 후속 정책이 코스닥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대형주 중심으로 이익 모멘텀과 수급이 이동하면서 코스닥의 상대적 부진이 불가피했다”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기존 코스닥 성장주로 향하던 모멘텀 자금까지 대형 반도체주로 재배분하는 경로로 작동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관련 제도가 개선되면 극단적인 수급 쏠림도 완화될 수 있다”며 “대형 반도체주 랠리가 약해지고 코스닥 프리미엄 지수 등 정책 모멘텀이 본격화하는 9월 이후에는 낙폭이 컸던 우량 성장주를 중심으로 순환매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