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달러' 아시아쿼터, 돈값 했나요? [이슈크래커]

입력 2026-07-0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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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라클란 웰스ㆍ한화 왕옌청ㆍ키움 카나쿠보 유토. (연합뉴스, 뉴시스)
▲LG 라클란 웰스ㆍ한화 왕옌청ㆍ키움 카나쿠보 유토. (연합뉴스, 뉴시스)
프로야구(KBO) 구단들이 새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때 실력만큼이나 중요하게 보는 게 있습니다. 바로 ‘몸값’인데요. 구단 입장에서는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높은 계약금을 감당하기 어렵고, 반대로 몸값이 낮은 선수는 과연 팀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확신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2026시즌 KBO리그에는 처음으로 아시아쿼터 제도가 도입됐습니다. 기존 외국인 선수 3명과 별도로 일본, 대만, 호주 등 아시아야구연맹(BFA) 소속 선수 1명을 추가 영입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핵심은 가성비였습니다. 아시아쿼터 선수의 계약 총액 상한은 최대 20만달러(약 3억원)로, 신규 외국인 선수 계약 상한액(100만달러)의 5분의 1 수준입니다. 구단 입장에서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선발진이나 불펜, 야수진 등 부족한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긴 셈이었죠.

하지만 기대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첫 시행인 만큼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KBO리그에서도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또 국내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습니다.

전반기 종료까지 단 두 경기만을 남겨둔 지금, 첫 시즌 아시아쿼터의 중간 성적표도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데요. ‘20만달러’라는 몸값을 고려하면, 구단들은 과연 본전을 뽑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10개 구단 선택은 '투수'

▲2026시즌 아시아쿼터 선수 현황. (사진=챗GPT AI 생성)
▲2026시즌 아시아쿼터 선수 현황. (사진=챗GPT AI 생성)
아시아쿼터 원년인 2026시즌. 10개 구단 모두 아시아쿼터 선수를 영입했습니다.

현재 등록된 아시아쿼터 선수는 △미야지 유라(삼성 라이온즈) △라클란 웰스(LG 트윈스) △스기모토 코우키(kt 위즈) △제리드 데일(KIA 타이거즈) △다무라 이치로(두산 베어스) △왕옌청(한화 이글스) △토다 나츠키(NC 다이노스) △교야마 마사야(롯데 자이언츠) △타케다 쇼타(SSG 랜더스) △카나쿠보 유토(키움 히어로즈) 등입니다. 10개 구단 가운데 9개 구단은 투수를 선택했고, KIA만 유일하게 내야수 제리드 데일을 영입했죠.

시즌 개막 당시와 비교하면 변화도 있었습니다. KIA는 제리드 데일을 시라카와 케이쇼로, 두산은 타무라 이치로를 타카다 타쿠토로, 롯데는 쿄야마 마사야를 이이무라 쇼타로로 교체했습니다. 특히 KIA는 개막 당시 유일하게 야수 아시아쿼터를 선택했지만, 시즌 중 투수로 방향을 바꾸기도 했죠.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일본 쏠림’ 현상입니다. 10개 구단 가운데 7개 구단이 일본 선수를 선택했고, 대만과 호주 출신 선수는 각각 1명과 2명에 그쳤습니다. 첫 시즌인 만큼 비교적 선수 정보를 확보하기 쉽고 검증이 가능했던 일본 시장에 눈을 돌린 건데요. 한국과 가까워 적응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20만달러' 값어치, 누가 가장 빛났나

▲2026시즌 아시아쿼터 돈값한 선수 TOP 3. (사진=챗GPT AI 생성)
▲2026시즌 아시아쿼터 돈값한 선수 TOP 3. (사진=챗GPT AI 생성)
하지만 전반기 성적표를 받아보니 결과는 예상과 조금 달랐습니다. 일본 선수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것과 달리,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선수는 대만과 호주에서 나온 건데요.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는 LG 라클란 웰스를 꼽을 수 있습니다. 호주 출신인 웰스는 전반기 평균자책점 2점대를 유지하며 리그 정상급 선발 투수로 자리 잡았습니다. 기존 외국인 투수 요니 치리노스가 부진으로 교체되는 과정에서도 흔들림 없이 선발 자리를 지켰고, 안정적인 투구로 LG의 선두 경쟁을 이끌었습니다. 평균자책점뿐 아니라 WAR에서도 리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아시아쿼터 최고의 성공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죠.

