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경제에 ‘외부효과’ 확산 제한적
대북제재 실효성 점검 계기 삼아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북한을 “지금 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경제적 성공담”의 주인공으로 평가했다. 근래 방북한 외국인들도 평양 시내의 상황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평가받던 기존 북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여행자가 북한 전 지역을 본 것이 아니고, 또 보여주는 것만 볼 수밖에 없는 한계는 있지만, 평양 모습은 상당히 바뀐 것으로 평가된다. 고층 주거단지와 상업시설, 전자결제와 함께 휴대전화 기반 서비스가 확산하고 있다. 수도권 일부 계층의 소비 수준은 이전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장기간 국경봉쇄 및 경제제재로 위축됐던 북한 경제가 큰 폭의 발전을 보일 수 있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해 러시아가 그 중심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북·러 군사 협력에 따른 대가가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2023년 여름부터 지난해 여름까지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해 100억달러(약 15조3150억원) 이상을 벌어들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2024년 북한의 실질 국민소득(GDP)이 36조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과 미사일, 병력을 제공한 대가로 에너지, 원자재, 식량, 기술 등을 지원받으면서 경제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한국은행이 추정(2025년 8월 29일)한 2024년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의 증가에서도 이는 그대로 나타난다. 2024년 북한 경제는 이전 연도 대비 3.7% 증가했는데, 이는 2016년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결국 북한 경제의 최근 변화는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으로 확보된 대규모 자원이 경제 전반에 직접 투입되면서 나타난 ‘외부 공급 충격’의 결과로 요약될 수 있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통해 얻는 경제적 이익은 한국이 과거 베트남전에 참여하여 얻은 경제적 이익과도 흡사하다. 외교부의 공개 자료에 의하면 한국이 베트남전 참전을 통해 얻었던 경제적 이익의 규모는 총 50억달러에 달했다. 이 수치는 당시 한국경제 규모(GNP) 대비 매년 약 15~30%에 해당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은 도로 항만, 전력, 통신 등 국가 기반시설을 확충했으며, 중화학공업에도 상당 규모의 투자가 가능했다. 철강·기계·조선·화학 분야의 산업화는 물론, 섬유 수출 산업의 초기 성장의 기반이 되기도 했다.
총체적으로 베트남전 파병 이후 한국은 연평균 10~12%대 고도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다. 물론, 산업화의 기반을 모두 베트남전 때문으로 보는 것은 과도한 단순화다. 당시 한국은 민간 산업 기반과 국제 시장 접근성이 존재했던 반면, 북한은 폐쇄적 경제 구조 속에서 외부 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훨씬 높다는 점에서 두 사례는 구조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북한의 변화와 관련해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도시의 변화가 북한 전체의 변화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평양을 제외한 북한지역 대부분은 개발이 미흡한 상태다. 평양은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모범적 모델로 제시된 도시로 국가 권력의 공간화와 이데올로기를 위한 물리적 배치를 극대화하는 지역이라는 점이다. 도시와 농촌의 균형 발전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북한의 변화가 대북 경제제재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볼 때, 대북 제재가 과연 실효성을 발휘하고 있는지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북한의 변화는 향후 남북관계 개선 시 교류·협력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