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하얀 무균복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싸맨 연구원들이 들어선 방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직 한 명의 암 환자를 위한 맞춤형 치료제가 만들어지는 장소다. 오염 방지를 위해 허리 아래로 손을 내리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이 공간에서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한 CAR-T(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 치료제가 탄생한다.
큐로셀은 대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둔곡지구에 있는 국내 최초·최대 규모 상업용 CAR-T 우수 의약품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생산시설을 이달 본지에 최초 공개했다. 연면적은 1만7325m², 공기 중 먼지와 미생물 등 오염원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무균 생산공간인 클린룸은 6317m² 규모다. 5개의 독립된 제조실(Cell Suite)에서 연간 최대 700명분의 CAR-T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다.
큐로셀이 개발한 CAR-T 치료제 ‘림카토’는 올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은 국산 42호 신약이다. 기존 치료 후에도 암이 재발하거나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공격성 B세포 림프종 환자에게 쓰인다. B세포 림프종은 면역세포의 일종인 B세포가 암으로 변해 발생하는 혈액암이다.
CAR-T 치료제는 환자 본인의 T세포를 채취해 암세포를 정확하게 공격하도록 만든 후 다시 환자의 몸에 주입하는 세포·유전자치료제다. 한 번의 투여로 뛰어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기적의 항암제’로 불린다.

제조 공정은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가 포함된 백혈구를 채취하는 데서 시작한다. 여기서 T세포만 분리하고,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해 암세포를 알아볼 수 있는 CAR 유전자를 삽입한다. 이 CAR-T세포를 환자에게 투여할 만큼 대량 배양한 후 꼼꼼한 품질검사를 거쳐 동결 상태로 의료기관에 전달하게 된다.
2층에 들어서자 커다란 상자같은 5개의 방이 백색의 복도에 늘어섰다. CAR-T 치료제의 핵심 공정이 이뤄지는 제조실(무균공정실)로, 각 방마다 2배치(2명에게 투여할 분량)의 림카토를 생산할 수 있게 구성됐다. 무균 공정에 적합한 환경을 유지하고자 일년 내내 온도는 섭씨 20~22도, 습도는 50퍼센트 이하로 관리된다.
하나의 배치에는 세 명의 연구원이 투입됐다. 각각 주작업자와 부작업자, 그리고 내부의 균이나 먼지입자를 측정하는 환경모니터링 담당자다. 무진 소재로 만들어진 무균복을 두 겹으로 겹쳐입는데, 갱의에만 30분이 걸린다고 했다. 혹시라도 몸에 상처가 있으면 입실이 불가능해 항상 예비인력이 대기하고 있었다.

무균공정실에서는 T세포 분리부터 유전자 도입, 배양, 수확, 충전에 이르는 주요 공정이 이뤄졌다. 생물안전작업대(Biologisal safety cabinet·BSC) 앞에 앉은 주작업자가 장갑을 낀 손을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BSC는 외부 오염원이 작업 공간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해 무균 환경을 유지하는 장비다. 공정 사이사이마다 손 소독이 반복됐고, 공정에 투입되는 자재도 일일이 소독을 거쳤다. 주작업자는 이곳을 벗어날 수 없어 부작업자가 그를 보조했다.
이렇게 생산된 CAR-T 치료제는 품질관리실에서 무균시험과 바이러스 시험, 세포 특성 분석 등을 통해 출하 전 안전성과 품질을 검증받는다. 기존 표준시험법의 경우 품질검사에만 30일이 소요되지만, 큐로셀은 식약처 승인을 받은 신속검사법을 국내 최초로 도입해 이 기간을 7일로 대폭 단축했다.
완제품은 영하 150도의 액화질소 탱크에서 보관되고 있었다. 이렇게 동결된 완제품은 품질검사를 완료하면 의료기관으로 출하돼 해동을 거쳐 환자에게 투약된다. 세포 채취부터 단 16일이면 이 모든 과정이 가능하다.

림카토는 이처럼 전 과정이 원스톱으로 국내에서 수행돼 해외 생산시설을 이용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물류 불안정이나 운송 지연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했다. 해외 제조소로 보내기 위해 채취한 세포를 얼리고, 그 곳에서 다시 녹일 필요도 없다. 당일 오전에 채취하면 그날 대전으로 운송해 바로 생산에 착수할 수 있어 환자들에게 신속한 공급이 가능하다.
이날 생산설비를 안내한 고주영 큐로셀 생산팀장은 “무균 상태를 유지하고 교차오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고 있다”라면서 “림카토 개발부터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경험한 만큼 앞으로도 최고의 품질을 갖춘 제품을 생산해 더 많은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