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지수 약세장 진입
AI 인프라 투자 지속성 의문↑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문샷AI의 최신 모델 ‘키미 K3’ 공개를 계기로 중국 AI 기술이 미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는 경계감이 확산하면서 전날 뉴욕증시에서 반도체·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이어졌다. 다우지수는 0.77% 하락한 5만2146.42에 마감했고 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도 각각 1.01%, 1.40% 떨어졌다.
엔비디아(-2.21%)·브로드컴(-0.97%)·마이크론테크놀로지(-0.50%)·AMD(-1.03%)·인텔(-2.00%) 등 반도체주들이 약세를 나타냈다. 다만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는 전 거래일에 13.69% 폭락한 데 따른 반발 매수세 유입으로 전날은 1.13% 반등했다.
미국 상장 30개 주요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1.63% 하락했다. 주간 기준으로 10% 급락해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큰 주간 낙폭을 기록한 것은 물론 지난달 22일 기록한 최근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해 약세장에 진입했다.
문샷AI가 무료로 공개한 최신 AI 모델 ‘키미 K3’이 강력한 성능을 보이면서 시장의 불안을 고조시켰다. 문샷은 “키미 K3은 세계 최초의 ‘3조 파라미터급’ 개방형(오픈소스) 모델”이라며 “장기 작업형 코딩과 지적 작업, 추론 등 첨단 지능 시나리오를 위해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분야에서는 최첨단 미국 AI 시스템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면서 “예를 들어 특정 코딩 벤치마크에서는 앤스로픽의 ‘오퍼스 4.8’과 오픈AI의 ‘GPT 5.5’ 등 유명 미국 모델들을 앞섰다”고 강조했다. 코딩 능력은 모델 성능을 평가하는 주요 기준으로 여겨진다. 코딩 능력이 뛰어나면 AI 시스템이 컴퓨터를 직접 사용하거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키미 K3와 같은 개방형 모델은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으며, 기업별 데이터를 활용해 모델을 맞춤화하고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모건스탠리는 키미 K3의 출시를 두고 “중국 거대언어모델(LLM)이 규모나 성능, 가격 면에서 미국 선도 기업들을 따라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WSJ에 “지난해 초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를 연상시키는 ‘딥시크 2.0 우려’가 커졌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키미 K3와 같은 저렴하고 맞춤화가 가능한 모델이 부상하면서 앤스로픽과 오픈AI 같은 최첨단 모델 개발업체들이 위협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이들 기업의 막대한 컴퓨팅 자원 수요는 미국 경제 성장에 힘을 보탠 대규모 설비투자의 상당 부분을 뒷받침해왔다. 중국의 저비용 AI가 부상하면 미국증시 상승세를 주도했던 AI 투자 열풍이 꺼질 위기에 놓일 수 있다.
마크 해킷 네이션와이드 수석 시장전략가는 “개인투자자든 기관투자자든 모멘텀 중심 기술주 분야에서 포지션이 상당히 과도하게 확대돼 있었다”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신용거래, 개인투자자의 콜옵션 매수가 모두 사상 최대 수준이라는 다소 건전하지 못한 조합이 형성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모든 투자가 모멘텀 기술주에 집중돼 있었는데 지금 바로 그 종목군에서 자금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반도체주는 광범위한 업종 순환매 압박도 받고 있다. 투자자들은 최근 AI 관련 기술주에서 자금을 빼내 에너지와 금융·산업재·헬스케어 등의 업종으로 옮겨왔다. 스티브 와이엇 BOK파이낸셜 수석 투자전략가는 “우리는 이러한 순환매가 당분간 이어질 여지가 있다고 본다”며 “가장 큰 이유는 해당 업종들의 이익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금이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다. 당분간 시장의 다른 부분으로 이동하는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