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편중’ 반도체 지도 대격변…국가 균형발전 역대 최대 프로젝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 지역을 차세대 반도체 핵심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수면 위로 올렸다.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양사의 총투자 규모는 500조원 안팎에 달할 전망이다. 단일 지역을 대상으로 한 국내 첨단산업 투자 중 전례가 없는 역대 최대 규모다. 용인·평택 등 수도권 중심의 대한민국 반도체 지도가 호남축으로 확 달라지게 된다.
2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SK하이닉스는 전남·광주 일대에 약 250조원을 투입해 대규모 반도체 전공정 생산시설(팹)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공정 팹은 웨이퍼에 미세 회로를 새기는 반도체 제조의 핵심 기지로, 후공정에 비해 천문학적인 자금이 집중 투입되는 분야다.
삼성전자 역시 호남권에 신규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투자 규모가 SK하이닉스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어, 양사 합산 투자액은 최소 500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와 반도체 업계는 이번 초대형 프로젝트가 단순한 기업 유치나 생산공장 신설을 넘어, 정부의 핵심 기조인 ‘국가 균형발전 전략’과 민간 기업의 ‘공급망 다변화’가 맞물린 국가적 대전환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조성되려면 대규모 전력과 용수 공급망,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의 대대적인 확충이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의 연쇄 이동과 국책 연구개발(R&D) 기관 집적이 뒤따르며 호남권 전체에 거대한 첨단 산업 생태계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재계는 최근 정부와 기업 간 투자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이번 호남 투자는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산업의 축을 남부권으로 대이동 시키는 국가적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단순한 기업 유치를 넘어 정부의 지역균형 발전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산업을 비수도권으로 분산시키고 지역별 산업 거점을 육성하겠다는 정부 구상과 맞아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그간 반도체 업계의 고질적 난제였던 전력 확보 문제를 호남의 신재생에너지 벨트와 연계해 해결하는 동시에, 유사시 발생할 수 있는 공급망 마비 리스크를 분산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9일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투자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25일 이 대통령과 회동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달 29일 이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주요 기업인 간담회에서 투자 대상 지역과 지원 방안, 사업 방향 등이 공개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수도권 생산 거점의 완성형이라면, 이번 호남 투자는 국가 균형발전과 첨단 안보 자산을 결합한 차세대 국가 산업 전략”이라며 “투자가 본격화되면 국내 반도체 생산축이 수도권 원톱 구조에서 남부권을 아우르는 ‘다핵(多核) 구조’로 진화해 국가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