한화 왕옌청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대만 출신인 왕옌청은 전반기 17경기에서 7승 3패를 기록하며 한화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았습니다. 외국인 투수 윌켈 에르난데스와 오웬 화이트가 부상과 부진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동안 꾸준히 선발 등판을 이어가며 류현진과 함께 마운드를 지탱했습니다.

또한, 그의 영향력은 그라운드 밖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만 현지에서는 한화 경기 생중계가 편성됐고, 왕옌청을 계기로 KBO리그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최근 2026 나고야ㆍ아이치 아시안게임 대만 대표팀 소집 대상에도 포함되며 국제 무대에서도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키움 카나쿠보 유토는 다른 의미로(?) 첫 시즌 성공을 알렸는데요. 시즌 초 적응기를 마친 뒤 마무리 투수로 안착해 키움 불펜의 핵심 역할을 맡았고, 꾸준히 세이브를 쌓았습니다. 여기에 나눔올스타 사령탑인 LG 염경엽 감독의 추천을 받아 아시아쿼터 선수 최초의 올스타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됐죠. 이전까지 KBO리그에서 아시아 선수가 올스타 무대를 밟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만큼 제도의 존재감을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었습니다.

'뽕 못 뽑은' 구단도 있었다

▲김태형 롯데 감독ㆍSSG 이숭용 감독. (뉴시스)
▲김태형 롯데 감독ㆍSSG 이숭용 감독. (뉴시스)
물론 모든 아시아쿼터 선수가 기대에 부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첫 시즌인 만큼 KBO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거나 시즌 도중 교체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는데요.

가장 먼저 변화를 선택한 팀은 KIA 타이거즈였습니다. KIA는 유일하게 호주 국가대표 출신 야수인 제리드 데일을 영입하며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기대만큼의 활약을 얻지 못했고, 결국 일본인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를 영입하며 방향을 수정했습니다. 올 시즌 아시아쿼터 첫 교체 사례였죠.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도 시즌 중 결단을 내렸습니다. 두산은 타무라 이치로와 결별한 뒤 타카다 타쿠토를 영입했고, 롯데는 쿄야마 마사야 대신 이이무라 쇼타를 선택했습니다. 특히 이이무라는 합류 후 3경기 연속 무실점 투구를 펼치며 김태형 롯데 감독을 웃게 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시즌을 함께하고 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사례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선수가 SSG 랜더스의 일본인 투수 타케다 쇼타인데요. 타케다는 전반기 15경기에서 1승 7패, 평균자책점 7.43에 머물고 있습니다. 선발진의 한 축이 되어줄 것이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해 이숭용 SSG 감독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죠.

삼성 미야지 유라와 kt 스기모토 코우키 역시 시즌 초에는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해 한때 2군에서 재정비하는 시간을 보냈는데요. 최근에는 조금씩 1군에서 역할을 늘려가며 반등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삼성 미야지 유라. (뉴시스)
▲삼성 미야지 유라. (뉴시스)

亞쿼터 첫 시즌⋯성공 or 실패?

그렇다면 첫 시즌 아시아쿼터는 정말 ‘가성비’ 있었을까요. 전반기 종료를 앞둔 현재까지의 성적표는 구단마다 엇갈립니다. 적은 몸값 이상의 활약으로 팀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은 선수도 있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시즌 중 교체되거나 입지가 흔들린 선수도 있었죠.

그럼에도 첫 시즌을 통해 제도의 가능성은 어느 정도 확인됐습니다. LG 웰스와 한화 왕옌청은 각각 선발진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았고, 키움 유토는 아시아쿼터 선수 최초로 올스타에 선정되는 상징적인 기록을 남겼습니다.

결론은 애매합니다(?). 첫 시즌 아시아쿼터는 대성공이었다고 단정하기도, 실패했다고 평가하기도 어렵습니다. 다만 제한된 계약 규모 안에서도 팀 전력에 보탬이 될 선수를 발굴할 수 있다는 점은 확인됐고, 국적보다는 선수 개인의 기량과 KBO리그 적응력이 성패를 가르는 변수라는 점도 드러났습니다.

아시아쿼터 선수들의 재계약 여부는 2026시즌 종료 후 결정됩니다. 재계약할 경우에는 연봉을 매년 최대 10만달러까지 인상할 수 있는데요. 첫 시즌이 마무리될 무렵 각 구단이 어떤 선수를 붙잡고, 또 어떤 선수를 새롭게 선택할지가 아시아쿼터 제도의 두 번째 성적표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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