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부터 기술이전 제품 본격 출시…메디푸드·냉동밥 등 15종 제품화

밥맛을 더하는 곁들이에 머물던 잡곡이 혈당·혈압 관리를 겨냥한 기능성 식품소재로 바뀌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국산 잡곡의 항당뇨·항고혈압 효과를 높일 최적 혼합비율을 구명하고 특허 등록까지 마치면서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특수의료용도식품(메디푸드)과 고령친화식품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국산 잡곡이 고부가가치 식품 산업의 새 원료로 주목받고 있다.
김병석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장은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산 잡곡의 항당뇨·항고혈압 활성 최적 혼합비율을 구명했다고 밝혔다.
식량과학원은 2019년부터 공동연구를 통해 기능성이 우수한 국내 잡곡 원료를 선발하고 효능을 높일 수 있는 배합 기준을 마련했다. 항당뇨용은 귀리·수수·손가락조·팥·기장을 30대30대15대15대10으로, 항고혈압용은 손가락조·수수·팥을 30대35대35로 섞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귀리 ‘대양’, 손가락조 ‘핑거1호’, 수수 ‘소담찰’, 팥 ‘아라리’, 기장 ‘금실찰’ 등을 우수 품종으로 선발했다. 손가락조 ‘핑거1호’는 유사 효능이 확인된 조 ‘삼다찰’로, 수수 ‘소담찰’은 기능성 성분 함량이 높은 수수 ‘고은찰’로 대체할 수 있다.

효과는 동물실험에서 확인됐다. 최적 비율을 적용한 혼합잡곡을 섭취한 그룹의 공복혈당은 당뇨 유도군보다 약 22% 낮아졌다. 고혈압 유도 동물실험에서도 해당 혼합잡곡을 섭취한 그룹의 수축기 혈압이 대조군보다 약 20% 감소했다. 다만 이는 동물실험 결과로, 사람 대상 치료 효과로 확대 해석할 단계는 아니다.
이번 연구는 기존 혼합잡곡 제품이 주로 맛과 식감 중심으로 배합된 것과 달리 혈당·혈압 관리라는 목적에 맞춰 기능성을 고려한 과학적 혼합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농진청은 이를 ‘목적 맞춤형 잡곡 블렌딩’의 첫 사례로 보고 있다.
산업화도 진행 중이다. 농진청은 현재까지 관련 기술이전 10건을 완료했고, 이를 바탕으로 특수의료용도식품 음료, 고령친화식품 냉동밥, 혼합곡, 선식, 죽, 과자, 떡 등 15종 제품이 출시됐다. 2024년부터 기술이전 제품이 본격 출시되면서 일부 제품은 매출이 발생하고 판로 확대와 후속 제품 개발로 이어지는 등 초기 사업화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국산 잡곡 생산 기반 확대도 함께 추진된다. 농진청은 홍성 팥, 강진 귀리 등 계약재배 생산단지를 늘리고, 기술이전 업체와 협력해 안정적인 원료 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대상웰라이프, 쿠첸·농협양곡, 롯데마트·청그루 등과도 협력해 국산 잡곡 소비 촉진과 유통 확대를 추진 중이다.
국내 잡곡 재배면적은 2024년 기준 3만8210ha, 생산량은 13만3266톤으로 전년보다 각각 27.3%, 12.5% 늘었다. 특히 고혈압용 영양조제식품 시장은 2033년 약 1027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원장은 “국산 혼합잡곡과 기능성분 고함유 팥순 등 다양한 식량작물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소재 개발을 확대하고 건강식품 시장을 선점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종자에서 식탁까지 이어지는 전 주기 협력체계를 강화해 국산 식량작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