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보다 싸게 아파트 사준다”…‘278억 사기’ 40대 주부 1심 징역 18년

입력 2026-07-0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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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63명 피해·278억원 편취 인정
“죄질 매우 불량…피해 대부분 회복 안 돼”
배상명령은 각하…“민사소송으로 해결해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조소현 기자 sohyun@)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조소현 기자 sohyun@)

시세보다 싸게 아파트를 살 수 있게 해주겠다며 지인들을 속여 수백억원대 부동산 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는 40대 가정주부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이정희 부장판사)는 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 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박 씨에게 징역 3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능력과 재력을 속인 채 채무를 돌려막는 상황을 숨기고 아파트를 매수해주거나 수익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다수의 피해자를 기망해 63명으로부터 합계 278억원이 넘는 거액을 편취했다”며 “범행 경위와 수법, 피해 규모에 비춰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 과정에서 일부 피해자에게 아파트 매수 등을 미끼로 추가 금원을 투자할 수 있는 지인을 소개해 달라고 하며 새로운 피해자를 끌어들였고, 편취한 돈은 채무 변제와 주식·가상자산 투자 등에 사용했다”며 “대부분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고 피해자들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상당한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약 278억원의 피해액 가운데 약 10억원이 일부 변제된 점, 초범인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낸 배상명령 신청은 모두 각하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별로 금원을 주고받은 경위와 약정 내용이 서로 달라 형사재판에서 구체적인 피해액을 확정하기 어렵다”며 “배상 여부는 민사소송을 통해 판단받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박 씨는 2022년 말부터 3년간 서울·경기 일대에서 “돈을 맡기거나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넘기면 시세보다 싸게 새 아파트를 살 수 있게 해주겠다”고 속여 지인들로부터 거액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씨는 학부모 모임 등을 통해 신뢰를 쌓은 뒤 피해자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이어갔다. 피해자들에게는 구체적인 아파트 단지명과 금액을 제시하며 투자를 권유했는데 “3억원이면 시세 12억~14억원대 아파트를, 7억원이면 시세 13억~16억원대 아파트까지 두 채를 넘겨받을 수 있다”고 제안하는 식이었다.

서울남부지법에서 병합 심리된 사건만 17건이며, 검찰은 추가로 4건을 기소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병합된 17개 사건을 심리한 결과, 박 씨가 63명으로부터 278억원이 넘는 돈을 가로챘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해자들은 경찰과 검찰에서 수사 중인 사건까지 합산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500억원 안팎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날 법정에는 18명의 피해자가 방청석을 채웠다. 재판부가 검찰 구형량보다 낮은 징역 18년을 선고하고 배상명령 신청을 모두 각하하자 방청석에서는 “말도 안 된다”며 탄식이 잇따랐다.

이에 재판부는 “재산 범죄에 있어서 징역 18년은 결코 가벼운 형이 아니다”라며 “다른 사건과 비교해도 중형이 선고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고 직후 한 피해자는 “범행을 반성하는 모습이 전혀 없는데도 반성이 양형 사유로 고려됐다”며 “제가 아는 피해자 중에는 박 씨 범행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사람도 있다. 징역 18년은 너무 가볍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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