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역대급 실적이 거액의 성과급 지급 이슈로 이어지는 가운데 해당 기업들의 이례적으로 높은 특별급여가 여타 사업 급여 상승세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국내 물가 상방 압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17일 발표한 '일부 IT업종 임금 상승의 물가파급 가능성 점검' 보고서를 통해 "IT 특별급여 상승폭이 매우 큰 경우(90% 분위수) 0.02~0.03%p의 정액급여 상승 효과가 추가적으로 나타났고 상승폭이 이례적으로 큰 경우(95% 분위수) 그 효과가 더 증폭되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발표했다. IT부문의 특별급여 상승이 노동 이동경로와 준거임금 및 기대조정 경로를 통해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은은 최근 IT부문 성과급 지급이 과거에 비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은이 IT부문 특별 급여의 명목임금에 대한 기여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명목임금 3.4% 상승 중 기여도가 1.3%p로 조사됐다. 이는 2012년부터 2025년까지의 임금분포에서 97% 분위에 해당하는 매우 높은 수준으로 파악됐다. 특히 올해 주요 대기업의 영업익 전망 등을 고려하면 내년 초 특별급여 기여도는 전례없는 상위 1%를 웃돌 것으로 봤다.

문제는 이 같은 이례적인 특별급여 상승이 국내 물가 전반의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특별급여 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통상적인 수준인 경우 물가에 미치는 파급 영향은 제한적인 반면, 이례적으로 큰 특별급여가 일부 사업체에 집중될 경우 물가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한은 관계자는 "임금 상승세가 확산되는 정도를 보면 IT 특별급여 상승폭이 클 때 여타부문 정액급여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파급 크기가 크고 범위가 넓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한은이 전일 공개한 '5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의사록' 내용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지난달 금통위 회의 당시 한 금통위원이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 규모는 자사주 지급분을 제외하더라도 상당한 규모로 예상되는데, 동 자금이 주택시장에 유입될 경우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커질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대해 관련 부서 역시 "실제로 반도체 기업과 직주근접한 서울 동남권, 경기 남부 지역에서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의 상승 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반면 반도체 수혜를 받지 않는 여타 기업들은 임금 인상을 위한 여건이 녹록하지 않은 상태다. 올해 주요 20개 대기업의 영업이익 전망을 살핀 결과 업황 개선은 IT부문 대기업에 크게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경우 고유가 충격 등으로 수익성이 큰 폭 감소한 만큼 비IT기업들의 임금 인상 여력은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한은은 이처럼 금리 인상 경로를 통한 물가 상방 리스크에 대해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짜는 "최근 IT부문 성과급은 매우 이례적인 규모로 지급돼 실제 그 영향이 예상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향후 IT부문의 특별급여 상승의 여타 부문 전이, 전반적인 정액급여 인상으로 이어지는 지 여부를 더 면밀히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