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카드망 활용해 성장⋯특정 플랫폼 쏠림 뚜렷
국내 카드사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접점 주목

상반기 크립토 카드 결제액이 29억달러(4조4471억원)에 육박하며 가상자산 결제 인프라의 성장세가 뚜렷해졌다. 스테이블코인 잔액이 기존 카드망에 올라타는 초기 인프라 경쟁이 본격화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듄 애널리틱스(Dune Analytics)에 따르면 상반기 크립토 카드 결제액은 28억7150만달러로 집계됐다. 월간 기준으로는 5월 5억3190만달러로 고점을 찍은 뒤 지난달 4억7540만달러를 기록했다. 6월 결제액은 전월 대비 줄었지만, 월간 4억달러 후반의 결제 규모를 유지하면서 크립토 카드 사용이 단순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소비 데이터로 관찰되는 시장으로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크립토 카드의 핵심은 블록체인 결제망이 기존 카드망을 대체한다는 데 있지 않다. 이용자는 스테이블코인이나 가상자산 잔액을 앱 또는 지갑에 보관한 뒤 결제 단계에서 비자·마스터카드 등 기존 카드망을 통해 소비한다. 가맹점은 가상자산 지갑이나 별도 정산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지 않아도 기존 카드 결제처럼 거래를 처리 가능하다. 이미 깔린 결제망을 활용해 별도 가맹점망 구축 부담을 낮춘 점이 빠른 성장의 배경으로 꼽힌다.
온체인 데이터로 시장 흐름을 외부에서도 비교적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크립토 카드 시장의 특징이다. 전통 카드 결제 데이터는 카드사와 결제망 내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반면 크립토 카드는 충전·정산·지갑 이동 등 일부 흐름이 블록체인에 남는다. 이에 따라 카드별 결제액과 월별 사용 추이, 특정 서비스 쏠림 등을 온체인 데이터로 추적할 수 있다.
다만 현재 흐름은 다양한 사업자가 고르게 성장하는 대중화 단계라기보다 소수 서비스 중심의 초기 집중 성장 국면에 가깝다는 평가다. 6월 기준 전체 결제액의 82.5%는 리닷페이가 차지했다. 리닷페이는 스테이블코인 충전과 글로벌 카드 결제를 결합한 크립토 결제 서비스다. 이더리움 스테이킹(예치) 생태계와 연계한 디파이(탈중앙화금융) 기반 카드 서비스인 이더파이 캐시까지 합치면 두 서비스 비중은 97.4%에 달한다.
해외 크립토 카드 시장의 성장세는 국내 카드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면 카드사의 관심은 카드망 대체 우려보다 결제 접점 확보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스테이블코인 잔액을 어디에 보관하고, 어떤 방식으로 정산하며, 자금세탁방지(AML)와 이상거래탐지(FDS)를 누가 담당하느냐가 핵심 경쟁 영역으로 떠오를 수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소비 수단으로 쓰이려면 발행 자체보다 사용처 확보가 중요하다. 이용자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더라도 이를 쓸 수 있는 가맹점과 정산 구조가 없다면 결제 수단으로 확산하기 어렵다. 이 지점에서 카드사는 기존 가맹점망과 승인·정산 시스템, 부정사용 탐지 역량을 갖춘 사업자로서 역할을 모색할 수 있다.
크립토 카드 시장의 본질은 ‘코인 결제’보다 스테이블코인 잔고를 기존 카드망에 태워 소비로 연결하는 인프라 경쟁에 가깝다는 평가다. 타이거리서치는 “크립토 카드 시장의 핵심 경쟁력은 카드 발급량이 아니라 ‘비자 결제 이전 단계의 자금 흐름’을 누가 통제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자금 흐름을 장악하거나 고유의 계좌 관계를 만들지 못한 크립토 카드는 일상 금융 인프라가 아니라 혜택형 선불카드에 머물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