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손 쌓고도 또 빌려줬다⋯유진 계열사의 수상한 대여

입력 2026-07-0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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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레저·현대개발, 조달 원가보다 낮은 금리로 남부산업에 대여
자금 대여 계열사들, 대여금 97~98% ‘대손충당금’ 쌓고도 만기 연장 등 지원
유진그룹 “법령 따른 가중평균금리 적용…시장 금리 급등 따른 착시일 뿐”

▲유진그룹 CI. (사진제공=유진그룹)
▲유진그룹 CI. (사진제공=유진그룹)

유진그룹 일부 계열사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총수 일가 개인회사에 자체 조달 원가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을 빌려준 계열사들은 해당 대여금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설정한 가운데 만기 연장과 자금 대여를 이어온 것으로 공시에서 확인됐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진그룹 비상장 계열사인 남부산업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가 -141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결손금은 172억원, 당기순손실은 8억원을 기록했다. 재무구조만 놓고 보면 외부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태다.

남부산업은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40.80%)과 장남인 유석훈 유진기업 사장(21.14%) 등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다. 이 회사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유진기업 지분 4.60%를 보유한 법인 기준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재계에서 이 회사를 향후 2세 경영권 승계를 위한 핵심 지렛대로 지목하는 이유다.

공시 확인 결과 유진레저와 현대개발 등 일부 계열사는 남부산업에 자금을 대여하면서 자체 평균 조달금리보다 낮은 수준의 약정금리를 적용했다.

골프장 푸른솔GC포천을 운영하는 유진레저는 금융권에서 연 3.85~4.10% 수준의 변동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반면 남부산업에 대여한 147억원 가운데 127억원에는 조달 원가에 못미치는 연 3.71%의 약정금리를 적용했다. 현대개발 역시 자체 평균 조달금리인 연 4.18%보다 낮은 연 4.11%의 고정금리로 자금을 분할 수혈했다. 재계에서 통상 부실 계열사를 지원할 때 사후 세무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법정 기준인 당좌대출이자율(연 4.60%)을 가이드라인으로 삼는 것과 대조적이다.

자금 대여가 이뤄진 이후 회계처리에서도 남부산업의 재무상황은 반영됐다. 유진레저는 남부산업에 대한 대여금 잔액 147억원 가운데 145억원(98.3%)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았다. 성인산업 역시 단기대여금 24억원 중 약 23억원(97.1%)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반영했다.

대손충당금은 채권의 회수 가능성이 낮아 사실상 ‘떼인 돈’이라 판정할 때 선제적으로 손실을 반영하는 계정이다. 내부적으로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결론짓고도 경영진들이 오너 일가 회사의 연명을 위해 만기 연장 및 신규 수혈을 강행한 것으로도 비칠 수 있다.

이에 대해 유진그룹 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금리 책정이며, 남부산업의 영위는 승계 목적이 아닌 규제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해명했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대여 금리를 정할 때는 회사가 임의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법령에 따라서 가중평균조달금리를 산정해 적용하게 된다”며 “최근 시중금리가 너무 오르면서 역마진처럼 보이는 착시이지, 임의로 금리를 깎아주는 등 특혜를 줄 수 있는 부분은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남부산업은 예전에 아스콘 사업을 영위했으나 중소기업 적합업종 규제에 묶이게 되면서 지금은 사업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언제 규제가 풀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업을 아예 접을 수도 없고, 직원들을 길거리로 내보낼 수도 없기 때문에 회사를 영위하며 자금 지원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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