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끝까지 쫓을 체납자, 다시 세울 체납자

입력 2026-06-30 06:0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밝은 하늘색 배경 앞 회색 재킷을 입은 안경 낀 남성의 모습이 국세 체납관리단 출범 등 체납자 지원·관리를 다룬 최근 세정 행정 변화의 현장을 뒷받침한다.
▲밝은 하늘색 배경 앞 회색 재킷을 입은 안경 낀 남성의 모습이 국세 체납관리단 출범 등 체납자 지원·관리를 다룬 최근 세정 행정 변화의 현장을 뒷받침한다.

체납자라는 이름표는 때로 너무 성급하다. 외제차를 숨기고 가족 명의 뒤에 숨어 세금을 피한 사람과, 폐업한 가게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한 채 세금 고지서 앞에서 주저앉은 사람을 같은 칸에 넣기 때문이다. 둘 다 체납자다. 하지만 같은 이름표를 붙인다고 같은 사람은 아니다. 한쪽은 끝까지 쫓아야 할 대상이고, 다른 한쪽은 다시 일어설 길을 찾아줘야 할 대상이다.

국세청이 올해 국세 체납관리단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도 이 차이를 가려내기 위해서다. 체납관리단은 전화실태확인원과 방문실태확인원 등 500명 규모로 출범했다. 이들이 하는 일은 세무공무원처럼 압류나 수색을 하는 것이 아니다. 체납자의 주소지와 사업장을 확인하고, 납부 능력과 생활실태를 살피고, 분할납부와 압류·매각 유예 같은 지원 제도를 안내하는 일이다. 요건에 해당하는 생계형 체납자에게는 체납액 납부의무 소멸 신청과 복지서비스 연계도 안내한다. 1차 운영에서 151억2000만원을 징수한 체납관리단은 올해 국세·국세외수입 분야를 합쳐 1만명 규모로 커진다. 숫자로만 보면 징수 조직의 확대지만, 본질은 체납자를 한 덩어리로 보지 않겠다는 데 있다.

이 제도가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세금 행정에서 ‘징수’와 ‘지원’이 함께 등장하기 때문이다. 세금은 엄정해야 한다. 성실하게 신고하고 납부한 사람 입장에서 고의 체납은 불공정 그 자체다. 부동산과 고가 차량, 금융자산을 숨기고 가족 명의 뒤에 숨어 납부를 피하는 사람에게 관대할 이유는 없다. 세금은 국가가 강제로 걷는 돈이지만, 동시에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다. 그 약속을 고의로 깨는 사람을 놓치면 조세정의는 말뿐인 구호가 된다.

다만 모든 체납을 같은 방식으로 대하는 것도 위험하다. 폐업과 실직, 질병, 경기 침체가 겹치면 세금은 어느 순간 감당할 수 없는 빚이 된다. 낼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낼 능력이 사라진 사람에게 압박만 더하는 행정은 징수 효과도 크지 않다. 오히려 재기를 더 어렵게 만들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을 더 깊은 절벽으로 밀어낼 수 있다. 세무서 전산망에 남은 체납액 숫자만으로는 그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현장에 가서 확인해야 한다.

체납관리단의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많이 걷는 조직을 하나 더 만든 것이 아니라, 체납자의 사정을 분류하는 장치를 만든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체납자가 납부 능력이 있는지, 일시적으로 어려운지, 생계 자체가 무너졌는지에 따라 행정의 방향은 달라져야 한다. 낼 수 있는데 숨긴 사람에게는 추적조사가 필요하고, 조금씩 낼 수 있는 사람에게는 분납이 필요하다. 아예 생계가 막힌 사람에게는 세금보다 먼저 복지와 재기의 통로가 필요하다.

물론 조심해야 할 점도 있다. 체납관리단이 단순한 실적 경쟁으로 흐르면 제도의 취지는 쉽게 흔들릴 수 있다. 방문 건수와 징수액만 앞세우면 현장 확인은 또 다른 압박 수단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반대로 복지 연계만 강조하다 보면 악의적 체납자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으로 기우는 것이 아니라, 체납자의 유형을 정교하게 가르는 일이다. 세금 행정의 힘은 강제력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억울한 사람을 줄이고, 숨은 사람을 놓치지 않는 정확성에서 나온다.

국세청 입장에서도 체납관리단은 단순한 징수 보조 조직이 아니다. 체납자의 실제 거주 여부와 소득, 재산 상태를 확인하면 이후 체납처분의 기초자료가 된다. 동시에 복지 지원이 필요한 사람을 지방자치단체와 연결하면 세금 행정이 민생 안전망의 입구가 될 수 있다. 같은 방문이라도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돈을 숨긴 사람을 찾아내는 방문이 될 수도 있고, 무너진 사람을 발견하는 방문이 될 수도 있다.

체납자는 모두 같지 않다. 그래서 행정도 같아서는 안 된다. 성실 납세자를 위해 악의적 체납자는 끝까지 쫓아야 한다. 동시에 실패와 빈곤으로 체납자가 된 사람은 다시 세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조세정의는 더 많이 걷는 데서만 완성되지 않는다. 끝까지 쫓을 사람과 다시 세울 사람을 구분하는 데서 시작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수백 조 쏟아붓는데...주저앉은 삼전·닉스, 상한가 폭발한 호남반도체팹 관련株
  • '드파인 아르티아' vs '장위 푸르지오 마크원'…노량진·장위 대장주 청약 ‘격돌’
  • “스타벅스 가야지” 구호 논란…배재고 “깊이 사과”
  • 비트코인 6만달러 붕괴…가상자산 축적 기업 시험대
  • 가난하면 더 아프다⋯서울시민 건강 빈부격차 33배 [질병이 된 가난, 빚이 된 치료 ①]
  • 피스피스·오아 흔들린 소비재 IPO…와이즈플래닛, '가벼운 수급' 통할까[IPO 엑스레이]
  • 1형 당뇨 환자 필수품 ‘연속혈당측정기’…시장 경쟁 후끈
  • 복지포인트도 근로소득...헌재 "소득세법 합헌"
  • 오늘의 상승종목

  • 06.29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1,327,000
    • +1.49%
    • 이더리움
    • 2,441,000
    • +2.91%
    • 비트코인 캐시
    • 303,900
    • +5.63%
    • 리플
    • 1,603
    • +1.39%
    • 솔라나
    • 114,000
    • +6.44%
    • 에이다
    • 222
    • +2.78%
    • 트론
    • 487
    • -0.61%
    • 스텔라루멘
    • 266
    • +2.31%
    • 비트코인에스브이
    • 19,040
    • -0.47%
    • 체인링크
    • 11,210
    • +2.28%
    • 샌드박스
    • 71.34
    • +1.49%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