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 관중이 경기장 ‘메시’를 주목하는 까닭

입력 2026-07-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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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대 아르헨티나’의 경기. 스코어는 2 대 1. 경기 종료까지는 불과 2~3분. 승부는 사실상 끝난 듯했다. 그런데 그 순간, 중계 카메라는 공 대신 벤치에서 몸을 푸는 리오넬 메시를 비춘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들어 올리는 관중들, 기대에 찬 표정들…. 교체 투입된 메시는 공을 잡기도 전에 경기장의 모든 시선을 끌어당겼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골까지 넣었다. 놀라운 것은 골보다도, 골이 터지기 전부터 모든 시선이 이미 그를 향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왜 우리는 공보다 메시를 먼저 바라보는 걸까?

인지심리학은 오래전부터 인간의 ‘주의(attention)’가 제한된 자원이라고 설명해 왔다. 미국의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1973년 저서 ‘주의와 노력(Attention and Effort)’에서 주장한 바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모든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없으며, 중요하다고 판단한 대상에만 주의를 집중한다.

이 원리는 대니얼 사이먼스와 크리스토퍼 샤브리스의 ‘시각적 맹목(inattentional blindness)’ 실험에서도 잘 드러난다. 참가자들은 흰색 팀의 패스 횟수를 세는 데 집중하다가 화면 한가운데를 지나가는 고릴라를 절반 가까이가 알아차리지 못했다. 고릴라를 놓친 이유는, 고릴라가 작아서가 아니라 그들의 주의가 이미 다른 곳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실은 종종 사실(fact)보다 주의(attention)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주의를 기울인 만큼만 본다. 그리고 한 사람의 이름, 하나의 상징, 하나의 기대는 우리의 주의를 한곳으로 끌어당겨 현실의 풍경 자체를 바꿔 놓는다. 이날 축구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메시가 몸을 풀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의 주의는 모두 그에게로 쏠렸다. 카메라가 경기보다 메시를 먼저 비추는 것도 시청자들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뇌는 어떻게 ‘중요한 대상’을 그렇게 빨리 골라낼까? 신경과학은 그 과정에서 편도체(amygdala)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편도체는 공포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는 생존과 정서적으로 중요한 자극을 빠르게 선별해 주의 체계에 전달하는 일을 한다. 군중 속에서 자신의 이름에 즉시 반응하거나, 부모가 수많은 소음 속에서도 아이 울음소리를 알아듣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메시라는 이름 역시 비슷하게 작동한다. 수년 동안 축적된 극적인 골과 우승의 기억은 ‘메시’를 단순한 선수 이상의 강력한 주의 신호로 만들었다.

여기서 또 떠오르는 개념이 초정상 자극(supernormal stimulus)이다. 1948년 동물행동학자 니콜라스 틴베르헌은 갈매기 새끼에게 실제 어미의 부리 대신 끝부분의 빨간 점을 훨씬 크고 선명하게 그린 모형을 제시했다. 그러자 새끼들은 진짜 어미보다 가짜 모형을 더 열심히 쪼았다. 생존에 중요한 신호가 과장될수록 뇌는 더욱 강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틴베르헌은 이러한 현상을 초정상 자극이라 불렀다.

물론 메시가 생물학적 의미의 초정상 자극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수많은 기억이 덧입혀지면서 ‘곧 특별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오는 상징이 되었다. 골이 터진 뒤가 아니라, 골이 터질 것이라는 기대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먼저 움직이는 것이다.

오늘 메시는 실제로 골을 넣었다. 그러나 설령 골이 없었더라도 경기장의 시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을 움직인 것은 결과보다 먼저, 메시라는 이름이 만든 기대였기 때문이다.

축구는 흔히 공간을 차지하는 스포츠라고 말한다. 그러나 인지과학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축구는 공간을 차지하는 경기이기 전에, 주의를 차지하는 경기다. 그리고 그 사실은 경기장 밖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어쩌면 우리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우리가 살아가는 그리고 기억하는 현실은 사실(fact)의 집합이 아니라, 우리의 주의가 선택한 풍경들의 총합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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