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먼저 돈 버나’… 착공·발주·매출 순서로 갈린다 [메가프로젝트와 4년 머니맵 - ②]

입력 2026-07-06 06:0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정부가 내놓은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가 증시의 새로운 투자 화두로 떠올랐다.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축으로 대규모 투자가 본격화하면 산업과 지역, 기업을 가로지르는 자금 이동도 빨라질 전망이다. 관건은 투자 규모가 아니라 실행의 속도다. 증권가는 정책 발표 자체보다 글로벌 업황과 기업의 실제 투자 집행, 착공과 수주, 매출로 이어지는 과정을 주목한다. 기업이 제시한 장기 투자 계획 역시 경영환경과 이사회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시장은 청사진보다 현실화 여부를 먼저 따질 가능성이 크다. 정책은 기대를 만들고 실행은 주가를 결정한다. 정부의 구상이 실제 투자와 실적으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향후 4년 증시의 주도주와 소외주, 승자와 패자도 선명하게 갈릴 전망이다.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가 증시의 새 테마로 부상했지만 여의도는 정책 구호보다 실제 수주와 매출이 찍히는 순서에 주목하고 있다. 임기 내 반도체 생산체제 구축이라는 정부 시간표가 제시된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초기 인프라, 중기 후공정, 장기 인공지능(AI) 부품으로 수혜 업종이 나뉠 것으로 보고 있다.

6일 본지가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수혜가 한꺼번에 나타나기보다 투자 단계별로 갈릴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정책 발표 직후에는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될 수 있지만 이후에는 착공, 발주, 수주, 매출 인식 여부에 따라 업종별 주가 흐름이 차별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초기 1~2년 차 수혜 업종으로는 토목·건설 및 클린룸 시공 관련주와 초고압 변압기, 송배전 등 전력망 인프라 관련주가 가장 많이 꼽혔다. 대규모 반도체 팹과 AI 데이터센터가 실제 가동되려면 부지 조성, 공장 건설, 클린룸 구축, 전력망 확충, 용수 공급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생산 장비가 들어가기 전이라도 기반시설 공사는 먼저 발주될 수 있어 실적 반영 시점이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초기에는 착공과 인프라 구축이 먼저 진행된다”며 “공사 물량이 실적으로 연결되는 건설·클린룸과 전력기기 업종이 가장 먼저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정책의 방향성보다 얼마나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되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느냐가 증시 자금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력망은 초기 인프라 수혜이자 프로젝트 전체의 병목으로 동시에 지목됐다. 설문에서 다수 연구원은 초고압 변압기와 송배전 등 전력망 인프라를 임기 초반 최우선 수혜 업종으로 선택했다. 또 초고압직류송전(HVDC) 등 국가 전력망 구축 주도 기업이 병목현상을 해결할 ‘숨은 대장주’가 될 수 있다는 응답도 많았다. 반도체 팹과 AI 데이터센터 모두 안정적 전력 공급 없이는 가동 자체가 어려운 만큼 전력 인프라는 단순 보조 산업이 아니라 프로젝트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

중기 이후에는 HBM 후공정과 검사장비로 자금의 무게중심이 옮겨갈 전망이다. 2029~2030년 HBM 및 AI 제품 양산이 본격화되는 시점에는 충청권 패키징 벨트와 연계된 후공정(OSAT), 검사 장비가 가장 유력한 장기 수혜 분야로 꼽혔다. 피지컬 AI와 온디바이스 AI 탑재 부품, 칩 디자인하우스를 주목한 응답자도 있었다. 초기에는 공장을 짓고 인프라를 까는 기업이 이후에는 실제 생산과 패키징, 검사, AI 부품 공급망에 속한 기업이 주목받는 구조다.

