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과의 잇따른 라이선스 계약 성과를 올리며 독자적인 기술 역량을 입증했다. 단순 위탁생산(CMO)이나 제네릭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신약 후보물질 연구개발(R&D)로 기업들의 체질 전환이 가속하는 양상이다. 라이선스 계약에 따른 대규모 선급금과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통해 매출 신장과 재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선순환이 공고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최근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 체결한 희귀질환 영역 신약 후보물질 ‘소네페글루타이드(개발명 LAPS GLP-2 analog)’의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1129억원 규모의 선급금을 수령했다. 소네페글루타이드는 한미약품의 독자적인 바이오의약품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LAPSCOVERY)가 적용된 신약 후보물질이다.
이번 대규모 선급금 유입은 한미약품의 단기 매출 신장에 직접 기여할 뿐 아니라, 향후 글로벌 임상 전개에 따른 추가 마일스톤 유입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1일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소네페글루타이드의 개발, 제조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릴리에 이전하는 내용을 골자로 총 12억6000만달러(1조9463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한미약품은 개발 및 승인 단계에 따라 최대 11억8500만달러(1조8304억원)를 추가로 수령할 수 있으며, 출시 이후에는 별도의 로열티를 받게 된다.
전통 제약사들의 개량신약 복합제 글로벌 진출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동국제약은 스페인 제약사인 파에스 파르마와 전립선비대증 치료 개량신약 복합제 ‘유레스코정’에 대해 총 390억원의 라이선스 및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최대 200만유로(35억원) 규모의 개발·판매 마일스톤도 포함된 규모다.
유레스코정은 타다라필과 두타스테리드 성분을 하나의 정제에 담은 최초의 복합제다. 이번 계약을 통해 동국제약과 파에스 파르마는 멕시코,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칠레 등 중남미 13개국을 대상으로 향후 10년간 유레스코정을 공급한다. 파에스 파르마는 계약 대상 국가에서 순차적으로 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바이오 벤처들의 공동 연구를 통한 라이선스 아웃 ‘잭팟’도 터졌다. 앞서 5월 큐라클과 맵틱스는 양사가 공동 개발한 망막질환 치료제 ‘MT-103’을 미국 메멘토 메디신에 라이선스 아웃했다. 큐라클과 맵틱스는 800만달러(123억원)의 선급금과 개발 및 허가 마일스톤 8225만달러(1270억원), 상업화 마일스톤 9억8750만달러(1조5253억원)를 포함해 최대 10억6975만달러(1조6524억원) 규모의 추가 마일스톤 수령 권리를 확보했다.
MT-103은 Tie2 활성화와 항-VEGF 기전을 결합한 이중항체로 혈관 안정화와 신생혈관 생성 억제를 동시에 유도하는 기전으로, 황반변성 등 치료 대안이 부족했던 망막 질환 시장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큐라클과 맵틱스는 2024년 7월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라이선스 계약 성과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상승세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글로벌 기업들은 연구개발 리스크를 줄이고 빠른 상업화를 위해 유망한 파이프라인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는 기조다. 한국 기업들 역시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글로벌 임상 3상이나 현지 시장 직접 진출 대신, 글로벌 파트너와 손을 잡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했다. 라이선스 계약으로 확보된 현금은 다시 차세대 파이프라인 R&D로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공개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라이선스 아웃 계약은 총 8건으로, 이 가운데 계약 규모가 공개된 7건의 총 금액은 86억6675만달러(13조3875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라이선스 아웃 계약 규모(150억3362만달러, 23조2224억원)의 절반을 초과하는 금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