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전과 에볼라 바이러스가 동시에 덮친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이 한국의 민간 의료봉사단체에 긴급 구원을 요청했다.
부산에 본부를 둔 국제의료봉사단체 재단법인 그린닥터스는 DR콩고 측으로부터 에볼라 바이러스 대증치료를 위한 구체적인 요청 의약품 목록이 담긴 이메일을 수신하고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6일 밝혔다.
이번 요청의 배경은 단순하지 않다.
DR콩고는 현재 내전 상태로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구호물자 보급로가 완전히 막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지만 현지 보건 의료 시스템은 이미 붕괴된 상태다.
전 세계에 백신이 없는 '분디부교(Bundibugyo) 에볼라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환자들은 면역력을 높여 버텨내는 보존적 대증치료에만 의존하고 있다.
콩고 인접국 우간다에서 활동 중인 국내 한인 기업인들이 가교 역할을 해 이번 긴급 요청이 성사됐다.
이들은 부산 부산진구 그린닥터스 사무국에 직접 전화해 현지 보건 위기 상황을 전하고 구체적인 지원 방향을 논의했다.
요청된 의약품의 규모는 단일 NGO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기밀 목록에는 수십여 종의 의약품이 담겼다. 항생제 메로펜엠 주사제 100만 바이알, 헤파린 주사제 100만 바이알, 세팔렉신·세파졸린 각각 100만 개, 기도 삽관 튜브 1000만 개, 에볼라 키트 50만 박스, 해열진통제 파라세타몰 100만 정 등이다.
단순한 에볼라 치료제를 넘어 장기 부전과 2차 감염을 막기 위한 필수 의약품과 의료기기가 총망라됐다.
그린닥터스는 주말인 4일 부산진구 사무실에서 긴급 기획이사회를 열고 의약품 확보 가능성과 현지 수송, 행정 처리 비용 등을 집중 논의했다.
현재 국내 제약업계를 대상으로 해당 의약품의 재고 상황과 공급 가능 여부를 긴급 물색 중이다.
이번 지원이 성사될 경우 파급 효과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분쟁 지역에서 한국 의료 NGO와 K-제약바이오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린닥터스가 추진 중인 유엔 경제사회이사회(UN ECOSOC) NGO 정회원 등록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근 이사장은 "전쟁의 포화 속에서 전염병으로 쓰러져가는 아프리카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민간 차원의 외교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며 "국내 제약사들과의 긴밀한 공조 및 정부 당국, UN과의 신속한 협의를 통해 인도주의적 의약품 지원이 실현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