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0 대치동에 없는 것: 슈퍼리치들의 자녀 교육법 [THE RARE]

입력 2026-07-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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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RARE ] VOL. 10

대치동에 없는 것:
슈퍼리치들의 자녀 교육법

"천외천(天外天). 하늘 밖의 하늘이 있다."

부자 중에서도 '슈퍼리치'라 불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명품관의 오픈런 줄에는 그들이 없습니다. 세상의 0.0001%로 살아가는 그들, '천외천'의 삶은 우리의 상식 밖 궤도에서 움직입니다.

로고가 없는 3000만원짜리 코트, 대중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1억원의 침대, 그리고 지도에서 지워진 리조트. 남들이 알아봐 주길 바라는 '과시'가 아니라, 남들은 결코 알 수 없는 '단절'을 사는 그들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요.

이투데이 [THE RARE]는 일반인들은 접하기도 힘든, 그러나 누구나 한 번쯤 훔쳐보고 싶은 견고한 성벽 안쪽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로고가 사라진 자리를 채우는 것은 무엇인지, 그들이 지갑을 여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자본주의 최정점에 선 그들의 소비와 취향, 그 속에 숨겨진 부의 트렌드를 들여다 봅니다.

상위 0.0001%가 사는 세상의 문을 열다

VOL. 10 교육

(사진=AI 생성)
(사진=AI 생성)

칠판에 분필 긁는 소리가 울리던 교실. 짝꿍과 몰래 주고받던 쪽지. 시험 전날 친구와 도서관에 앉아 밤새 서로 문제를 내주며 낄낄대던 시간. 기억을 더듬어보면, 배움이란 원래 이런 것이었습니다. 힘들어도 그 안엔 나름의 재미와 설렘이 있었죠.

방과 후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학원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그날 있었던 일을 떠드느라 바빴고, 주말이면 공원에서 공을 차거나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시험 성적이 잘 안 나와 속상한 날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다음엔 잘해보자는 다짐으로 이어졌습니다.

버거워도 그 안에서 나름의 즐거움을 찾고, 힘들지만 함께 견디면 버틸 만했던 시간. 우리는 그렇게 버텨낸 시간이 결국 '좋은 대학'과 '좋은 미래'로 이어질 거라고 오랫동안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대치동 7세 고시'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초등학교 입학 전인 일곱 살 아이가 의대 입시를 겨냥한 커리큘럼을 밟습니다. 한글을 채 떼기도 전에 사고력 수학 학원 레벨테스트를 보고, 영어유치원 입학을 위해 두 돌 무렵부터 대기를 걸어둡니다. 초등학생이 되면 하루 서너 곳의 학원을 순회하며 밤 10시, 11시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옵니다. '방과 후' 시간은 이제 학원으로 향하는 차량 안에서 삼각김밥으로 저녁을 때우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확실한 성공 공식이라 믿고 있습니다. 남들보다 더 일찍, 더 오래, 더 빡빡하게 버텨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요.

통계도 이 믿음을 뒷받침합니다. 자녀 한 명을 대학까지 졸업시키는 데 드는 비용은 이제 평범한 직장인의 평생 연봉에 육박하고, 부모의 자산 격차는 고스란히 자녀의 수능 성적과 대학 간판으로 이어집니다. 2025년 사교육비 통계를 보면, 월소득 300만원 미만 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19만2000원인 반면, 800만원 이상 가구는 66만2000원으로 약 3배에 달합니다. 유아 시기로 좁혀 보면 격차는 더 벌어져, 고소득층의 사교육비가 저소득층의 6.7배에 이릅니다.

이 격차는 그대로 자녀의 성적표 위의 숫자로 이어집니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수능 성적을 가구소득별로 분석한 결과, 월평균 소득 125만원 이하 가구의 학생과 581만원 이상 가구의 학생은 언어·수리·외국어 세 영역 합산 점수에서 최대 43점 넘게 차이가 났습니다. 소득이 가장 낮은 가정의 아이가 평균 90점대 초반에 머무를 때, 가장 여유로운 가정의 아이는 100점을 훌쩍 넘겼다는 뜻입니다.

교육은 이제 계층을 뒤집는 사다리가 아니라, 이미 가진 부를 대물림하는 통로에 가까워졌습니다.

교육의 최상위 계급

그런데 정말 이것이 정답일까요.

