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도 안전지대 아냐… 저신용 기업, 공모채 대신 사모채·CP로 우회 [회사채 고금리 충격]②

입력 2026-06-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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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여의도 증권가

최근 국내 회사채 시장이 옥석 가리기 국면에 섰다. JTBC의 유동화 차입금 상환 불이행(디폴트) 선언과 중앙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동시 기업회생절차 신청 사태 이후,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이 극도로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BBB급 이하 비우량채는 물론, 그동안 비교적 안전하다고 평가받던 A- 등급 기업들까지 공모채 발행에 난항을 겪으며 사모채나 기업어음(CP)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상황이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1분기 단기사채 자금조달 규모는 383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0% 증가했다. 직전 분기 대비로는 9.5% 늘었다. 금융기관과 일반회사가 발행하는 일반 단기사채가 297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8% 증가했다. 신용등급별로는 최고 등급인 A1 발행금액이 363조3000억원으로 전체의 94.8%를 차지했다. A2 이하 등급 발행은 19조9000억원으로 5.2% 수준에 그쳤다. 전반적으로 고신용등급 중심의 발행 구조가 유지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채권시장이 '금리 메리트'보다 '신용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투자자들은 높은 쿠폰 금리(표면 금리)에 현혹되기보다 기업의 실질적인 상환 능력과 재무 안정성을 더욱 꼼꼼하게 들여다본다. 실제로 JTBC 사태 직후 하위 등급 리테일 채권에 대한 경계심이 치솟으면서, 위험 자산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승재 iM증권 연구원은 "이미 BBB급 이하 회사채 시장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9개월 연속 순상환 기조를 이어가는 등 유동성이 제한된 국면이었다"며 "당분간 상·하위 등급 간 금리 격차(스프레드)가 일시적으로 확대될 수 있으므로, 당분간 크레딧 투자는 우량물 위주로 선별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A급 회사채 시장 내에서도 신용도 하단에 위치한 A- 등급 기업들이 발행 환경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노출돼 있다. 한 단계만 떨어져도 비우량채로 취급 받는 BBB+ 등급으로 내려앉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한국신용평가로부터 신용등급이 BBB+로 강등된 여천NCC의 경우, 등급 하락 여파로 400억원 규모의 사모채에 대한 조기상환 약정(트리거)이 발동되기도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신용 차별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금리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굳이 비우량채의 신용 위험을 적극적으로 떠안을 유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저신용 기업들은 공모채를 포기하고 사모채 시장으로 우회하는 분위기다. 사모채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공모채와 달리 발행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고, 소수의 기관 투자자와 개별 협상을 통해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콘텐트리중앙도 회생절차 신청 직전까지 3개월 만기의 단기 사모채로 자금을 조달했다. 다만, 단기 자금 시장은 회사채에 비해 접근성이 높은 대신, 만기가 대개 3개월에서 6개월 안팎으로 짧아 시기마다 통장 잔고를 증명하고 다시 빌려야 하는 '지속적인 차환 부담'과 유동성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한계가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우량채와 비우량채 간의 온도 차가 과거 신용경색 시기만큼 벌어지고 있다"며 "A- 등급 이하 기업들은 공모채 고집을 버리고 자금 조달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서바이벌 전략을 짜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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