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분당 카르텔 가격 경쟁 없애고 공동 조정…거래처 압박해 수익 늘려

입력 2026-07-0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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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사 '짬짜미' 어떻게

원가하락시 소비자 혜택도 없애
중소 거래처ㆍ대리점 고가 제시
7년간 관련 매출액만 6조 넘어
'상습 위반' 대상 10% 가중 처벌

라면과 과자, 빵, 음료 등 국민 먹거리의 핵심 원재료인 전분당 시장에서 국내 주요 제조사들이 7년 넘게 가격을 짜맞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전분당 제조·판매 4개사에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이들이 판매가격뿐 아니라 가격 인상 시기와 거래처 대응 방식까지 사전에 맞춰 사실상 가격 경쟁을 없애고, 원가 하락분이 소비자에게 돌아가지 못하도록 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7일 공정위에 따르면 전분·전분당 가격 담합 사건 관련매출액은 총 6조 525억원으로 산정했다.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가격 담합을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로 보고 과징금 부과기준율은 15%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과 행위의 중대성에 따른 부과 기준율의 곱으로 산출되는데,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일 경우 부과 기준율은 15% 이상과 20% 미만 사이에서 정해진다.

공정위는 이들이 조사·심의에 협조한 점을 과징금 감경 사유로 참작해 20%를 감경했다. 다만 대상의 경우 과거 법 위반을 반복한 적이 있어 10%를 가중했다. 만약 부과 기준율을 최대치인 20%로 적용했다면 4사의 과징금은 이보다 더 늘어날 수 있었다.

이들 업체는 코로나 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민경제 전반이 어려운 시기에도 원가 상승 부담을 거래처에 떠넘겼다. 반면 원가 하락에 따른 가격 인하 효과는 최소화해 부당이득을 키웠다. 다만 이들이 취한 부당이득만을 분리해 과징금을 산정하긴 쉽지 않았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남 부위원장은 “최근 5개년 간 4개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3.8%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과징금 부과가 부당이득 환수 측면에서도 충분한 수준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남동일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전분 및 전분당 가격담합 사건 심의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동일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전분 및 전분당 가격담합 사건 심의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울러 공정위는 과징금과 함께 법 위반 행위 금지 명령,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도 내렸다. 공정위가 이 같은 시정 명령을 내린 데는 전분당 시장이 20년간 4개 사의 과점 체계로 이어지는 등 앞으로도 담합 유인이 크다는 판단이 깔렸다.

이번에 4개 업체들에 내린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은 밀가루 담합 제재(2006년 4월, 2026년 5월), 인쇄용지 담합 제재(2026년 4월)에 이어 역대 네 번째다. 남 부위원장은 “담합이 장기간 지속한 점, 20년 이상 4개 전분사의 과점 체제가 유지되어 담합의 재발 가능성이 큰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과징금과 함께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도 내렸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담합의 영향을 배제한 가격을 다시 결정해야 하며 앞으로 3년간 가격 변경 내역을 반기마다 보고해야 한다. 공정위는 전분당 시장이 20년 넘게 4개 업체 중심의 과점 구조를 유지해 담합 재발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이호선 판사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대상은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지만 사조CPK와 CJ제일제당 측은 혐의를 대체로 인정했다. 대상 측 변호인은 “사조CPK, CJ제일제당 대표자들과 가격 담합에 관해 협의한 사실이 없다”며 “소속 직원들로부터 담합을 통해 가격이 결정됐다는 사실을 보고받거나 승인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전분당협회장 A 씨는 대표자 모임을 주선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제품 가격 인상 논의나 공동 대응에 대한 공감대 형성은 없었고, 협회장에게 가격을 결정하거나 승인할 권한도 없다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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