세계 경제를 실제로 움직이는 사람들, 상위 0.0001%의 슈퍼리치들에게 이 질문을 던져보면 뜻밖의 대답이 돌아옵니다. 그들에게는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는 명문대 간판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세계에서는 지식을 머리에 욱여넣는 '노동'으로서의 교육을 거부합니다. 대신 가문의 부를 지키고 새로운 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고력을 키우는 데 집중합니다. 대치동의 새벽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들은 세대를 이어 후계자를 길러냅니다. 그리고 그 방식은 아이가 자라는 매 시기마다 우리가 상식이라 믿었던 것들을 뒤집습니다.

억대 연봉 보모의 육아부터,

억대 학비의 기숙학교까지.

이번 호에서는 슈퍼리치들만이 공유하는 '천외천(天外天)'의 교육법 네 가지를 들여다봅니다.

STEP 01 . INFANCY

영아기(0~2세)

(출처=Norland 홈페이지 캡처)
(출처=Norland 홈페이지 캡처)

슈퍼리치의 자녀 교육은 생애 첫 페이지, 즉 '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인 영아기부터 시작됩니다. 일반적인 부유층이 고급 보육 시설이나 명품 유아용품에 집중할 때, 자산 규모가 수조원에 달하는 이들은 소아 신경과학에 기반한 '지적·정서적 환경 설계'에 자본을 투입합니다.

이들에게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보모'의 개념을 전문 교육가로 격상시킨다는 점입니다. 영국의 노랜드 칼리지(Norland College) 같은 초엘리트 보모 양성 기관이 대표적입니다. 윌리엄 왕세자 부부의 세 자녀 조지 왕자ㆍ샬럿 공주ㆍ루이 왕자를 전담하는 마리아 테레사 투리온 보랄로 보모 역시 이 노랜드 칼리지 출신입니다. 슈퍼리치들이 선택하는 노랜드 보모의 초임 연봉은 10만달러(약 1억5000만원)를 가뿐히 넘습니다. 이들은 단순한 육아가 아니라 소아 심리학ㆍ영양학ㆍ인지 발달 이론을 마스터한 '전문 교육관'으로서 아이의 영아기를 전담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한국의 VVIP 자산가 사회에서도 재현되고 있습니다. 과거의 단순 입주 보모 형태에서 벗어나, 유아교육학 석사 학위나 명문대 학력을 갖춘 '에듀내니(Edu-Nanny)'를 영아기부터 고용하는 것이 상식이 됐습니다. 강남과 한남동 일대 자산가들이 이용하는 전문 매칭 업체를 통해 고용되는 에듀내니의 월급은 1000만원 선을 호가합니다.

Norland Nanny 소개 글

노어랜드 내니는 귀하 가정의 필요에 맞는 다양한 전문 육아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가족의 필요에 맞춰 근무 시간을 지정할 수 있으며, 휴가 기간에는 임시 내니를, 아기를 처음 집으로 데려올 때는 산후 육아 전문가를 고용하실 수 있습니다.

모든 노어랜드 내니는 유연한 방식으로 업무에 임하도록 교육받으며, 이는 최상의 실무 기준에 부합하면서도 귀하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녀를 양육할 수 있도록 귀하와 협력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노어랜드 내니는 수요가 매우 높기 때문에, 등록된 모든 자리에 후보자를 배정해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희는 귀하께 꼭 맞는 내니를 찾아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모든 고객 분들께 정직하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또한, 자녀의 영아기 때 슈퍼리치 가문이 가장 집착하는 것은 '언어적 자극'입니다. 시카고 대학교의 대나 서스킨드 박사가 발표한 '3000만 단어의 격차(30 Million Words Gap)' 연구는 이러한 보육 철학을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입니다. 저소득층 아이들에 비해 상류층 가정의 아이들은 만 3세가 되기 전까지 무려 3000만 개나 많은 단어에 노출되며, 이것이 평생의 인지 능력과 어휘력을 좌우한다는 건데요.

이를 바탕으로 슈퍼리치들은 자녀의 영아기부터 '멀티링구얼(Multilingual) 환경'을 설계합니다. 영어와 중국어, 혹은 스페인어를 동시에 구사하는 보모를 고용해 아이가 옹알이를 시작할 때부터 언어의 뇌 회로를 다중화하는 식입니다. 할리우드 배우이자 사업가인 제시카 알바는 미국 잡지 '라티나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자녀들이 영아기부터 스페인어 원어민 보모와 함께 생활하며 모국어처럼 다국어를 체득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STEP 02 . EARLY CHILDHOOD

유아기(3~7세)

▲유치원. (사진=AI 생성)
▲유치원. (사진=AI 생성)

