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이번 주 미국 방문길에 오른다. 이번 방미가 최근 한미 통상 관계의 최대 쟁점으로 주목받는 이른바 '쿠팡 사태'의 실타래를 푸는 계기가 될지 이목이 쏠린다.
19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김 장관은 오는 23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도 자리를 함께해 양국 간 조선 산업 협력 고도화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통상 전문가들은 김 장관의 이번 미국 방문이 단순한 산업 협력 행사 참석에만 그치지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최근 쿠팡을 둘러싼 갈등이 양국 관계의 핵심 현안으로 급부상한 만큼 김 장관이 방미 기간 미국 측에 한국 정부 입장을 상세히 설명하고 오해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자칫 통상 마찰로 번질 수 있는 불씨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쿠팡 이슈는 강경화 주미 한국대사가 대책 마련을 위해 급히 귀국할 만큼 현재 한미 외교·통상 라인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이다. 갈등의 발단은 지난해 11월 쿠팡에서 발생한 3756만 명 규모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였다. 한국 정부와 국회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대응에 나섰으나 쿠팡이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라는 특수성이 맞물리면서 사태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양국의 시각차는 이달 들어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지난 1일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에 이어 2일에는 백악관까지 나서 '한국 정부가 쿠팡을 부당하게 차별 대우하고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와 입장을 잇달아 내놓았다.
미국 측은 쿠팡을 자국 기업으로 규정하고 우리 정부의 조사와 제재 움직임을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로 몰아가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자국민의 정보 유출에 따른 조사가 국적과 무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동등하게 진행 중이라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사고 발생 후 8개월이 지났지만, 평행선은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특히 통상가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 사태를 향후 새로운 비관세 장벽이나 보호무역주의 수단 등 통상 보복의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통상당국은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통상당국이 전면에 나설 때 오히려 이 사안을 통상 이슈처럼 보이게 만드는 역효과가 있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대신 외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유관 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정교한 대응 메시지를 조율 중이며, 다각적인 채널로 우리 측의 정당성을 전달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미 투자 프로젝트 지연과 쿠팡 사태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대미 투자의 경우 국내 법적 절차와 제도적 제약에 따라 미국 측과 구체적이고 치밀한 협의를 진행 중인 사안으로 쿠팡 이슈와는 직접적인 연계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김정관 장관 방미를 포함한 다양한 아웃리치(대외 접촉) 기회를 통해 관련 리스크를 관리해 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