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에 자금 조달 커졌는데…투자자 체감 '깜깜' [녹색채권의 빈틈]

입력 2026-06-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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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배분·적합성 확인은 명확…환경성과 비교는 제한적
그린모기지·폐플라스틱 재활용, 구체적 환경성과는 빠져
투자자 성과 검증 어려워…녹색채권 시장 신뢰 흔들려

국내 녹색채권 발행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발행 이후 제출되는 사후보고서를 통해 실제 환경 개선 성과를 투자자가 명확히 비교·검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달 자금이 친환경 프로젝트에 투입된 것과 달리, 해당 사업이 어느 정도의 환경 개선 효과를 냈는지 보여주는 정량적 지표가 구체적이지 않거나 예상치 중심으로 제시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한국거래소 ESG채권 정보플랫폼에 공시된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신용보증기금의 녹색채권 사후보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일부 프로젝트에서 자금 배분 실적은 명확히 확인됐으나 환경 성과를 비교할 수 있는 정량 지표는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녹색채권은 친환경 프로젝트에 자금을 사용한다는 약속을 기반으로 발행되는 만큼, 자금의 사용처뿐만 아니라 환경 개선 효과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녹색채권 가이드라인 역시 발행 자금 전액 배분 이후 환경 개선 효과를 담은 영향보고서를 최소 1회 공개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효과 측정이 가능한 경우 정량·정성 성과지표를 제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다만 실제 사후보고 과정에서는 사업 특성이나 구조적 한계로 인해 환경 성과를 수치화하지 못하는 사례가 존재했다. 주금공은 지난 4월 그린보금자리론 공급을 위해 발행한 5571억원 규모 녹색채권(KHFC MBS 2026-8)을 통해 녹색주택과 제로에너지주택 1877세대에 자금을 공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사후보고 자료에서는 실제 에너지 절감량이나 온실가스 감축량 등의 구체적인 데이터가 누락됐다.

이에 대해 주금공 측은 "녹색건축물에 대한 금융지원(우대금리 적용) 자체를 성과로 공시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결과"라며 "향후 한국에너지공단과의 협력을 통해 제로에너지건축인증 자동인증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성과 정량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신보의 녹색자산유동화증권에서도 정량적 성과 공시의 한계가 나타났다. 지난 5월 공개된 신보의 유동화전문 사후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채권 총 75억원 중 30억원이 에코로지스의 폐플라스틱 물류기기 재활용공장 신설 자금으로 배분됐다. 폐파렛트 등을 재생원료로 생산하는 자원순환 사업이지만, 보고서에는 온실가스 감축 기여 가능성만 정성적으로 언급됐을 뿐 구체적인 감축량 수치나 재생원료 생산량 달성률 등은 공시되지 않았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폐기물 재활용 사업은 특성상 온실가스 감축량으로 즉각 환산하기 어려운 면이 있고, 중소기업 여러 곳을 묶은 유동화 구조에서는 개별 기업 단위의 성과 측정 자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도 "정량화가 어렵더라도 사업별 특성에 맞는 성과지표를 발굴하고 달성 수준을 투자자에게 알리는 체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성과지표가 설정돼 있더라도 실제 달성률이 공개되지 않으면 투자자 입장에서 자금 집행의 효율성을 판단할 근거가 부족해진다고 지적한다.

현석 연세대 환경금융대학원 교수는 “자금이 녹색 사업에 정당하게 사용됐다는 팩트와 그 사업이 실제로 약속한 만큼의 환경 성과를 냈는가는 별개의 문제”라며 “정확한 달성 수준이 공시되지 않으면 투자자가 성과를 검증할 길이 없어 장기적으로 녹색채권 시장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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