아이의 자아가 형성되는 유아기에 접어들면 슈퍼리치들의 교육법은 대중의 예상과 완전히 반대로 흘러갑니다. 가장 최첨단의 기술을 누리는 실리콘밸리의 테크 억만장자나 글로벌 벤처캐피털리스트(VC)들이 자녀에게 적용하는 철칙은 바로 '디지털 디톡스'입니다.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생전 자녀들이 아이패드를 써봤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 아이들은 아이패드를 쓰지 않습니다. 집에서 자녀들이 기술을 사용하는 양을 엄격하게 제한합니다"라고 답해 충격을 안겼습니다.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CEO 역시 자녀가 14세가 되기 전까지 스마트폰 소지 자체를 금지했습니다.

이들이 유아기 자녀를 보내는 곳은 화려한 디지털 기기가 가득한 유치원이 아닙니다. 오히려 흙을 만지고 나무를 기어오르며 아날로그적 오감을 자극하는 '발도르프(Waldorf)'나 '몬테소리(Montessori)' 교육 기관입니다. 뉴욕과 실리콘밸리의 최고급 몬테소리 유치원은 연간 학비가 5만달러(약 7500만원)에서 8만달러(1억2000만원)에 육박하지만, 전자기기는 철저히 배제됩니다.

기술의 작동 원리를 아는 천재들이 정작 자기 자녀에게는 기술을 차단하는 이유는, 유아기의 디지털 중독이 전두엽 발달과 주의력 제어 능력을 망가뜨린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입니다.

스티브 잡스 전기책 中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 (출처=스티브 잡스 추모 웹사이트 캡처)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 (출처=스티브 잡스 추모 웹사이트 캡처)

"스티브는 매일 저녁 부엌의 큰 식탁에서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책과 역사, 그리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죠. 누구도 아이패드나 컴퓨터를 꺼내지 않았고, 아이들은 디지털 기기에 중독된 것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Every evening Steve made a point of having dinner at the big long table in their kitchen, discussing books and history and a variety of things. No one ever pulled out an iPad or computer. The kids did not seem addicted at all to devices."

한국의 경우, 대치동 중심의 일반적인 상류층이 영어유치원의 레벨 테스트와 선행학습에 목을 맬 때, 상위 0.0001%는 다른 길을 택합니다. 한남동과 한강변 자산가 가문이 선호하는 한남동 소재 B 유치원은 자연 친화적 환경과 예술 감성, 인성 교육을 최우선으로 내세웁니다. 주입식 지식이 아닌 '생각하는 힘'과 '정서적 안정'을 먼저 길러주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이 시기에는 '지연된 만족'과 '실물 경제'에 대한 감각이 주입됩니다. 자산가들의 자산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BBH) 금융그룹의 '부유층 자녀 양육 보고서'에 따르면, 성공한 자산가들은 유아기 자녀가 "장난감 사주세요"라고 할 때 결코 즉시 지갑을 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들은 장난감을 얻기 위해 일정 기간 착한 행동을 하거나 기다려야 한다는 '인내의 가치'를 먼저 가르칩니다.

실제로 자산 수조원대의 영국 억만장자 존 코드웰은 인터뷰에서 큰 화제를 모았는데요. 그는 8명의 자녀에게 명품 브랜드를 일절 입히지 않고 자라(Zara) 같은 스파 브랜드를 입히며, 여행 시에도 전용기가 아닌 저가 항공사의 이코노미석을 태운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정상적인 삶'이 무엇인지 보여주어야 합니다"라며 철저히 통제된 절제를 가르치고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돈의 무한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돈의 한계를 먼저 배우게 하는 것이 0.0001% 유아기 교육의 핵심입니다.

STEP 03 . ADOLESCENCE

청소년기(8~19세)

(출처=Le Rosey 홈페이지 캡처)
(출처=Le Rosey 홈페이지 캡처)

청소년기는 가문의 부와 명성을 지속시킬 '후계자'로서의 자질을 본격적으로 시험받는 시기입니다. 상위 0.0001%의 자녀들은 이 시기에 전 세계에서 모여든 최고위층 자녀들과 거대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요. 그 무대는 미국의 '텐 스쿨(Ten Schools)'과 스위스의 초호화 보딩스쿨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학비가 비싼 곳으로 알려진 스위스의 '르 로제(Institut Le Rosey)'는 연간 학비만 15만프랑(약 2억8000만원)이 넘습니다. 이곳은 한 국가의 학생 비율이 전체의 1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며, 전 세계의 왕족ㆍ정재계 가문ㆍ글로벌 거부들의 자녀들이 한 방에서 기숙사 생활을 합니다. 이들이 이곳에서 단순한 교과목 뿐 아니라 승마ㆍ 요트ㆍ조정ㆍ스키 등 상류층의 사교 문화를 체득하고, 글로벌 인맥을 쌓습니다.

