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증시 상승세를 타고 세계 주요국 개인투자자의 ‘빚투’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증권사 고객의 마진 부채(신용융자)가 5월 1조4160억달러(약 2166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53.7% 급증한 수치다. AI 반도체주와 빅테크, 2~3배 레버리지 ETF 거래 확대가 맞물린 결과다.
일본도 같은 흐름이다. 도쿄증권거래소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신용거래 매수 잔고는 7조167억엔(약 66조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처음 7조엔을 넘어섰고 2주 연속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대만에서도 주식 매입을 위한 증권사 차입이 1년 새 160% 급증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하루 평균 35조9418억원으로 1분기보다 15.9% 증가했다. 주식담보대출인 예탁증권담보융자 잔고도 2분기 하루 평균 25조9666억원을 기록했다. 두 잔고를 합친 2분기 하루 평균 빚투 규모는 61조9084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다.
코스피 지수가 본격적으로 우상향하기 시작한 5월부터는 마이너스통장 잔액 증가세도 가팔라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전체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올해 1월 말 37조9889억원에서 2월 말 37조6627억원으로 줄었고, 3월 말 38조863억원으로 오른 뒤 4월 말 다시 37조8410억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5월 말에는 1조7802억원 올라 39조6212억원을 기록했고, 6월 말에는 또다시 41조3444억원으로 불어났다. 두 달 만에 3조534억원 증가한 것이다. 4월 말부터 6월 말까지 증가 폭은 40대와 50대에서 가장 컸다.
문제는 국내 증시 변동성까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스피 시장에서 제도 도입 이후 발동된 서킷브레이커 12회 중 절반인 6회가 올해 집중됐다. 코스피 사이드카도 올해 34회 발동해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26회를 웃돌았다. 빚투에 증시 불안이 겹치면서 개인투자자의 담보 부족과 반대매매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한국 증시의 변동성 위험을 경고했다. 최근 한국 증시를 ‘오징어 게임’에 빗대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쏠림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확산이 급등락을 키우고 있다고 짚었다.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용융자 잔고는 8일 기준 10조759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들어 6거래일 만에 6990억원 늘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도 개인투자자의 손실 위험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이 상품은 개별 종목의 하루 등락률을 2배 안팎으로 따라간다. 반도체 대형주가 급락하면 신용융자 투자자와 레버리지 ETF 투자자의 손실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
신용융자는 통상 140% 수준의 담보유지비율을 요구한다. 주가 하락으로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투자자는 추가로 돈을 넣어야 하고 이를 채우지 못하면 보유 주식이 반대매매로 처분된다. 지난달 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빚내서 산 40대 직장인 A씨도 반대매매를 막기 위해 카드론을 받아 증권 계좌에 넣었다. 주식은 지켰지만 신용융자 이자에 카드론 이자까지 떠안았다. 카드론 증가는 빚투 후폭풍이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카드사의 경우 코스피가 910포인트 빠진 지난달 23일 카드론 신청건수가 1주일 전보다 125%, 전달 같은 날보다 668% 폭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일 반대매매로 청산된 주식 규모는 1422억원으로 전날 288억원의 약 5배에 달했다. 지난달 9일 1698억원 이후 한 달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이달 1~8일 반대매매 금액 2020억원의 70%가 하루 만에 쏟아지면서 이달 누적 강제 매각 규모도 3442억원으로 불어났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금과 빚투가 함께 늘어난 장세에서는 상승기에 자금 유입과 레버리지가 주가를 밀어 올리지만 하락기에는 같은 구조가 반대로 작동한다”며 “높은 신용은 시장이 쉽게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