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우승이 곧 FIFA 승리?…월드컵 결승전의 숨은 전쟁

입력 2026-07-1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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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클랜드 영유권부터 FIFA-UEFA 주도권 경쟁까지
결승전 관람 트럼프…‘반트럼프’ 산체스와 만남 주목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팀 주장 (AP연합뉴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팀 주장 (AP연합뉴스)

아르헨티나와 스페인이 맞대결을 펼치는 19일(현지시간) 북중미 2026 월드컵 결승전은 축구를 넘어 정치·외교·영토 분쟁·권력 다툼이 뒤엉킨 글로벌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르헨티나는 잉글랜드와의 준경실전에서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포클랜드 제도를 둘러싼 논란을 월드컵 무대로 끌어들였다.

또 결승전은 국제축구연맹(FIFA)와 유럽축구연맹(UEFA)가 벌이는 세계 축구 주도권 경쟁의 향방을 가를 상징적 의미를 지녔다. 아르헨티나의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우승컵을 들어 올릴 경우 FIFA는 미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명분을 얻게 되고, 동시에 UEFA와의 주도권 경쟁에서도 유리한 서사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와 스페인은 19일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을 치른다. 한국시간으로는 20일 오전 4시부터 경기가 시작된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잉글랜드와의 준결승에서 승리한 뒤 ‘말비나스(포클랜드 제도)는 아르헨티나의 영토’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어 보이고 있다. (애틀랜타/AFP연합뉴스)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잉글랜드와의 준결승에서 승리한 뒤 ‘말비나스(포클랜드 제도)는 아르헨티나의 영토’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어 보이고 있다. (애틀랜타/AFP연합뉴스)

포클랜드 영토 문제를 다시 꺼낸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는 15일 준결승전에서 잉글랜드를 2대 1로 이겼다. 경기 직후 패배한 잉글랜드 선수들이 애틀랜타 경기장을 배회하며 승리를 놓친 충격을 추스르고 있을 때, 아르헨티나의 지오바니 로 셀소와 리산드로 마르티네스는 관중석에서 ‘말비나스는 아르헨티나의 것이다’라는 현수막을 받아 동료들과 함께 펼쳤다.

오랫동안 약 4000명이 거주하는 말비나스(영국명 포클랜드 제도)는 아르헨티나 해안에서 약 480㎞ 밖에 떨어져 있는 영국령이다. 이는 많은 아르헨티나인들에게 오랜 불만의 대상이다. 양국의 영토 분쟁은 이제 월드컵의 핵심 서사 가운데 하나가 됐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아르헨티나는 200여 년 전 스페인으로부터 이 섬의 영유권을 정당하게 승계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영국은 1765년부터 포클랜드에 대한 영유권을 행사해 왔다. 영국은 2013년 주민투표에서 주민들이 영국 해외영토로 남기를 선택함으로써 논란은 이미 해결됐다고 보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1982년 포클랜드를 점령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했지만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가 해군을 보내 맞섬으로써 몇 주간의 전투 끝에 아르헨티나는 항복했다.

블룸버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 사건은 1986년 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가 잉글랜드를 상대로 거둔 논란의 승리와 함께 시대에 뒤떨어진 역사적 사건으로 여겨져 왔다”면서 “그러나 이번 경기를 통해 다시 불이 붙었다”고 풀이했다.

빅토리아 비야루엘 아르헨티나 부통령은 잉글랜드와의 경기를 앞둔 아르헨티나 대표팀에게 “영토를 강탈한 해적들을 물리치라"면서 ”잉글랜드와의 경기는 언제나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적었다.

또한 아르헨티나는 포클랜드 해역 인근에서 추진 중인 석유 개발 사업이 자국의 참여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유엔 결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4월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전쟁에 충분한 지원을 하지 않은 영국을 응징하기 위해 포클랜드 제도의 지위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의 국방부 메모가 유출되면서 영국 외교당국이 긴장하기도 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린란드를 포함해 트럼프 대통령은 복잡한 역사적 배경을 가진 대서양 섬들의 주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아온 전력이 있다. 또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같은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을 즐긴다.

FIFA는 현수막을 펼친 아르헨티나 선수들에 대해 아무런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FIFA는 홈페이지를 통해 제출한 블룸버그의 논평 요청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원칙적으로 FIFA 징계 규정 제14조는 월드컵 경기 중 정치적 표현을 금지하고 있으며, 관중을 선동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최소 2경기 출전 정지를 규정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월드컵에서는 FIFA의 징계 절차가 개최국의 상업적·정치적 이해관계 앞에서 흔들렸다”면서 “월드컵은 1930년 우루과이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 줄곧 정치적 성격을 띠어 왔다”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 공격수 리오넬 메시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에서 경기하는 모습(왼쪽)과 스페인 공격수 라민 야말이 지난달 21일 애틀랜타에서 경기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아르헨티나 공격수 리오넬 메시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에서 경기하는 모습(왼쪽)과 스페인 공격수 라민 야말이 지난달 21일 애틀랜타에서 경기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메시 우승 땐 FIFA가, 스페인 승리 땐 UEFA가 웃는다

메시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로 꼽힌다. 그런 그가 2023년에는 프랑스 리그1의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미국 미국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의 인터 마이애미로 이적했다. 과거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들은 거의 모두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시티 등 유럽 명문클럽에서 뛰었다. 이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전성기 시절 처음으로 UEFA 체제 밖의 클럽에 입단한 사례였다.

월드컵을 주최하는 FIFA는 유럽 밖에서도 축구 시장을 키우려 하고 있다. 유럽 빅클럽의 이해를 대변하는 UEFA는 세계 축구의 돈과 스타가 계속 유럽에 집중되길 원한다.

특히 메시가 미국에서 뛰면서 미국 축구의 인기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렸고, FIFA가 추진하는 축구의 중심을 유럽 밖으로 확대하는 전략과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메시는 FIFA가 미국 시장을 키우는 데 가장 강력한 홍보 자산이 될 수 있다.

블룸버그는 “아르헨티나가 우승한다면 FIFA는 미국에서 월드컵의 입지를 더욱 굳히고 축구 산업의 수익을 UEFA 영향권 밖으로 더 많이 끌어오는 데 도움이 되는 서사를 확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페드로 산체스(왼쪽) 스페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페드로 산체스(왼쪽) 스페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반면 스페인이 우승하면 UEFA에는 호재가 된다. 더 나아가 스페인의 우승은 미국의 국방비 증액 요구를 둘러싸고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여러 차례 충돌한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할 수도 있다.

공동 개최국 정상 자격으로 결승전을 관람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산체스 총리와 다소 불편한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산체스 총리는 유럽 내 ‘반(反) 트럼프’ 구심점의 인물로 꼽힌다.

산체스 총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증액, 이민자 정책, 이란 전쟁 등 굵직한 현안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잇따라 정면 충돌하며 유럽 지도자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이번 결승전에 참관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는 트럼프와 개인적인 친분이 두텁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미국 대선 승리 이후 가장 먼저 만난 해외 정상이기도 하다.

밀레이 대통령은 현지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불참 이유에 대해 “나는 사형수처럼 식은땀을 흘린다”면서 “부에노스아이레스 관저에서 경기를 시청하는 편이 더 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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