르 로제(Le Rosey) - 인생을 위한 학교

(출처=Le Rosey 홈페이지 캡처)
(출처=Le Rosey 홈페이지 캡처)

스위스의 가장 특별한 기숙학교 중 하나를 만나보세요. 오랜 전통과 현대적인 시각이 만나, 8세부터 18세까지의 학생들에게 국제적이면서도 독보적인 학습 및 생활 환경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100% 기숙학교인 Le Rosey에서는 모든 학생(Roseans)이 기숙사 생활을 하며, 학년 동안 두 개의 캠퍼스를 오가며 생활합니다. 롤(Rolle)의 웅장한 영지에 위치한 메인 캠퍼스와, 아름다운 스키 리조트 마을 그슈타드(Gstaad)에 자리한 겨울 캠퍼스입니다.

Le Rosey의 전인교육은 모든 학생의 재능을 발견하고 계발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탄탄한 이중언어 학업을 바탕으로 국제 바칼로레아(IB) 또는 프랑스 바칼로레아 과정을 이수하며, 많은 학생들이 두 세 개의 외국어를 추가로 배웁니다. 여기에 스포츠, 기술, 예술, 사회봉사, 문화 활동을 아우르도록 특별히 설계된 과외 활동 프로그램이 더해져,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사와 참여 영역을 폭넓게 넓혀갈 수 있도록 합니다.

Le Rosey의 문화는 세계적으로 명성 있는 스위스 기숙학교의 역사에 뿌리를 둔 가치관에 대한 열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 세계 수천 명의 동문들에 의해 지금도 계속해서 전해지고 있습니다. 우정과 연대, 자기 존중과 타인 존중, 지적인 규율, 도전에 맞서는 용기와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특징짓고, 끊임없니 변화하는 세상에서 독립적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 줍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전통 재벌가부터 스타트업 열풍으로 수천억원대 부를 거머쥔 판교의 신흥 영리치들까지 자녀를 국내 일반 학교에 진학시키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이들은 NLCS, KIS 등 국내 국제학교나 미국의 필립스 아카데미, 초트 로즈메리 홀 등 최고 명문 보딩스쿨로 자녀를 보냅니다.

이 시기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 진학을 위한 경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열합니다. 하지만 슈퍼리치들의 대입 준비는 일반적인 고액 과외와 궤를 달리합니다. 하이엔드 교육 컨설팅 기업인 쓰리에큐(ThreeEQ)의 제이슨 마 대표는 자산가들의 대입 전략에 대해 "단순히 성적이 좋고 경시대회 상장이 많은 것은 기본 베이스일 뿐"이라고 단언합니다.

그는 0.0001%의 부모들이 자녀에게 고유한 '비전 스토리'와 '진정성 있는 임팩트'를 만들어주기 위해 수년 전부터 수십만달러짜리 개인 프로젝트를 기획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예컨대 단순한 봉사활동이 아니라, 부모의 재단이나 글로벌 인프라를 활용해 아프리카 특정 지역에 정수 시스템을 직접 구축하는 사회적 기업을 자녀가 주도적으로 설립·운영하게 만드는 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억만장자 부모들은 자녀에게 철저한 '노동의 가치'와 '회복 탄력성'을 요구합니다.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액션 스타이자 배우인 마크 윌버그 역시 인터뷰를 통해 "자녀들에게 내 부와 명성을 물려줄 생각이 없다. 아이들이 아침 일찍 일어나 스스로 땀 흘려 일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인생의 어떤 엄격한 시험도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청소년기 자녀들에게 혹독한 규율과 노동을 부과하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STEP 04 . YOUNG ADULTHOOD

청년기(20세 이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0세가 된 상위 0.0001%의 자녀들은 가문의 본격적인 비즈니스 생태계에 편입됩니다. 이 시기의 교육은 대학 강의실 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진짜 교육은 가문의 자산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독립 법인인 '패밀리 오피스'의 이사회실에서 진행됩니다.

