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군사적 부담 속 장기 지상전 우려

18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이란뉴스통신(IRNA)에 따르면 미군 전사자 발생에 대한 보복으로 단행된 미국의 공습은 호르무즈에 걸친 이란 남부 주요 항구와 전략 거점에 집중됐다. 남부 호르모즈간주 시리크와 하자바드가 잇따라 타격을 받았고 에너지 물류 핵심 거점인 게슘섬과 주요 항구도시인 반다르아바스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특히 호르무즈해협 입구에 자리한 게슘섬에는 최소 6발의 미사일이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최근 미국의 공습이 더 큰 군사작전을 위한 이른바 ‘여건 조성 작전(shaping operations)’일 수 있다고 전했다. 여건 조성 작전은 본격적인 군사행동에 앞서 적의 반격 능력을 약화하고 아군의 작전 공간을 확보하는 사전 단계다. 방공망을 파괴하면 미군 항공기의 작전 범위를 넓힐 수 있고, 미사일과 드론 전력을 줄이면 역내 미군기지와 지상군에 대한 보복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교량과 철도, 군수시설을 타격하는 것 역시 병력과 무기의 이동을 차단해 후속 작전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란의 전략 도서 점령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하르그섬 점령 가능성에 대해 “가능성은 작지만 배제할 수는 없다. 적을 충분히 후퇴시킬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진이 최근 백악관 상황실 회의에서 공습 확대와 지하 핵시설 폭격, 지상군을 투입해 호르무즈 인근 전략 도서를 점령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하르그섬은 이란 원유 수출의 심장부로 불린다. 호르무즈 해협 북서쪽 약 483㎞, 이란 본토 해안에서 25㎞ 떨어진 이 섬의 원유 터미널을 통해 이란 전체 원유 수출의 약 90%가 이뤄진다. 하르그섬 이외에도 아부무사, 대툰브, 소툰브 등 호르무즈해협을 통제할 수 있는 전략 도서를 점령하는 방안이 함께 거론된다. 미군이 이들 섬을 확보하면 이란의 해협 통제력과 선박 위협 능력을 일정 부분 약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전략 도서 점령은 미국으로서도 막대한 정치적·군사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초강수 시나리오다. 군사 전문가들은 섬을 일시적으로 점령하는 것보다 병력을 주둔시키고 통제권을 유지하는 일이 훨씬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란 본토와 가까운 섬들은 포병과 미사일, 드론, 고속정의 공격 범위 안에 있어 병력과 물자를 계속 보급하고 방어 전력을 유지해야 한다. 여러 섬을 한꺼번에 장악하려 할 경우 작전 규모도 제한적인 기습전을 넘어 대규모 상륙전으로 커질 수 있다.
문제는 이처럼 큰 대가를 치르더라도 호르무즈에 대한 이란의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이란이 섬을 빼앗기더라도 본토에서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해 선박 운항을 계속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해협 봉쇄 능력을 근본적으로 무력화하려면 이란 남부 해안의 광범위한 지역까지 공격하거나 점령해야 할 수 있다. 제한적인 도서 점령으로 시작된 작전이 장기적인 지상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나데르 하셰미 조지타운 대학교의 중동 정치학 교수는 알자지라에 “미국은 세계 최고의 군사 강국인 만큼 섬들을 점령할 수 있는 군사적·물류적 역량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대가를 얼마나 치러야하냐는 것”이라며 “미국이 남부 섬들, 특히 하르그섬을 점령하려 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