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관세 다음은 ‘탄소성적표’…철강 수출 공식 바뀐다

입력 2026-07-0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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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관세에 CBAM까지…한국 철강, 유럽 수출 이중장벽 직면
쿼터 확보 넘어 제품별 탄소 데이터 대응이 계약 변수로 부상
포스코·현대제철 등 고부가·저탄소 제품 중심 생존전략 가속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철강 수입장벽을 높이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수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이 철강 쿼터를 축소하고 초과 물량에 50%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본격 시행되면서 가격뿐 아니라 탄소 경쟁력까지 수출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EU는 1일부터 새 철강 수입관리 제도를 시행했다. 기존 철강 세이프가드를 대체하는 저율 관세 할당(TRQ) 체계를 도입하며 쿼터 초과 물량에는 50% 관세를 부과한다. 영국도 같은 날 철강 무관세 쿼터를 줄이고 초과 물량에 50%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문제는 관세 장벽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EU CBAM는 2023년 10월부터 작년 말까지 전환기간을 거쳐 올해 1월 확정기간에 들어갔다. 올해 수입분부터 제품별 내재배출량을 토대로 탄소비용이 산정되고, EU 수입자는 내년 9월 30일까지 첫 CBAM 신고와 인증서 제출을 해야 한다. 비용 납부는 내년부터지만 올해 수출 물량부터 사실상 ‘탄소성적표’ 평가 대상이 되는 셈이다.

철강업계는 50% 관세와 CBAM이 맞물리면서 수출 경쟁 기준이 바뀌고 있다고 본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쿼터를 확보한 부분은 업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관세와 수입장벽이 강화되는 흐름 자체는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국가별·품목별 쿼터를 얼마나 확보하느냐뿐 아니라 CBAM을 누가 더 잘 준비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경기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기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기존 통상 대응이 쿼터 확보와 관세 협상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제품별 배출량 산정, 원재료 출처, 생산 이력, 검증 가능한 탄소 데이터가 수출 계약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U 바이어가 단가뿐 아니라 전기로·고로 비중, 철스크랩 사용률, 저탄소 전력 활용 여부까지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주요국이 철강을 단순 전통산업이 아니라 경제안보와 제조업 경쟁력을 떠받치는 전략산업으로 재정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U도 CBAM, 신규 TRQ, 용해·주조 기준, 우회 차단을 묶어 역내 철강산업 보호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이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철강업체들이 범용재보다 고급재·저탄소·현지화 중심으로 방어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전기로 확대, 수소환원제철, 저탄소 강판, 제품별 탄소 데이터 관리 체계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세아제강은 강관 수출 기업인 만큼 에너지·인프라용 강관의 원재료 탄소 데이터와 제품별 탄소발자국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동국제강과 동국씨엠은 컬러강판 등 차별화 제품과 고부가 고객 확보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관세는 가격으로 일정 부분 버틸 수 있지만, 탄소 데이터는 준비가 안 되면 계약 단계에서부터 불리해질 수 있다”며 “일시적 충격은 불가피하지만 결국 고부가 제품과 저탄소 대응력을 갖춘 기업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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