자산운용 업계 통계에 따르면 초고액 자산가 가문이 3대를 넘어갈 때 부를 유지하는 비율은 10% 미만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패밀리 오피스는 대학생 자녀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가문 거버넌스'와 '승계 프로그램'을 가동합니다. 자녀들은 대학 재학 중 가문의 투자 위원회에 참관인 자격으로 참석하며, 수백억원 규모의 벤처캐피털 투자나 임팩트 투자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실전 감각을 익힙니다. 그들은 자산을 지키기 위해 복잡한 세법을 활용하는 법, 법적 세금 부담을 합법적으로 최소화하는 기업 구조를 설계하는 법을 전문가로부터 직접 사수받습니다.

최근 한국 금융권에서도 이 트렌드가 가장 뜨거운 화두입니다. 국내 대형 증권사 및 은행들이 강남권에 경쟁적으로 개설한 '어너스(Honors) 패밀리오피스'나 'VVIP 자산관리 센터'의 핵심 프로그램 중 하나가 바로 '넥스트 제너레이션(Next Generation) 코스'입니다. 자산 1000억원 이상의 한국 자산가들은 대학생 자녀들을 이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국내외 기업 승계 솔루션을 학습하게 하고, 다른 자산가 가문 자녀들과의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맺도록 주선합니다.

이 시기 부모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자녀가 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부자병(Affluenza)' 리스크입니다. 1200명 이상의 억만장자들을 인터뷰한 스티브 시볼드 부자학 전문가는 슈퍼리치들이 자녀에게 가르치는 독특한 리스크 매니지먼트 공식을 소개했는데요. 바로 '문제를 해결하는 대가로 부를 획득하라'는 철학입니다. "세상의 평범한 사람들은 고용주를 위해 작은 문제를 해결하고 적은 돈을 받지만, 진정한 리치는 인류가 직면한 거대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막대한 부를 보존하고 확장한다"는 관점입니다.

이 단계의 대학생 자녀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자본의 배분자'로 훈련받습니다. 세계적인 자산가 워렌 버핏이나 빌 게이츠가 자녀들에게 재산의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공언하며 자녀들에게는 재단 운영권이나 소액의 스타트업 자금만을 넘겨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부 자체를 상속하는 것이 아니라, 부를 부리는 안목과 철학을 상속하는 것. 그것이 전 세계 상위 0.0001% 슈퍼리치들이 자녀 교육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입니다.

EPILOGUE

돈으로 살 수 없는 과목

(사진=AI 생성)
(사진=AI 생성)

"자연은 아이가 어른이 되기 전에 아이이기를 바란다."

1762년, 장 자크 루소가 그의 저서 '에밀'에 썼던 말인데요. 당시 유럽에서는 아이를 가능한 한 빨리 어른처럼 교육하고, 예절과 지식을 주입하며, 조기에 사회의 규범을 익히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루소는 이처럼 배움을 서두르게 만드는 당대의 문화를 비판한 것이죠. 진짜 배움이란 지식을 강제로 밀어넣는 일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틔워나가도록 내버려 두는 데서 시작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말년의 한 인터뷰에서 "난 특별한 재능은 없고 그저 궁금한 게 많았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상대성 이론의 첫 단서를 얻는 것도 값비싼 개인 교사 덕분이 아니었습니다. 열여섯 살 무렵, "빛의 속도로 빛을 따라가면 무엇이 보일까"라는, 누구도 시키지 않은 질문 하나에서 시작됐습니다. 이런 질문은 애초에 누군가에게 배울 수도 없습니다. 그냥 세상이 신기해서, 아무 이유 없이 마음속에서 불쑥 튀어나올 뿐입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유아기 때부터 3개 국어를 마스터하고 스위스 보딩스쿨의 승마 수업을 듣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묘한 박탈감을 느끼셨을지도 모릅니다. 자본이 대를 이어 스스로를 복제해 나가는 세상에서, 우리의 평범한 어린 시절은 초라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놀이터에서 개미 떼를 몇 시간이고 들여다보던 그 초롱초롱한 눈빛, 처음 두발자전거 페달을 밟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던 그 순간의 몰입은, 어떤 값비싼 수업보다도 의미가 깊습니다.

돈이 있으면 더 좋은 선생님과 더 빠른 지름길을 살 수 있지만, 순수한 호기심만큼은 대치동에서도, 이름 없는 시골 마을에서도 똑같이 자라납니다. 억대의 과외비로 최고 스펙을 가진 선생님을 붙여줄 수는 있어도, 아이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눈을 반짝이는 그 짧은 순간까지 돈으로 살 수는 없습니다.

비록 슈퍼리치의 교육은 따라 할 수 없어도, 스스로 질문하고 배우며 성장해 온 여러분의 시간만큼은 결코 뒤처지지 않았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배우고, 고민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여러분,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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