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6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는 연장 11회까지 이어진 끝에 6-6 무승부로 막을 내렸습니다. SSG는 두 차례 리드를 잡고도 지키지 못했고, KIA 역시 두 차례 동점을 만들고도 끝내기 기회를 살리지 못했는데요.
이날 경기는 약 4시간 30분 동안 이어졌고, 양 팀은 무려 16명의 투수를 투입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KIA 마무리 성영탁은 9회 블론세이브를 기록했고, SSG 마무리 조병현은 강습 타구에 오른팔을 맞아 교체되는 악재까지 겹쳤습니다.
“이러려고 밤 11시까지 야구 봤나.”
경기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이런 반응도 이어졌습니다. 연장 11회까지 엎치락뒤치락하는 명승부였지만, 평일 밤 11시 가까이 이어진 혈투 끝에도 승패를 가리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습니다.
선수들에게도 적잖은 부담이었습니다. 5연패 탈출을 노렸던 SSG와 2연승에 도전했던 KIA 둘 다 승리를 챙기지 못한 채 불펜 소모는 물론 야수들의 체력 부담까지 떠안게 됐습니다.

반응은 엇갈립니다. “밤 10시를 넘기기 전에 승부를 내야 한다”, “무승부는 너무 허무하다”며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정규시즌까지 인위적으로 주자를 둘 필요는 없다”, “승부치기가 오히려 야구의 재미를 떨어뜨린다”는 반대 의견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실 승부치기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2024시즌을 앞두고 피치클록,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과 함께 승부치기 도입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2024년 1월 열린 KBO 이사회에서는 현장의 혼란과 급격한 제도 변화에 대한 우려 등을 고려해 승부치기 도입을 보류하고 추후 논의하기로 했죠.
야구계에 따르면 최근에도 KBO는 승부치기 도입 가능성을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아직 구체적인 도입 시기나 방식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리그 운영 차원에서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렇다면 승부치기는 어떤 제도이며 왜 이렇게 찬반 논란이 이어지는 걸까요?

세계 야구에서는 이미 낯선 제도가 아닙니다.
메이저리그(MLB)는 정규시즌 연장 10회부터 2루에 자동 주자를 두고 공격을 시작합니다. MLB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연장 모든 이닝은 2루 자동 주자와 함께 시작되며, 해당 규정은 정규시즌에만 적용됩니다. 자동 주자가 득점하더라도 투수의 자책점으로는 기록되지 않습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도 같은 방식입니다. 2026 WBC 규정에 따르면 10회부터는 공격팀이 2루에 자동 주자를 둔 상태에서 이닝을 시작합니다. 이때 2루에 배치되는 주자는 해당 이닝 선두 타자의 직전 타순 선수입니다.
국내에서도 퓨처스리그는 승부치기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2022시즌부터 연장 10회 승부치기를 운영해 왔으며, 2026시즌부터는 10회부터 12회까지만 승부치기를 실시한 뒤 12회까지 승패를 가리지 못하면 무승부로 경기를 종료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입니다.
반면 KBO리그 1군 정규시즌에서는 아직 승부치기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데요. 현재는 연장 11회까지 승부가 나지 않으면 무승부로 경기를 마칩니다.

피치클록은 투수와 타자가 정해진 시간 안에 투구와 타격 준비를 마치도록 하는 경기 운영 제도입니다. 투수와 타자의 경기 준비 시간을 제한해 경기 진행 속도를 높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실제로 경기 시간 단축 효과도 확인됐습니다. KBO 공식 기록에 따르면 1일 기준 2026시즌 정규이닝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4분으로, 피치클록 정식 도입 이전인 2024시즌(3시간 10분)보다 6분 단축됐습니다. 연장전을 포함한 평균 경기 시간도 3시간 7분으로, 2024시즌(3시간 13분)보다 6분 단축됐습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팬들의 ‘자조 섞인 농담’이었습니다. “승부치기를 도입하지 않아도 내가 응원하는 팀은 순수 체급으로 4시간 경기를 한다”, “고의로 주자를 두지 않아도 스스로 주자를 깔고 점수를 못 낸다” 등 경기 시간이 길어지는 원인을 승부치기 하나로만 볼 수 없다는 반응이 잇따랐습니다.
결국 팬들의 불만은 연장전 하나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건데요. 잦은 투수 교체와 길어지는 공격, 득점권에서 반복되는 잔루, 우천 취소 기준, 경기 운영 방식 등 경기 시간을 늘리는 리그 운영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도 함께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경기 시간 단축입니다. 승부치기는 연장전에 들어가자마자 득점권 상황을 만들어 승부를 빠르게 결정하도록 설계된 제도입니다. 장시간 경기로 인한 선수들의 체력 부담을 줄이고, 경기 종료 시각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꾸준히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 왔습니다.
승부치기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퓨처스리그에서는 일정 부분 효과도 확인됐습니다. 지난달 유튜브 채널 ‘썸타임즈’에서 소개된 KBO 자료에 따르면 퓨처스리그에서 2024년부터 2026시즌 현재까지 승부치기를 운영한 결과, 승부치기 경기의 87.9%가 10회에 종료됐습니다. 11회 종료 비율은 10.8%, 12회 이상 이어진 경기는 4.3%에 그쳤습니다.
이처럼 대부분의 연장전이 10회 안에 마무리되면서 경기 시간을 줄이고 무승부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은 승부치기 찬성론의 가장 큰 근거로 꼽힙니다. 여기에 국제대회 적응과 팬들의 무승부에 대한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도 도입 필요성으로 거론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야구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야구는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타자와 투수가 승부를 펼치고, 안타와 볼넷, 작전으로 흐름을 만들어가는 스포츠입니다. 하지만 승부치기는 연장전에 들어가자마자 득점권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만큼 “야구답지 않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죠.
정규시즌과 국제대회를 같은 기준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WBC와 같은 국제대회는 짧은 일정 안에 반드시 승패를 가려야 하지만, KBO리그는 144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입니다. 모든 경기에서 승패를 억지로 가를 필요는 없다는 것이 반대론의 핵심입니다.
기록 문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인 만큼 투수의 평균자책점과 타자의 타점·득점, 승리·패전 기록은 선수 평가와 연봉 협상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MLB와 WBC처럼 자동 주자가 득점해도 투수의 자책점으로는 기록하지 않는 방식이 가능하지만, 실점과 승패, 타점 등 다른 기록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는 여전히 논쟁거리로 남아 있습니다.
또한 현장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꼽힙니다. 연장전에 들어가면 번트와 강공, 대주자·대타 기용, 고의4구, 투수 교체 등 모든 선택이 곧바로 승패와 연결됩니다. 한 번의 판단이 경기 결과를 좌우하는 비중이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승부치기 논쟁은 단순히 “무승부가 싫다”와 “야구의 본질을 해친다”의 대립으로만 볼 문제는 아닙니다. 경기 시간 단축과 흥행, 야구의 전통, 선수 기록, 감독의 전략까지 여러 가치가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KBO가 경기 시간을 어디까지 줄여야 하는지, 팬들이 원하는 야구는 무엇인지, 국제대회의 흐름을 국내 리그에 어디까지 반영해야 하는지, 정규시즌 기록의 의미를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도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KBO는 어떻게 균형점을 찾고 경기 운영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까요? 밤 11시가 다 돼서 겨우 끝난 광주의 무승부는 KBO가 풀어야 할 고민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다시 한번 보여줬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