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수가 심판 뽑는’ 구조⋯4000번 검사도 소용없었다 [신협, 그들만의 왕국⑥]

입력 2026-07-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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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협은 전국 800여 개 지역조합을 거느린 대표 상호금융기관이다. ‘조합원이 주인’을 표방하지만, 이사장의 장기 재임과 반복되는 금융사고, 내부통제 논란은 신협의 고질병이 된 지 오래다. 본지는 법원 판결문과 전국 신협 조합 전수조사 결과, 제재 공시 등을 분석하고 현직 직원과 전문가들을 심층 취재했다. 고문제도·상임임원 운영 실태를 시작으로 ‘그들만의 왕국’을 떠받쳐 온 신협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의 구조적 허점을 짚어본다.

3년간 중앙회 검사 4115회·제재 2089건⋯독립성·실효성 도마
이사장이 중앙회장 뽑고, 중앙회가 조합 검사⋯엇갈린 감독 구조
금감원은 제재 7곳 불과⋯신장식 의원 “감독체계 전반 재정비”

(AI 생성)
(AI 생성)

신협중앙회가 최근 3년 동안 전국 860개 조합을 대상으로 4000건이 넘는 검사를 실시했지만 현장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았다. 감독 대상이 감독 조직에도 영향을 미치는 구조 탓에 검사와 제재만으로는 더이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일 본지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신협중앙회는 2023년부터 올해 4월까지 전국 860개 조합을 대상으로 종합검사와 정기검사, 부문검사 등 총 4115회의 검사를 실시했다. 같은 기간 조합과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제재도 2089건에 달했다.

검사 규모는 확대되는 추세다. 전체 검사 건수는 2023년 998건에서 지난해 1547건으로 55.0% 증가했다. 특히 여신과 내부통제 등을 들여다보는 부문검사는 같은 기간 584건에서 1255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종합검사도 6건에서 26건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검사 횟수보다 더 큰 문제는 감독의 독립성이었다. 현장에서는 지역 조합 이사장들이 중앙회 운영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는 구조에서는 아무리 검사를 늘려도 실질적인 견제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수도권 신협에서 22년째 근무하는 윤모 씨는 “중앙회 검사는 사고를 적발하는 기능에 그칠 뿐 예방이나 개선 효과는 없다고 보면 된다”며 “감독 대상이 감독 조직을 움직이는 구조에서는 아무리 검사를 많이 해도 현장이 바뀌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임원에게 엄정한 징계가 내려지면 다음 이사장 선거에 출마하지 못할 수 있으니까, 이사장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한 압력이 생긴다”며 “이사장들이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구조인 만큼 중앙회도 애초에 강도 높은 제재를 내리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신협중앙회장은 전국 조합 이사장들의 투표로 선출된다. 감독 대상인 이사장들이 중앙회장을 선출하고, 선출된 중앙회장 체제가 다시 지역 조합을 검사·제재하는 구조다. 실제 올해 초 선출된 고영철 신협중앙회장은 공약으로 ‘고문제도’ 도입 등을 내세웠는데, 일부 조합원들은 이사장 권한 강화에 초점을 맞춘 공약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검사 권한을 갖고 있는 금융감독원의 직접 감독도 제한적이다. 전국 860개 조합에 대한 1차 검사와 감독은 신협중앙회가 담당한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6년 3월까지 금감원이 직접 제재에 나선 신협 조합은 7곳에 불과했다.

17년 차 신협 직원 김모 씨는 “금감원이 조합에 감사를 나오면 공기부터 다르다. 특정 이해관계가 없는 기관이기 때문에 중앙회 조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직원들도 많은 자료를 준비한다”며 “다만 17년 근무하면서 금감원 조사를 받은 건 딱 한 번뿐이다. 주변 조합을 둘러봐도 많아야 한두 번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법 전문가인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국 860개 조합을 금감원이 일일이 상시 감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결국 1차 감독기관인 중앙회가 독립성을 갖고 관리감독 해야 하는데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장식 의원은 “최근 3년간 2000건이 넘는 제재를 내렸는데도 같은 유형의 위반이 반복되는 것은 개별 조합의 문제가 아니라 감독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검사와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감독체계 전반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관련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관련 문제를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지적된 사항을 면밀히 검토해 금융당국과 협의하면서 제도와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정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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