일부 응답자는 구체적인 수혜 종목도 제시했다. 반도체 팹과 HBM 패키징 수혜주로는 한미반도체, 이오테크닉스, 주성엔지니어링, 심텍, 테스, 브이엠, 피에스케이, 피에스케이홀딩스 등이 언급됐다. AI 데이터센터 및 전력·용수 인프라 분야에서는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 ELECTRIC, 한성크린텍 등이 거론됐다. 피지컬 AI와 로봇·스마트팩토리 분야에서는 로보티즈, HD현대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 제우스 등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수혜주를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외는 더 구체화돼야 판단 가능하다”고 답했다. 다른 관계자도 “구체적인 종목은 투자 기준과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수혜 확산 여부도 관건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AI 슈퍼사이클에 맞물린 정책”이라면서도 “반도체에 집중돼 있는 이익이 다른 산업들에 잘 분배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메가 프로젝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심의 대형 투자에 그칠지 건설·전력·용수·후공정·AI 부품 등 주변 산업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가 증시 머니무브의 핵심 변수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중장기 투자 계획을 제시했지만 공시상으로는 변동 가능성과 이사회 승인 등 단서가 붙었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의 투자 비전은 2026년부터 2040년까지의 장기 계획이고 SK하이닉스 역시 구체적 일정과 투자 계획은 향후 확정 시 추가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시간표와 기업의 실제 집행 일정 사이에 간극이 남아 있는 만큼 수혜 업종도 정책 발표가 아니라 집행 단계별 숫자를 따라 선별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3대 메가 프로젝트의 투자 포인트는 ‘정책 수혜’가 아니라 ‘숫자 확인’으로 압축된다. 착공이 확인되는 기업, 발주를 따내는 기업, 수주잔고가 늘어나는 기업, 매출로 인식하는 기업 순으로 시장의 관심이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시간표가 증시 테마를 만들 수는 있지만 여의도 자금은 실제 이익이 찍히는 순서를 따라 움직일 전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초기에는 부지 조성, 클린룸, 전력망처럼 먼저 발주가 나오는 업종이 주목받고 이후 HBM 후공정과 AI 부품으로 수혜가 확산될 수 있다”며 “다만 실제 수주와 실적이 확인되지 않으면 정책 테마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정부가 제시한 임기 내 완공 목표의 현실성이다. 전력망과 용수, 인허가 등 기반시설 병목이 해소되지 않으면 팹과 데이터센터 구축 일정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계획대로 임기 내에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며 “10년이고 더 시간이 흘러 충분한 기간이 주어진다면 언젠가는 될지 모르겠지만 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임기 내에 하겠다는 것은 레토릭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청산 땐 62개 점포 분리 매각 나설 듯 [문닫는 홈플러스 파장]
  • 반복된 논란 끝 마지막 선택⋯성수4지구 조합원들 "빨리 갈 곳 뽑겠다" [르포]
  • 50% 관세 다음은 ‘탄소성적표’…철강 수출 공식 바뀐다
  • 무색해진 ‘탈팡’…쿠팡, 개인정보 유출 반년 만에 결제액·이용자 ‘역대 최고’
  • 이란 주중 대사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중국 등엔 특별대우”
  • 신규 상장 급감·거래량 반토막… 쪼그라든 거래소 시장[가상자산 거래소 재편①]
  • 2분기 ‘빚투’ 하루 평균 62조원 역대 최대…증권사 이자수익 1조3600억원
  • AI發 전력 인프라 뜨자…철강업계도 수요 선점 경쟁
  • 오늘의 상승종목

  • 07.03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5,544,000
    • +0.17%
    • 이더리움
    • 2,693,000
    • -0.07%
    • 비트코인 캐시
    • 365,000
    • +3.11%
    • 리플
    • 1,738
    • -0.86%
    • 솔라나
    • 122,900
    • -0.57%
    • 에이다
    • 288
    • -0.69%
    • 트론
    • 494
    • +0.41%
    • 스텔라루멘
    • 307
    • -1.6%
    • 비트코인에스브이
    • 22,110
    • +2.93%
    • 체인링크
    • 12,180
    • +0.58%
    • 샌드박스
    • 77.09
    • +0.7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