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력거래 시장 주도권 민간 이동은 20년 넘게 유지돼 온 한국전력 산하 '발전5사(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 체제' 변화의 전환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발전사 간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분할 당시의 정책 목표가 퇴색한 데다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산업 구조가 재편되면서 공공부문의 중복 투자와 비효율을 줄여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어서다.
16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조만간 발전5사 통폐합 및 구조 개편 방안을 담은 연구 용역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용역 결과에는 △발전 5사 완전 통합 △석탄 화력과 재생에너지 부문의 기능적 분리 등이 핵심 시나리오로 담길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에너지 전환 속도전이 시급한 상황에서 기존 석탄화력 중심의 공기업 조직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국가적 낭비라는 문제의식이 정부 내부에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한전 발전부문 분할로 출범한 발전5사 체제의 실효성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앞서 정부는 발전 도매시장의 독점을 깨고 원가 경쟁을 촉진시키겠다는 명분으로 한전을 한국수력원자력과 5개 화력발전 자회사로 쪼갰다.
그러나 2024년부터 민간 발전사가 전력 시장의 최대 공급자로 부상하며 분위기 전환이 뚜렷해졌다. 전력 도매시장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자 등 민간의 비중이 공공부문을 추월하면서 발전5사의 시장 지배력은 약화했다. 공공기관끼리 벌이는 낡은 화력발전 원가 경쟁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발전5사 통폐합 논의에 불을 지핀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청사진'이다. 기후부가 지난달 발표한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2026~2035년)'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누적 보급량 100GW를 조기 달성한다. 2035년에는 전체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재생에너지가 석탄을 제치고 주력 전원으로 부상하는 대전환기를 맞아 2035년까지 이 분야에만 268조원의 막대한 자본이 투입될 전망이다. 국가 에너지 안보의 핵심 자산인 재생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확충하려면 기존 화력발전 위주로 쪼개진 발전5사 체제를 전면 개편해 대규모 공공 투자를 '원팀'으로 이끌 컨트롤타워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금처럼 각 발전사가 태양광, 해상풍력, 수소·암모니아 혼소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각자도생식으로 뛰어들 경우 공공 자본이 결집되지 못하고 여러 갈래로 흩어져 '중복 투자와 행정력 낭비'만 초래한다는 비판도 이 같은 통합론에 힘을 싣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발전시장 구조 개편이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입을 모은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시장 지배력이 쪼그라든 발전5사가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을 할 때가 아니라 거대한 민간 자본에 맞서 공공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