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처럼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산업은 또 다른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3월 시행된 개정 노조법(노란봉투법) 이후 하청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생산·보안·구내식당·판매 등 다양한 직군의 현대자동차 하청노조가 제기한 교섭 요구에 대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교섭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사용자성 인정 범위와 대상 직군은 추후 공개될 판정문을 통해 확인될 예정이어서, 그때까지 노사는 법적 불확실성을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GM에서도 유사한 교섭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100여 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용자성 인정 기준과 교섭 범위는 명확하지 않다. 산업계는 법 개정 논의 당시부터 원청 사용자성 판단 기준이 불분명하고,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까지 노동쟁의 대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우려해 왔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26년 노사관계 전망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2.9%가 올해 노사관계가 지난해보다 더 불안해질 것으로 전망했으며, 가장 큰 원인으로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노사갈등 확대를 꼽았다.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의 안전·보건 관리 책임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별도로 부과된 의무이다. 이를 공장 구내식당, 보안, 시설관리 등 단순 도급업무까지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근거로 확대할 경우, 안전관리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수록 사용자 책임도 함께 확대되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
자동차산업은 자동차 1대당 약 3만 개의 부품이 사용되고, 약 1만 개의 협력업체가 참여하는 대표적 공급망 산업이다. 협력업체 한 곳의 생산 차질이 완성차 생산 중단은 물론 연관 부품업체의 경영 위기로 이어질 만큼 파급효과가 크다. 더욱이 자동차업계는 매년 임금·단체협약 교섭에 수개월이 소요되고 파업이 반복되는 등 노사갈등이 빈번한 산업이다. 여기에 원·하청 교섭까지 확대된다면 기업은 장기간 교섭과 법적 대응에 상당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해야 하고, 투자와 생산계획 등 핵심 의사결정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외국인투자기업은 글로벌 본사가 생산 물량과 투자 배분을 결정할 때 노사관계 안정성과 경영 예측 가능성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만큼, 노란봉투법으로 인한 노사 간 대립은 국내 투자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노란봉투법의 취지는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제도가 산업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법적 예측 가능성 또한 함께 확보되어야 한다. 사용자성은 근로조건을 직접적·구체적으로 결정하는 경우에 한해 인정하도록 기준을 명확히 하고, 산업안전과 작업환경 등 원청의 실질적 책임이 있는 의제와 임금·성과급 등 개별 기업의 경영사항을 명확히 구분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미래차 경쟁은 기술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예측 가능한 법·제도와 안정적인 노사관계 역시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갈등의 확대가 아니라 산업의 미래를 함께 지킬 수 있는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제도 설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